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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을

담배

by 자한형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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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얼마 전 신문지상에서 크게 오르내렸던 것이 담뱃값 인상이었다. 담배는 본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 인디언들이 즐겨 피우던 게 전래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릴 경우 앞으로 5년 이내 30% 수준으로 흡연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혹자는 담배가 백해무익(百害無益)한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커피나 녹차처럼 단지 기호품으로 마누라보다도 더 애착을 갖고 있기도 한 것이다. 폐암의 원인이자 여러 성인병의 기본적인 단초(端初)를 제공하기도 한다. 본인은 26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도 빠지질 않고 담배를 달고 살았다. 그런데 어떻게 금연을 시작하게 되었고 성공할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당시 여러 가지 상황이 전개되었고 오직 불굴의 의지에 의해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중국의 석학(碩學) 임어당은 파이프 담배의 애연가였고 예찬론자였다. 그가 어느 땐가 14일간을 금연한 적이 있었다. 그가 말년에 후회했던 것 중의 하나가 그 14일 동안의 금연이라고 했다. 뭔가를 집중하고 작품을 구상하려 하거나 창작을 할 때에는 담배가 그렇게 효용가치가 컸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처구니없게 담배를 끊으려고 애를 쓴 것은 정말 부질없는 행동이었다고 후회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또 어떤 이는 전쟁 통에 집안의 시체가 썩던 냄새를 감당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담배를 피우게 된 안타까운 사연도 들은 적이 있다. 담배는 마약같은중독성과 흡인력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아무튼,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허파의 폐활량(肺活量)부분이었다. 건강 검진을 하러 갔을 때였는데 검사원은 연신 후하고 부세요.를 연호(連呼)했다. 그런데 도대체 아무리 불어도 불어지질 않는 게 아닌가.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흡연에 관한 규제도 많이 강화되어 옴짝달싹은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건물 전체를 금연 건물로 지정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담배한 대를 피우기 위해서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담배를 필때마다 번번이 나갈 수도 없고 참 고역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건물의 옥상 쪽으로 가보면 시위대의 점거나 추락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아예 폐쇄를 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1년을 지내다 보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담배 생각이 날 때면 껌을 씹었다. 이제는 아예 간접흡연이나 냄새에 민감(敏感)해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이 사람이 흡연자인지 아닌지를 직감적으로 알아챌 정도가 되었고, 그 구수하고 달콤했던 담배냄새나 연기조차 역겹다고 느낄 정도가 되었다. 금연이 되고 나니 지저분한 곳곳들이 정리되었고 폐활량도 정상을 되찾았다. 단지 몸무게가 불어나는 것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여

(餘談)을 하나 해보려고 한다.

형제가 있는 친구는 담배를 피우는 것에서 성냥 켜는 것까지 여러 방면에서 능수능란(能手能爛)하고 잘 단련되었단 인상을 주곤 했다. 물론 아버지가 아주 끽연을 즐긴 애연가이긴 했지만 직접 배울 순 없었으니 말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담뱃불을 붙이는 요령이라든지 재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손가락에 다시 올려놓는 방법이라든지가 그것이다. 보고 배우고 경험을 가진 이를 가까이에 두고 배우는 것만큼 좋은 스승은 없는 법이다. 담뱃값의 인상이 우리나라 애연가들의 묘약이 될지 독약이 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사항이기도 하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담배에 얽힌 웃지 못할 이야기 한 토막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그 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는 금연구역이었고 교칙은 엄격했다. 선생님은 담배 냄새를 기가막히게 잘 맡아 어렵지 않게 적발해내곤 했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얘들은 야자시간 중간의 휴식시간을 이용하기로 작전을 짰다. 그리고 휴식시간이 되자 학교를 빠져나와 인근 공원 벤치로 갔다. 담배냄새가 손이든 옷이든 쉽게 밴다는 사실을 고민하던 그들은 묘안을 짜냈다. 그것은 바로 나무젓가락에 담배를 끼워서 피우는 방법이었다. 담배를 손가락에 끼워 피질 않으니 손에서 담배냄새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었다. 그런

다음으로 담배냄새가 옷에 배지 않아야 하는 데 이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가 문제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옷을 주섬주섬 하나씩 벗었고 팬티바람이 되었다. 그러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공원 인근의 빌라촌 아저씨는 기기묘묘한 장면이 그저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곧바로 인근 파출소에 신고부터 하게 되었다. 한번 상상을 해보라. 어두컴컴한 공원 가로등 아래 빨간 불빛이 보이고 형체가 어슴푸레하게 보이는데 입은 것이라고는 팬티 바람이니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을 학교에 인계했다. 그들은 교칙에 의해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그러자 이런 처벌을 받은 학생들이 가만히 넘어가질 않았다. 수소문한 끝에 신고했다는 빌라를 찾아 내었다. 그리고는 어느 날 한적한 시간에 빌라의 창문 전체를 돌멩이질로 깨뜨려버린 것이다. 참으로 통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어떻게 사고(思考)하고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살기에 이처럼 철없는 행동을 할 만큼 무분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나 부모에게 닥쳐올 해악을 전혀 판단하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저질러 버리는 것이 오늘날 젊은 세대의 행태이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쳐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의 본분에 맞게 행동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만 앙심을 품고 화풀이를 해버린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확고한 신념을 지키고 사리분별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화를 참지 못하고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데서 돌발 행동이 유발된다. 어떤 이유나 정당한 근거를 가지지 못한 채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뒷일에 대해 아무 대비도 없이 저질러진 일의 뒷감당은 모두 잘못 키운 부모의 몫이 돼버린다. 그것이 반사회적이든 비도덕적이든 상관없이 자기감정에 치우쳐 일으킨 사건이 대부분 문제이다. 정상적이고 제대로 된 교육과 사랑이 베풀어지지 않은 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조선 시대 연산군이 어머니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자랐다. 그리고 는 패륜을 저질렀고 폭군의 전형으로 후세에 악명을 남기게 된 건 절제하지 못한 인내심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자기감정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엄청난 실책을 저질러 결국에는 임금의 자리에서까지 쫓겨날 지경에 이르렀다. 그것은 한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고 왕조의 역성혁명으로 이어졌고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결과까지 가져오고 말았다.

담배 이야기를 하다가 역사까지 들먹이게 되었다. 아무튼,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은 결코 세상을 잘 살아가는데 암적인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충분히 숙고하고 이치에 맞는 처신을 하는 데도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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