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와 오복
언제부터 치아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회상해보면 대략 중학교 2학년정도였던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 시절에는 먹고살기에 바빴던 시절이라 제대로 된 치과라든가 병원은 엄두도 못 낼 처지였다. 흔히 사사배이로 통하는 무허가 치과의의 집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충치치료를 받았고 가난한 살림에 그것도 아주 큰 호강으로 여겼었다.
치아는 척추동물의 입에서 소화를 돕는 기관이다. 음식물을 잘게 씹어 으깨거나 발음을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러다 군시절에는 앞니를 부러뜨리는 사고를 당해서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앞니 세대를 만들어 넣었다. 제법 제대로 된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다. 부모님을 살펴보면 부친은 차아에 관해서 관리를 잘하신 탓인지 타고난 체질 탓인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반면 모친은 그러질 못했다. 그런 후에 2000년경에 치과를 갔는데 전체 X레이를 찍었고 치아보다는 턱뼈에 문제가 있다는 소견과 함께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판정을 받았다.
턱은 척추동물에서는 안면의 주요한 일부를 이루고 위턱과 아래턱으로 나뉘어, 쌍을 이루고 섭식에 도움이 되는 기관이다. 원구류에는 턱이 없고 입으로 흡착하여 섭식하는데 어류에서는 상하의 턱이 비로소 제1새궁의 뼈에서 생긴다. 그런 턱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앞쪽부문에서부터 귀밑부분까지 광범위하게 뼈부분이 상해 있었던 것이다. 거의 7년 정도의 기간 동안 손상이 되어온 것이다. 오랫동안 진행이 된 부분이고 그것은 변해버린 뼈부분을 긁어내고 새로운 뼈가 생성되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맨 안쪽 어금니를 빼고 그 쪽을 통해서 문제가 된 부분의 턱뼈의 손상된 부분을 긁어내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었고 상당한 실력과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었다. 마침 집사람의 친구 남편이 가톨릭의대를 나와 독일까지 유학을 다녀온 전공의로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수술은 상당히 오래 걸렸고 여러 가지 고통을 야기 시키는 일이었다. 그런 연후에 다시 또 문제가 발생되었다. 그것은 턱뼈를 긁어내고난 후 턱뼈의 연결부위가 약해졌고 그 약해진 부위가 끊어지는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약해진 연결부위에 대한 보강을 가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를 불거지게 만들었다. 가느다랗게 남아 있던 턱뼈부분이 조그만 충격에 부러져 버린 셈이었다. 소위 말해 턱이 빠져버렸다는 것과 같은 증상이 생긴 것이다. 즉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정말 기상천외한 일이었다. 아구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일상사에서 필요한 일이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되면 입을 벌리고 있는 상태가 되어 자유롭게 입을 다물 수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요, 보통사람은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음식물의 취식은 물론이고 입을 다물었다가 벌리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입을 다물려면 별도의 손으로 다물게 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한번 상상을 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곤욕스러운 일인지 느껴볼 수 있을 듯하다. 이제는 얼마만큼 치료가 되었지만 아직도 완전한 형태로의 복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신경이 손상되어 80%정도 밖에 복원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무감각한 부분인 채로 남아 있다. 즉 손상된 턱뼈에 있던 신경조직은 원상태와 같은 수준까지는 회복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참 광고에 나오는 한 장면 같은 통상 씹는 즐거움이라고 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기본적인 생활 아니, 생존의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까지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보철물을 통해 턱과 귀밑을 연결해서 고정을 시키는 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뼈가 새롭게 다 차오른 연후에는 철제로 된 보철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 후에 한동안 어금니가 없는 상태로 10년 정도를 지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아래쪽 어금니의 임플란트 시술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오랫동안 이빨이 없었던 관계로 윗치아가 내려앉아 있는 상태여서 이빨을 좀 더 깎아 내린 다음에 임플란트를 해 넣게 되었다. 세상을 바쁘게 정신없이 살다보니 참으로 무심해지는 것이 건강이란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오른쪽 어금니까지 문제가 생겼다. 결국 그쪽도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를 시술하게 되었다. 치과에 가니 치간치솔의 중요성을 얘기해서 하다 보니 음식물이 치간에 정말로 많이 끼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치아건강은 오복의 하나라고도 하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속설이고 건강의 시작이 치아와 턱에서 시작되는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오복(五福)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이르는 말인데 그 각각의 복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첫째, 수(壽)이다. 오래오래 죽지 않고 천수(天 壽)를 다하는 것을 이른다. 두말 할 것 없이 오래 살아야 그게 제일 으뜸 되는 복이라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사실은 부귀도 영화도 오래 살아야지만 누릴 수가 있다. 이 복이 없어 단명(短命)으로 죽어 버린다면 부귀, 영화, 모든 것은 끝나 버리기 때문이다.
둘째, 부(富)이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남을 괴롭히지 않으며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재물을 소유하는 것이다. 한 평생을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려면 넉넉한 재물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육신이 아무리 건강하고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늙어서 그 여생을 유지하고 지탱해 갈 제대로된 재물이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는 말일 것이다.
셋째, 강녕(康寧)이다. 강(康)은 육체적 건강을 말하고 령(寧)은 마음의 건강을 의미하는 것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하게 사는 걸 말한다. 즉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한 상태를 강녕이라 한다. 아마 치아건강도 여기 육체적 건강을 의미하는 강(康)에서 비롯된 말이 아닐까한다. 사실 사람의 행복은 건강에 의해 제일 크게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넷째, 유호덕(攸好德)이다. 덕을 좋아하는 일상적 태도로서 남에게 늘 주는 연습을 하고 남을 도우려 애쓰며 건전한 마음과 평온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덕(德)을 적극적으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뜻인데. 오복의 조항중 이 네 번째가 가장 철학적이면서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부분이다.
다섯째, 고종명(考終命)이다. 일생을 깨끗하고 건강하고 덕을 좋아하며 주변에 많이 베풀고 적당하게 오래 살아 마지막 죽음에 임해서는 고통 없이 평온한 모습으로 생을 마쳐야한다. 고종명이란 첫 번째인 수(壽)와 세 번째의 강녕(康寧)을 포괄적으로 포함한 것으로써 건강하고 편안하게 무사한 삶을 명대로 살다가 깨끗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세속적인 의미의 호상(好喪)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오복에는 따로 들지 않지만 치아관리는 무척이나 중대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치아에서부터 소화도 시작이 되고 그것에서 건강한 섭생의 출발이 있게 되는 것이다. 항상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되는 것이 음식물은 20번씩은 씹어야 한다고 한다. 치아를 잘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첫 출발점임을 누구나 깊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모두 치아관리를 철저히 해 건강한 행복을 세세연년(歲歲年年) 누리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