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마음, 설레는 남도여행
첫날: 2023. 2. 26.(목) / 9,618보 6.77km, 390Kcal
[송파역(출발)-교원대 풍년칼국수–사천케이블카(초양마을,각산)–송포끝집(저녁식사)-거제도 브릿지호텔(숙소)]
오전 7시 10분, 캐리어와 손가방을 들고 미사 광역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제법 쌀쌀한 맑은 날씨였다. 정류소에 도착해 줄을 서서 잠실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미사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의 마지막 정류장이다 보니 빈 좌석이 없었고, 입석이 불허되어 마냥 기다리다 버스 4대를 그냥 보내고, 겨우 연이어 오는 2층버스를 탈 수 있었다. 경기도로 이사한 후 출근길 고충을 체험했다. 올림픽도로의 교통체증도 만만치 않아 8시 10분에 잠실역 광역환승센터에 내렸다. 출근 인파가 많아 송파역으로 가기 위한 8호선 환승도 쉽지 않았지만 지하철도 만원이어서 하마터면 내리지 못 할뻔했다. 이동하는 중에 일행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받을 경황이 없었다.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라는 얘기였다. 8시30분 미팅 시각을 20분이나 지각하고 도착하니 연애인이 타는 솔라티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하는 일행은 우리 부부를 포함해 다섯 부부로 중국 동북지방의 심양을 여행한 후 국내 남도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로 미뤘던 여행을 5년 만에 함께하게 되었다.
쏠라티에 승차하니 연애인이 된 기분이었다. 15인승 쏠라티가 10좌석 프리미엄으로 배차되어 편안한 장거리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운전은 1종 보통 운전면허를 가진 세 분이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2시간 후에 충북 청주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oo부부와 합류해 심양회 완전체가 되었다. 근처의 풍년칼국수 식당에서 칼국수와 떡국으로 점심을 먹고 강내농협 하나로마트 내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라떼 등을 시켜서 먹었다.
다음 행선지는 사천해상공원이었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진주IC에서 나와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사천해상공원으로 향했다. 약 3시간이 지나 도착했다. 평일이라 많은 관광객이 운집한 것은 아니었다. 사천케이블카는 사천 삼천포항에서 남해 창선대교와 유사한 동선을 가진 케이블카였다. 사천바다케이블카는 대방, 초양도, 각산 깨의 정류장에서 승하차를 하며 총 3번을 타는 코스로 산과 바다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초양도로 향하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한려수도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멀리 북서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아스라이 실루엣처럼 보이고, 남쪽으로는 통영의 사량도가 선명하게 보였다. 옆으로 봉화대도 보였다. 초양도에서 하차하여 별도의 입장료가 있는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을 지나 죽방멸치 선착장에서 타이타닉 포즈로 부부사진을 찍었다. 초양마을의 한적한 해변길을 산책했다. 바닷가 갯바위에서 조개를 캐는 아낙네, 마을의 길고양이 등이 정겨움을 더했다. 맑은 바닷물을 맛보며 인증샷을 남겼다. 다시 각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 올랐다. 각산에서 바라본 전망은 서쪽 하늘의 지는 햇볕과 잔잔한 파도에 반사되는 햇살, 작은 섬들이 어어우러진 한려수도의 비경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해상에 펼쳐진 여러 섬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놓았고 남쪽 겨울 바다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쏟아냈다.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움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었다. 거제도의 해안가에 있는 저녁식사 장소인 송포끝집을 향해 한 시간 정도를 달렸다. 거제도의 거제대교를 건너 한 한적한 해변가의 2층 식당이었다. 해넘이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붉은 노을의 여운과 연육교의 조명, 작은 등대가 바다에 비쳐 해외 여행을 온 것 같은 감탄에 젖어들었다. 식당은 은은한 조명빛과 나무색의 벽, 창밖으로 보이는 해변이 거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아주 독특하고 매력적인 분위기에 맞춘 전복, 비빔국수, 미역국 등의 메뉴에 취해 한 잔의 반주에도 멋을 더했다. 이제 숙소로 이동하면 남도여행 첫날이 종결되는 셈이었다. 거제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핫플레이스에 위치한 거제도의 브릿지호텔이었다. 여장을 풀고 회원들은 다시 한 호실에 모여 뒤풀이를 이어갔다. 치킨과 생맥주, 심양에서 가져온 고량주로 여행의 후일담과 추억여행을 되새기며 오랜기간 하지 못했던 여행의 회포를 풀었다.
