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놈 위에 노는 놈
무릇 사람이라면 항상 오래된 것에 익숙해지려는 경향이 있다. 본래 전해온 것은 기는 놈이 있고 그 위에는 뛰는 놈이 있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것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이 세 가지 부류가 익숙한 상태고 그런 줄로만 아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나는 놈 위에 ‘노는 놈’이라는 새로운 것이 등장했다. 명지대 김정운 교수가 내놓은 것이 노는 놈이라는 것이다. 장수를 구분할 때에도 세 부류가 있었다. 맹장, 지장, 덕장이었다. 삼국지를 빗댄다면 맹장은 장비정도이고 지장은 관우 덕장은 유비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복장(福將)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노대통령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김교수의 군장병을 상대로한 강의를 들어보자. 나는 군 생활을 할 때 고참들을 위해서 하루에 평균 세통의 연애편지를 써주었다. 그리고 내가 써준 편지는 꼭 답장이 왔다. 그것은 일생을 살면서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얼마전에 일본에 교환교수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글을 썼다. 그런 것이 나의 큰 장점으로 작용이 되었다. 13년간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도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았고 행복해했다. 집사람과 산책을 하며 몇 시간 동안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여자가 잘나고 똑똑하고 멋있다’ 라는 것인데 그것을 여러 가지로 얘기하며 즐거워하고 감탄해하고 호응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비유적으로 얘기하는 노는 놈은 가장 쉽게 예를 든다면 베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솝우화에 의하면 베짱이 여름내 놀다가 겨울이 되면 겨울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식을 얻으러 개미에게 구걸하러 다녀야 마땅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 얘기는 이렇게 변질이 되었다. 개미는 워낙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허리에 디스크가 와서 여름내 모아두었던 양식을 팔아 디스크 치료비로 다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그럼 베짱이는 어떻게 겨울을 보내고 있을까. 베짱이는 디스크에 걸려 치료받는 개미들을 모아놓고 토크쇼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재미있게 여름을 보냈는가를 얘기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이고 오래된 패러다임으로 얘기되던 것은 근면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었고 그렇게 사는 것이 정도인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되면 제일먼저 회사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근면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근면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부분은 기계가 대신하거나 외국노동자로 대체해서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게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노트북을 고를 때를 생각해보자. 성능이나 속도 등은 다 비슷비슷해서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트북을 고를 때의 기준이 되는 것은 예쁜 것, 가벼운 것, 만져서 기분 좋은 것 그런 것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재미있게 해야 한다. 거꾸로 메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식으로 체념하고 억지로 생활해서는 군 생활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고 한다. 창의적인 것은 첫째 재미라는 것이 창의적인 것과 동의어라는 것이다.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남들이 듣도 보도 못한 것, 상상도 못한 것이어야 한다. 다르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어로 버프렘덩(verfremdung)이라고 한다. 낯설게 보여주기인 것이다. 둘째 일상생활에서 낯설게 하기가 필요하다. 훌라후프를 팔던 미국 사업가가 한국에 와서 판매를 하려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런데 훌라후프는 별로 판매가 안 되었다. 그래서 농촌을 한번 둘러보러 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훌라후프를 반토막내어서 비닐하우스 시공업자에게 그것을 팔았다. 대박이 났다. 본래는 대나무로 했었는데 훌라후프로 하니 그저 그만이었다고 한다. 하우스의 뼈대나 골격으로 사용하게된 것이다. 셋째는 맥락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대상이 어떤 맥락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군텐트를 납품하는 한 업자가 있었다. 그는 군에 대량으로 텐트를 납품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납품이 중단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샌프란시스코에는 한창 금광이 개발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광부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고민이 어떤 것이었냐면 바지였다. 돌에 헤어지고 찢어지고 해서 그것을 들고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바지를 꿰메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에 착안해서 텐트천으로 바지를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하게 되었다고 한다. 천이 질기니까 찢어지지도 않고 안성맞춤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청바지가 각광을 받게된 시초라고 한다. 군대라는 맥락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를 고민해야 한다. 참고 인내하면서 살아야 한다하는 이가 있는 가하면 또 한편으로는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병사도 있다는 것이다. 동료교수 중에 한 교수는 새소리를 듣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교수가 있었다. 이 친구는 휴일이 되면 천수만에 새소리를 들으러 간다는 것이다. 50종류의 새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그의 스승이었던 교수는 150종류의 새소리를 구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군 생활할 때 참 별난 고참이 있었다. 이 친구는 풀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자랐기 때문에 전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싸리비를 만든다고 그것을 구해오라는 데 엉뚱한 것 가지고 갔다가 엄청 많이 맞았던 기억도 있다. 이 친구는 야산의 각종 풀을 뜯어와 그것을 고추장에 비벼서 맛있게 먹기도 하는 등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법을 알고 있던 이였다. 요즘도 여전히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 병사가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는지 알려 달라고 말이다.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면 그것을 잘하면 즐겁고 재미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음 병사가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요 하고 말이다. 통상적인 휴가는 친구들과 만나서 술 마시고 얘기하고 그렇게 일상적으로 보내기가 일쑤다. 그러나 그런 것은 말짱 도루묵이다. 예를 들면 지리산 종주를 한다든가. 무인도를 탐험한다든가. 나 혼자 만의 시간을 갖고 재미있는 것을 혼자 탐색해 보는 것도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군생활이 힘든 것은 누구나가 다 똑같다. 그리고 누구나가 다 군복무는 하는 것이다. 똑같은 시간에 누가 어떻게 보냈는가하는 것은 재미있게 살면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미있게 세상을 사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은 곧 인생을 즐기며 사는 법을 깨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는 이제 50의 나이에 교수직을 포기하고 프리랜서로 나섰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고 즐기기 위해서 자유를 찾아서 나섰다. 과연 그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동안 쓴 책 등의 인세 내지 명성에 의해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겠지만 그렇게 무모한 도전을 꼭 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은 든다. 항상 어디에서나 사소한 것에서 재미를 찾고 즐거움을 찾고 의미를 터득해 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도 노는 즐거움을 찾고 그것에 몰입하는 그런 삶의 사이클을 향유한다면 얼마나 사는 게 즐거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