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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참척

by 자한형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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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척

얼마 전이었다. 다급한 문자가 친구로부터 왔다. “OO 아들 사망 서울대 분당병원 발인 모일 모시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하기 어려운 문자였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십대 초반의 아들이 어떻게 그렇게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는 말인가. 당사자인 친구에게는 연락두절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내용을 알아보려면 직접 문상을 가보는 수 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조문객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들은 무척이나 붐볐다. 조의를 표하고 좌정해서 살펴보니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옆좌석 가족의 자리에서 대성통곡이 시작되었다. 설움이 복받쳤는지 그치기가 쉽지않은 곡을 해대기 시작했다. 마음이 미어졌고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옆 귀퉁이에 앉아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대충의 사연은 이러했다. 6개월전에 입영을 한 친구아들은 훈련소 5주간의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고 한다. 운전병으로 보직을 받고 생활을 하였단다. 3주전에 면회를 갔었다고 한다. 엊그제는 34일간의 휴가를 나와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야할 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는 와중에 귀대가 싫어 10층 아파트 아래로 투신을 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전해진 것으로는 우울증이 왔다는 것이었다. 부대내에서의 언어폭력, 가혹행위 등에 의한 것으로 추측될 뿐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모친은 넋이 나간 상황이라고 했다. 천금같은 아들을 잃었으니 그 슬픔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고 쉬이 짐작이 되었다. 친구의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귀대하루 전에는 63빌딩에 가서 가족끼리 식사까지 했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을 참척이라고 한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본래 불효중의 불효가 그렇게 먼저 세상을 버리는 것이다. 그속에서 애물이 나왔다고 하고 애물단지란 것도 그렇게 유래가 되었단다. 본래 어린시절 유명을 달리하게 되면 단지에 봉인해서 묻게 되는 데 그런 속에 유래된 것이 애물단지라고 하며 애물도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단다. 부모 먼저 세상을 떠나거나 젊어서 죽게 된 것을 악상이라고 한단다. 어떻게 위로의 말을 찾을 길이 없었다. 하나 의문점은 휴가온 기간 내내 그렇게 부대에서의 전화가 매일같이 왔다고 한다. 부모가 돌아가시는 것을 천붕이라고 한단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세상에서 더할 나위없는 슬픔 가운데 가장 아픈 슬픔의 하나이리라. 그런만큼 자식을 잃는 부분도 큰 아픔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슬픔과 아픔을 느끼는 이는 물론 당사자인 부모일 것이다. 그런 예를 조금만 알아보자. 한국의 대표적인 여류작가가 장성한 아들을 잃었다. 청운의 꿈을 펼칠 꽃다운 나이에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슬픔에 잠겨있고 아픔에 고통스러워 하는데 세상은 서울올림픽의 열기에 휩쌓여 흥청망청 호기롭기 돌아가는 것에 저주를 퍼부었다. 그녀는 얼마 전에는 남편까지 잃은 상황이었다. 왜 자신이 그런 고통과 아픔을 당해야 하는지 절대자에게 간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산에 있는 수도원에 가서 그 답을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에 그 어느 누구도 답을 줄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속에서도 끊임없이 자문하고 자학해가며 왜 그런 고통을 당해야할 만큼 자신의 죄업을 컸었는지를 자책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좋아했던 글을 쓰는 것도 절필하고 일체의 외부활동도 끊고 세상과의 단절도 불사했었다고 한다. 그런 다음 그녀는 다시 또 도미해서 딸네내에 머물며 자신에 닥친 불행과 아픔에 대해 절망해 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해 내었고 감내해낸 듯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세상과 소통을 이루어 내었다. 다음으로는 도꾸가와 이예야스의 아들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불모의 인질 생활을 했었다. 두견새가 울지않으면 울때까지 기다린다는 인내의 화신이었다. 다데 마사무네는 내가만약 10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두견새가 울었을 텐데라고 했단다. 그는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항상 곤궁한 때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으며 근검 절약이 몸에 베여 있었던 대인이었다. 그런 그가 겪어야 했던 아들의 죽음에 대한 것은 전국시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고 가슴속에 응어리나 앙금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가 원정을 나가 있는 사이 아들은 어머니와 짜고 적국의 스파이의 농간에 의해 반역을 획책했다. 강대국의 압력에 의해 그가 내린 결정은 아들의 자결을 명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의 분신같은 아들에게 자기스스로 죽음을 명한다는 것은 웬만한 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아픔과 우여곡절 등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통해 전국을 통일하는 대업을 완성시켰다. 아들뿐만 아니라 부인까지도 죽임을 당하게 했던 것은 그 과정이 어찌되었던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또다른 아들 다섯째와는 전국의 국운을 결정짓는 전투에 늦게 참여 했고 제대로의 군령을 지키기 않았다는 것으로 해서 죽을 때까지 아비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엄명을 내리게 된다. 참으로 대단한 의지와 신념이 아닐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성천 유달영님의 아들을 잃은 후의 슬픔에 관한 것이 있었다. 어린나이에 뇌종양으로 아들을 잃게된 선생은 그 아픈 마음을 그렇게 달래고 있었다. 하늘이 내게 그 슬픔을 통하여 내 영혼을 정화시켜주기 위해 그런 고통을 당하게 했으니 얼마나 고마워 해야할 것인가 하면서 자신을 추슬러 가고 있었다. 보통의 범인에게는 성자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을 듯하다. 일상사에 자주 빚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런 일들도 일어나는 것이 인생사로 여겨진다. 애통해 하고 아파해하고 비운에 간 아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 살 희망과 의욕이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생이고 삶이리라. 일상적인 문상이 아니라 젊은 이의 죽음은 정말 가슴아픈일이고 있어서는 안될 일일 듯하다. 청운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채 영면하게 된 젊은 넋의 극락왕생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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