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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엄동설한의 차가운 바람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계절이 지나고 이젠 만물이 소생하고 꽃이 피는 봄이다. 언젠가 동남아를 여행하던 중에 그곳에 없는 계절이 겨울임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먹는 팥빙수의 얼음조각 덩어리에 관해 그것이 겨울의 눈으로 만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그곳에서는 정설로 되어 있다는 허무맹랑한 얘기를 들었다. 반면에 북유럽이나 시베리아 같은 곳에서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얼어붙은 동토의 땅에서의 생활을 영위해 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보통의 나라들이 갖는 짧은 기간의 겨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나긴 겨울을 지내야 하는 상황과 여건 속에서의 삶이 있다. 러시아에는 혹독한 겨울의 추위가 찾아온다. 11월부터 시작되는 겨울은 거의 7개월 동안 지속된다. 5월까지도 눈이 내리기도 한다. 모스크바에 눈이 내리면 3단계에 걸쳐 눈을 제거하는 제설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언제 눈이 왔는지도 알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눈을 치우고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닥터지바고의 인상적인 한 장면 중의 하나는 얼음궁전이리라. 꽁꽁 얼어붙은 얼음궁전에서 얼어붙은 창문을 깨고 멀리 떠나는 연인인 라라를 통렬하고 애절하게 바라보는 유리 지바고의 작별신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었다. 러시아인들은 겨울이 되더라도 결코 외출, 산책 등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얼음을 깨고 얼음물에 들어가 입수를 하고 알몸으로 수영을 즐긴다. 모스키(모스크바인의 약칭)들은 한겨울에 오페라, 발레 등의 공연을 즐기고 문화 예술을 향유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털어놓는 얘기에 놀라게 된다. 영하 40도가 아니면 추위가 아니다. 술도 40도의 알콜도수가 아니면 진정한 술꾼이 마셔야 할 술이 아니다. 그정도의 알코올 도수가 되어야만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독한 술로써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을 나선다고 하면 최소한 400킬로미터 이상의 거리를 이동해야 여행다운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는 호기로움이 러시아인들에게 있다. 겨울의 묘미는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버텨내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겨울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여긴다면 봄, 여름, 가을 동안 씨 뿌리고 키워내고 수확한 수확물을 충분히 비축하고 저장해서 전혀 경제활동이 어려운 겨울에 대비하여 차가운 겨울 악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슬기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의 지혜이리라.
우리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수려한 금수강산을 가진 축복받은 민족이라고 자부하고 지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척박한 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그리고 부족한 자원빈국에서 오로지 원망과 한탄만으로 체념하고 한 많은 세상을 살아오고 영위해 온 것인지 알 수 없다. 얼마전 우리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객관적이고 국제적인 인증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게는 구태의연한 구습이 잔존해 있고 피해의식, 패배주의, 내로남불 책임전가 등 남의 탓을 일삼는 구습이 만연해 있다. 근대 자본주의가 형성되던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가졌던 교양과 재산을 가진 성숙한 시민의식이 제대로의 근대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우리에게 형성되어 있는가. 새로운 수필집 덕향을 펴내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 2년간의 일상이 주마등처럼 파노라마같이 지나간다. 제대로 회합이나 모임도 못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묶여 가족간, 친구 간 절연의 상태로 지냈던 지난 시간이 어쩌면 혹한 속의 겨울잠을 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인간관계인데 그런 인간관계 속에서의 필수적인 부분은 서로 간의 교감과 정서적인 공감을 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세월을 보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다 잊고 지냈던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의 친구, 지인, 친인척 가족 등의 경조사에의 참석도 요양원, 요양병원 등의 대면적인 면회 자체도 힘들었고 어려웠다. 해외여행은 말할 것도 없었고 국내여행마저 경원되었고 눈치를 봐야할 지경이었다.
요즘에 와서는 우리의 K-문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시대에 이르고 있다. 우리의 영화, 드라마가 칸과 아카데미를 점령하고 우뚝섰다. 또한 BTS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오랫동안 점하기도 했다. 폭력과 마약과 선정성에 식상해진 세계인들이 이제는 우리의 전통문화 우리의 고유의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한국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리라. 유럽의 영화 연극 오페라 기타 영상문화 예술 등은 모두 미국의 할리우드에 압도당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정도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영화, 드라마, K-팝 등처럼 이렇게 세계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킨 전레가 없는 일이다. 우리의 저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한창 뜨겁게 타올랐던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마무리 되었다. 세계인의 축제였던 셈이다. 카타르라는 중동의 조그만 나라에서 세계인이 몰려들고 코로나19로 누려보지 못했던 제대로 된 행사를 하는 셈이다. 이제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치르고 있다. 우리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수유칠덕(水有七德)이라는 노자의 말씀이 있다. 인간 수양의 근본을 물이 가지 일곱 가지 덕목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첫째 겸손이다. 물은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른다. 둘째는 지혜다. 물길이 막히면 돌아간다. 물은 막힌 곳을 고집하지 않고 돌아갈 줄 아는 것을 지혜라 한다. 셋째 포용력이다. 물은 무엇이든 받아준다. 넷째 융통성이다. 물은 형태가 없다. 물이 담긴 그릇의 모양대로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융통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섯째는 용기다. 때로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폭포, 때로는 수증기로 증발해버리기도 하며 몸을 부수는 여러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섯째는 인내다. 물은 바위도 뚫는다. 하루아침이 아닌 오랜시간 끈기와 인내로 원하는 바를 이뤄낸다. 일곱 번째는 대의다. 물은 결국 바다가 된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처럼 수유칠덕도 인간이 간직해야 할 명언이고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살면서 명심해야 할 경구가 아닐 수 없다. 옛말에 이르기를 난향백리, 묵향천리, 덕향만리라고 했다. 인간이 가진 품성과 덕성, 인품은 말없이 그렇게 인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졸저 덕향(德香)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많은 도움을 준 이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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