둘째날: 2023. 2. 27.(금) / 10,913보-7.75Km –441Kcal
[간편조식-매미성-진해해상공원(우도)-대어횟집-화개악양농협하나로마트-하루해 한옥펜션-바베큐 식사]
바다 전망 호텔 객실에서 7시 10분쯤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었다. 거제대고 건너편 산등성위로 떠오른 해는 언제나 그렇듯이 장엄한 일출을 보여주었다. 순식간에 떠오르는 짧은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호텔에서 준비한 토스트, 삶은 계란, 방울 토마토와 우유로 이루어진 간편식으로 객실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캐리어에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서자 앞에 보이는 거제대교가 압권이었다. 천국의 계단과 비슷한 모양의 포토존은 아래가 낭떠러지처럼 공중에 떠 있어 다소 아찔했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인증샷을 남겼다. 부지런한 정국장님 부부는 벌써 거제대교 아래쪽까지 산책하고 왔다. 모두 쏠라티에 올라 둘째날 여행의 즐거움으로 들떠 재잘거림으로 여정을 힘차게 시작했다. 첫 행선지는 매미성이었다. 숙소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거제 장목면의 매미성이었다. 거제 중심부 고현 등지를 지나 장목면에 도착했다. 거제는 모두 다리가 연결되어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세 번째로 큰 섬이고, 김영삼 대통령의 고향이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씨가 홀로 설계도 한 장 없이 성을 쌓았다고 한다. 길 건너에 차를 주차하고 아름드리 고목이 지키는 마을 입구에서 특산품인 김, 강황 등을 파는 상점을 지나 기대하던 매미성에 도착했다. 몽돌 해수욕장 위로 몽돌과 석재로 쌓아 올린 성은 유럽의 정교한 성에 못지않은 경관으로 스페인의 고성의 축소판과 같았다. 혼자서 어떻게 이런 돌성을 쌓았는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작품이었다. 매미성은 TV에서도 방영되어 꽤 유명한 장소지만 인파로 북적이지는 않았다. 성 곳곳을 둘러보며 바닷가로 내려와 몽돌해변을 잠깐 걷고 거가대교와 해저터널을 거쳐 다음 행선지인 진해 해상공원으로 향했다. 거가대교에서 바라본 바다는 한려수도의 아기자기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한폭의 그림같은 해상 풍경은 감탄을 자아냈고 바다의 장엄한 모습에 입이 벌어졌다. 부산의 강서지역에 도착해서 진해IC로 진입해 진해 해상공원에 도착했다. 짚라인을 타고 섬으로 들어가서 배를 타고 나오는 계획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지난 해 가을 사고로 인해 짚라인 가동이 멈춘 상태였다. 돛단배 모양을 형상화한 건물이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다리가 인상적이었는데 눈으로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데크로 조성된 해안가 산책로와 다리를 걸어서 건너 우도에 들어갔다. 우도를 대통령의 별장지로 착각하여 뉴스화면에 나왔던 박 전대통령의 모래밭에 쓰든 글씨를 썼던 백사장을 찾아보려 했으나 한바퀴 돌아보아도 백사장은 찾을 수 없었다. 저도를 우도로 착각했던 것이다. 대통령 별장지인 저도는 문 대통령 이후 국민에게 되돌려져 관광이 가능하다고 했다. 점심식사 장소가 마땅치 않아 마산 쪽의 진동횟집과 인근의 횟집 중에 가기로 하고 투포한 결과, 진동횟집까지는 38Km거리에 한 시간이 소요되어 인근 대어횟집으로 결정했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횟집이어서 미리 메뉴를 주문하고 출발했다. 먼저 멍게가 서비스로 나와 좋은데이 술에 멍게를 한점씩 맛보았다. 모둠회, 매운탕,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도다리쑥국을 주문했다. 여러 종류의 회와 세꼬시가 조금 담겨있었고, 싱싱한 횟 맛이 입에 착 붙는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모두 감탄을 쏟아내며 흡입을 했다. 가게 사장님은 물회를 가장 잘한다며 추천했으나 우리는 주인장에게 매운탕에 라면사리를 넣어달라고 했더니 손사래를 쳤다.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황소고집이 느껴졌다. 소주에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옆에 있는 까페 2층에서 차를 마셨다. 신기하게도 행운목이 함초로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보기 어려운 행운목 꽃을 보았으니 여행하는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올 모양이다.
