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유감
조직 생활을 하는 구성원으로서 출제를 하러 들어가는 것은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좋은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경험했던 출제위원이었던 것을 곰곰이 되짚어 보면 그렇게 좋고 영광스러운 것만이 아니었던 듯하다. 초보 직원시절부터 그렇게 시작되었던 출제위원의 꼬리표는 10여년이상 지속되었던 것이다. 매년 연례행사였고 어떤 경우에는 두 번씩 끌려가기도 했었고 어떤 때에는 특수직 승진시험출제에도 차줄되기도 했었다. 일단 먹고 입고 자는 부분의 해결은 전혀 문제가 없이 해결된다. 고역스러운 부분은 속박되어져 있다는 부분일 것이고 출제하고 시험이 끝날때까지 감옥생활과 비슷한 억류생활을 해야 하는 부분이 힘든 것이다. 처음 직원시절에 출제를 하러 들어 갔더니 다음에는 아예 회계까지 맡으라고 해서 이중의 부담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매끼니를 챙겨야 하는 것도 문제였고 간식과 기타 신문잡지 등을 챙겨 넣어주고 간식도 계속해서 공급을 하는 부분도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열흘 남짓이었지만 고생스러웠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책임자가 되어서는 매년 연례행사로 차출되어 갔다. 95년도에는 유일하게 차출되었던 것을 직속상관이 업무를 핑계로 빼내어주었다. 이제는 승진시험자체가 폐지된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있다. 20명내지 30명정도 수준에서 공동생활을 하다보면 서로간의 친목도모와 인간관계형성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고참 출제자로부터 많은 부분을 배우기도 했었던 터였다. 오래전에는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회장님의 직접적인 행차가 있기도 했던 적도 있었다. 어느 해에는 제대로 과목을 알지도 못하는 이가 차출되어져와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결국 새롭게 출제자를 물색해서 하룻밤만에 문제를 만들어 내기도 했었다. 4회를 들어가면 회장의 표창이 상신되기도 해서 표창을 받기도 했었다. 전설같은 얘기로 남아 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보자. 출제가 다 끝나면 여가시간이 조금 남은 기간이 며칠 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각자의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다섯명이 앉아서 출제수당을 가지고 판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동기녀석이 얼마나 판을 주물렀는지 백오십만원이 확보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머지 넷은 차표로 사용되던 토컨하나달랑 들고 귀가했다는 얘기가 남아있다. 그 다음부터는 그 동기생은 두 번다시 출제위원으로 위촉되지 못했다는 후문이 남았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동기생과 같이 출제를 들어갔다. 세명의 신출귀몰한 꾼이 들어왔다. 셋이 판을 벌이고 관전을 했었다. 며칠을 해도 승부는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판이 깨어지고 말았다. 하부리그가 있었는데 그 패에 동기생이 들어갔다. 연달아 상한가를 두 번 치고나니 모두들 그 기술에 혀를 내두르더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대비되는 기술의 진수를 보는 듯했다. 전체패를 다꽤고 있다고 하니 누가 그것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직원채용 시험에 대한 출제를 갔을 때 조합의 부장급 직원들과 같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 직원중에 기막히게 말솜씨를 자랑하던 이가 있었다. 마지막 저녁 회식에서 그 사회솜씨에 경탄을 금치 못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이런 출제의 후일담도 아련한 추억거리로 남겨지게 되었다. 중앙회직원과 조합직원의 시험이 한달간격으로 치러졌었다. 지금은 다 같은 날에 치루어지지만 말이다. 그 때 당시의 출제에 따른 비용 부분은 거의 억원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얘기가 되었다. 그래서 응시료를 받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여관급의 장소에서 시행이 되었으나 나중에는 호텔급으로 격상되기도 했었다. 서울외곽의 한적한 곳에서 보름여동안 고생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2000년대 초에는 마지막으로 차출이 되어 출제를 하던 차에 모친의 병환이 발생되는 바람에 빠져나오는 행운을 얻기도 했었다. 시험이라는 것이 우리사회에서는 하나의 통관의례처럼 되어져 있다. 고시라고도 할만큼 힘들고 어려웠던 듯하다. 어떤이는 10년에 걸쳐서 시험을 보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평생을 그 승진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기도 했었다. 사람의 능력을 모두 그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제도화되었던 것이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이 순작용을 했던 역작용을 했던간에 우리 조직의 힘을 상승시키는데는 일조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