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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을

도박

by 자한형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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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도박이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돈이나 재물 따위를 걸고 주사위, 골패, 마작, 화투, 트럼프 따위를 써서 서로 내기를 하는 일이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 노름, 도기, 돈내기, 박희 등이 있다. 이에 따른 속담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노름 뒤는 대어도 먹는 뒤는 안 댄다.노름하다 보면 따는 수도 있지만 먹는 일은 한없는 일이라서 당해 내지 못하므로 가난한 사람을 먹여 살리기는 어려운 노릇이라는 말일 게다. 노름에 미쳐나면 여편네[]도 팔아먹는다.사람이 노름에 빠지면 극도로 타락하여 그 밑천 마련에 수단을 가리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름은 도깨비 살림도박의 성패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어 돈이 불어 갈 때에는 알 수 없을 만큼 쉽게 또 많이 늘어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름은 본전에 망한다.잃은 본전만을 되찾겠다는 마음으로 자꾸 노름을 하다 보면 더욱 깊이 노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얼마 전 영화제목으로 나온 타짜라는 말도 이와 관련된 것이다. 타짜꾼이란 노름판에서 남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사람 이르는 말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남의 일에 공연히 훼방을 놓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도박의 일종인 고스톱이 있다. 고스톱은 화투놀이의 하나로써 기본적으로 3명이 노는데 민화투와 달리 홑껍데기로도 득점할 수 있으며, 일정한 점수를 얻은 사람이 스톱이라고 하면 놀이가 끝나고 라고 하면 추가 득점이 있을 때까지 놀이를 지속하는 룰을 가진 도박이다. 기본점수는 3점을 기본으로 한다. 처음 이러한 도박에 접하게 된 것은 60년대 말,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이었다. 부모님께서 동생들을 데리고 명절을 쇠러 고향으로 가 애꿎게 사촌형과 단둘이서 며칠을 보내던 때였다. 사촌 형은 중학생이었는데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어린아이에게 여러 가지 노름에 대하여 실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놀이를 가르쳐 주었다. 그 종류의 다양함에 놀랐고 기기묘묘하게 펼쳐지는 세계에 푹 빠질 만큼 신통방통해했다. 금전을 놓고할 수는 없었고 꿀밤을 맞는다든가, 팔뚝 맞기로 대신해야했다. 어린 마음에 그렇게 당하고 보면 객기도 생기고 이겨 보려고 애를 써보기도했지만 한 수 아래다 보니 번번이 당하기만 했다. 상대방과의 실력 차이도 차이지만 결국은 운도 상당히 작용하는 것임을 간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상을 살면서 여러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하기도 싫은데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게 되는 놀이판만큼 난처하고 고역스러운 것도 없을 것이다. 실력 자체가 고수들만큼 재빠름을 갖추지도 못했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의 대단한 배짱과 배포를 가지지도 못한 터라 순조롭게 판을 마무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판에 부득이하게 맞닥뜨려지면 제일 먼저 꽁무니를 빼고 피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이런 경우를 목격한 적은 있었다. 아주 젊었던 80년대 중반쯤에 있었던 일이다. 5명이 노름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물론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춘 쟁쟁한 사람들의 겨루기였다. 판을 지속한 것은 보름 정도였다. 처음 주도권을 가진 이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젊은 친구였다. 그는 점당 10원씩 하는 고스톱 판에서 28만 원을 잃고서 고스톱을 완전정복했다고 호언장담하던 이였다. 그러던 그가 비상한 머리로 판을 읽고 있었으니 상대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10여 일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자 실력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거덜이 나더니 끝내 손을 털고 나오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상당히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반짝이는 실력으로 초장의 분위기를 압도했지만 결국 노련한 친구들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던 것이었다. 역시 실력도 실력이지만 노숙한 경험이 우위였음을 보여주는 일례였다.

다음으로는 일주일 정도의 도박판이 벌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세 명 다 베테랑이었다. 전문가 수준의 높은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패는 물론이요 상대의 패를다꿰고 있을정도의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워낙 실력이 팽팽한 가운데 용호상박의 접전이었기 때문에 승패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결국 판을 접기로 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다른패에 끼여 판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실력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치는 대로 연속해서 상한가를 갱신하는 것에 옆의 관전자들도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관한 전설은 신화처럼 남아 있었다. 다섯 명이 고스톱을 쳤는데 4명 모두를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였고 고스톱의 귀재라고 할 만했다. 본래 승부사의 기질도 강한데다가 그런 승부를 즐기는 요령을 이미 터득해 있었다.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예전에 한창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정선카지노나 원정도박 등으로 인해 도박공화국이라는 불명예까지 따라다니며 나라가 망한다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정보화시대가 되고 투명한 사회가 되다 보니 노름이라는 것이 특별한 날 또는 명절 등에 가족끼리 정담을 나누는 보조물 정도로 취급되는 놀이 문화가 아닌가 한다. 사람이 앉아서 하는 것 중에서 제일 재미 있는 것이 고스톱이라고 한다. 하루 온종일 앉아서 실랑이를 하다 보면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것에 더하여 손실까지 보고 나면 속이 쓰라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속설 중에 돈잃고 속좋은 놈 없다는 것이 이를 적절히 표현한 것이다. 상습적으로 빠져버리지 않고 하나의 사교수단 내지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나름의 놀이문화로 용인되었으면 싶다. 도박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아니라 단순히 친목 도모의 창구로 또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성인문화로 이만한 재미가 어디 또 있을까. 각본없는 드라마가 시시때때로 연출되는 시나리오이기도 한 셈이다. 그것에 한번 빠지거나 중독되면 헤어나오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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