다음 행선지는 진양호 공원이었다. 진해를 빠져나와 2번 국도를 따라 이동했다. 부산에서 고향 의령으로 가던 길이었고, 오래 전에 아들 둘이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했던 길이다. 비가 내려 우의를 입고 자전거를 탔던 아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공원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진양호 풍경은 강원도의 파로호, 대청호, 소양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저 멀리 댐도 보였고 지리산의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산 능선이 아스라이 조망되었다. 평일이라 관광객이 많지않아 차분하게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고 서 있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조성된 듯한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에 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진주 촉석루를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 여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제 오늘의 숙소인 하루해 한옥펜션으로 이동할 것이다. 하동 악양면에 소재한 한옥펜션은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초기 배경이자 주무대였던 평사리 인근이었다. 저녁식사는 바비큐를 직접 해먹기로 했기에 화개악양농협의 하나로마트에서 필요한 음식과 지리산 고로쇠물을 한 통 사서 오후 5시 30분쯤에 숙소에 도착했다. 펜션 사장님이 바베큐를 할 수 있도록 숯불을 피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야외에서 숯불에 목살과 등심, 쏘시지를 구워 먹으니 불맛을 입은 고기가 별미였다. 날씨가 조금 흐린 탓에 쏟아져 내릴 정도의 별을 볼 수 없음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바베큐를 끝낼 때 쯤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회합의 장소를 실내 공용식당으로 옮겨 분위기를 이어갔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안치환의 노래와 ‘목마와 숙녀’, ‘낙타’,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등의 시낭송을 들으며 낭만을 즐겼다. 문과 출신이 많아 그 운치와 감흥을 즐기며, 같이 시귀를 읊조리기도 했다. 이야기는 돈황석굴, 막고굴에 얽힌 얘기, 상서홍의 열정과 삶 과 역사 등으로 이어지며 늦은 시간까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일행 중 한 분은 동네한바퀴를 시도해 보려고도 했으나 워낙 칠흑같은 어둠 속이라 쉽게 나서볼 수도 없었던 듯했다. 따뜻한 방바닥에서 잠에 취하여 쌓인 피로를 풀었다.
샛째날: 2023. 2. 28.(금) / 13,161보 – 9.38Km – 541Kcal
[하루해 한옥펜션–화개장터 이시마표고버섯밥–대나무숲길 산책-라프라타(찻집)-사성암–가마솥추어탕(청주)-송파역(해산)]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평안했다. 뜨끈뜨끈한 온돌방의 군불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한옥이 가진 정취에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산골의 조용한 분위기 참으로 고즈넉한 조용함에 흠뻑 빠졌다. 아침 8시 30분에 일행 모두 인증샷을 찍고 출발했다. 아침식사를 위해 섬진강변의 벚꽃길을 달려 화개장터에 있는 이시마표고버섯집에 도착했다. 주인장은 화개장터에서 단일메뉴로 맛집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 TV에 출연한 영상도 보여주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며, 표고버섯 티백을 이용한 차를 제공하기도 했다. 콩나물, 무채, 시금치나물, 우엉, 산나물무침 등 각종 나물과 재첩국이 나와서 돌솥밥을 비벼서 먹기에도 좋았다. 건강한 아침밥상으로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아 칭찬했다. 화개장터에서 작은 다육식물 화분 무척 싱싱하고 싸다며 다섯 개를 구입하기도 했다. 경상도에서 다리를 건너 전라도 구례 대나무숲길로 향했다. 담양의 대나무숲 길, 울산 태화강변의 대나무숲 길과 대비되는 길이었다. 대나무숲길이 길진 않았지만 중간중간에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의 시도 있었고 포토존도 만들어져 있어 섬진강변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환담하면서 천천히 대나무숲길의 산책을 마친 후, 핫 플레이스인 라플라타에 들어갔다. 넓은 창을 통해 섬진강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빵과 커피를 마시며 호사를 누렸다. 느리게 흘러가는 섬진강에 오리들이 유유자적 헤엄치는 모습은 강의 풍경화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아름다움이었다. 곧바로 귀성하려다 화엄사의 사성암을 들러보자는 뜻이 모아져 맞은 편 정상에 보이는 사성암으로 향했다. 사성암 주차장에 주차하고 마을버스로 사성암까지 산길 3Km를 올라가야 했다. 산길인데다 길이 좁고 꼬불꼬불한 길이었는데 곳곳이 도로 공사 중이라 포클레인이 땅을 파고, 시멘트도 도로 위에 쌓여있었다. 사성암은 구례 오산에 위치한 화엄사의 말사로 알려진 유명한 암자다. 오산은 소금강이라 불릴정도의 빼어난 절경을 가진 곳이다. 4대 고승이 수행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처음엔 오산암이라 했다가 원효, 도선국사, 진각, 의상이 수도를 하였다고 사성암이라 불린다. 바위에 음각된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었고,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소원을 비는 바위도 있었다. 503나한전, 삼신암 등 여러 암자들이 산재해 있었다. 아내는 공양미와 공양초를 사서 소원을 빌었고 암자마다 삼배를 올리기도 했다. 어린 아이, 지팡이를 짚은 노인까지도 암자 곳곳을 다니며 공들 들이고 있었다. 사성암을 돌아본 후 내려올 때에는 봄비가 머리에 소복이 내렸다. 공사하는 흙이 비에 젖어 도로가 미끄러워 마을버스가 미끌리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귀경길에 올랐다. 청주의 지역맛집인 가마솥추어탕에서 추어탕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미꾸라지 튀김에 반주를 한잔을 곁들여 식사를 마치고 정국장 부부와 작별을 고했다. 쏠라티로 귀경하는 길은 거북이 걸음을 하는 일반 차로와 달리 버스전용차선은 뻥 뚫려 상대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 도착예정시간은 오후 7시 10분, 렌터카 회사 직원에게 차를 인계하면 마무리가 되는 셈이다. 2박 3일간 좋은 사람과 함께한 남도여행이 마무리가 되었다.
심양모임은 2018년 중국 동북부 심양을 여행했던 다섯 부부의 모임이다. 당시 송부장이 심양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원이 충청도 출신이어서 생소하고 낯선 경상도와 전라도 쪽의 여행이어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장으로의 여행이기도 했다. 아주 귀한 시간을 할애한 여행이었기에 무척 귀한 경험이었고 기쁨 가득하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곳들을 둘러본 소중한 기회를 가졌고 멋진 곳에서 맛있는 식사와 활기찬 여행이 되도록 세심하게 준비해 주신 회장님, 총무님께 감사드린다.
심양모임에서 주나사로 이름을 바꾼 여행,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 한 해 하시는 일 모두 대박나시고 만사형통하여 화기만당한 가정 이루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