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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향을 향한 여정

밤 대추 그리고 순대볶음밥

by 자한형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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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 그리고 순대볶음밥

 

 

요즘 한창 결혼 성수기이다. 통상(通常) 결혼식에서 폐백을 드릴 때 시댁에서 어른들이 밤. 대추를 신부에게 던져주면서 아들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라고 덕담을 해주는 게 고래(古來)의 풍습이라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강의에서 내용을 들어보니 고래의 풍습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라고 했다. ·정조시대 이전에는 혼인 풍습이 결혼식을 하면 그 결혼식 자체를 신부집에서 하고 대개 신부집에서 일정기간을 기거(寄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용도로 지은 집도 있었다고 했다. 딸과 사위가 살 집도 별도로 지어 마련해두었다. 그러던 것이 주자가례(朱子家禮)가 들어오면서 처가에서 지내는 것이 줄어 일주일내지는 삼일 정도만 지내고 바로 시집으로 가는 것으로 변모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서 신부가 최초로 시댁에 가게 되면 시댁 어르신들에게 밤과 대추를 올리며 시집살이의 각오를 새롭게 한다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그것에서 대추를 의미하는 조()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의미의 조(), 즉 이를 조자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즉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사일에 매진하며 게으름을 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의미라는 것이다. 밤의 율()은 두려할 율()자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조신하게 며느리로서 매사를 두려워하며 조심조심 시집살이를 하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인간사에서 통칭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 관혼상제(冠婚喪祭)이다. 20세 때 머리를 상투 틀고 비로소 성인으로 제대로 된 남자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 관이다. 다음으로 오는 것이 결혼을 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되어 있는 것이 부모님 상을 치르게 되고 마지막이 부모님의 제사를 모시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의 일생을 표현하는 것에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 것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표현된 것의 인생사, 네 가지가 관혼상제일 것이다. 예전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법도에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나 그 의미와 유래 본래적 의식의 본의는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폐백(幣帛)이라는 것도 본래의 뜻은 신부가 혼례를 마치고 친정을 떠나 시댁으로 신행(新行)한 뒤에 행하여지는 의례이다. 신부는 미리 친정에서 준비해온 대추···안주·과일 등을 상 위에 올려놓고 시부모와 시댁의 어른에게 근친의 차례대로 큰절을 하고 술을 올린다. 예전의 혼례에서는 구고례(舅姑禮)라고 하였다. 가문에 따라 사당참례를 먼저 하고 다음에 구고례를 하기도 하고, 구고례를 먼저 하고 사당참례를 하기도 한다. 이때 시조부모님이 생존하여 계시면 시부모보다 먼저 절을 올리는 수도 있고, 시부모가 혼주라 하여 시부모에게 먼저 절을 올리는 수도 있다. 며느리에게 절을 받은 시부모는 치마에 대추를 던져주며 부귀다남(富貴多男)하라고 당부한다. 이때 신부는 시부모와 시댁식구들에게 줄 옷이나 버선 등 선물을 내놓는다. 3일우귀(于歸신부가 처음으로 시집에 들어감)가 정착된 뒤에는 대례를 치른 지 사흘째 되는 날 시댁에 신행을 와서 폐백을 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신부의 친정과 시댁의 거리가 가까우면 대례를 치른 그 날로 구고례를 마치고 다시 신부집에 와서 신방을 치른 뒤 사흘째 시댁으로 신행을 가는 수도 있었다. 요즈음에는 예식장이나 교회 등 공공의 장소에서 신식혼례를 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어서 결혼식을 마친 날로 예식장 또는 시댁에서 구고례 즉, 폐백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날 혼례에서 신부를 입장할 때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를 데리고 들어가는데 그것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란다. 이때까지는 아버지가 잘 키웠으니 이제부터는 신랑이 알아서 잘 데리고 살라는 뜻이라는데 이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신부를 신랑에게 인수인계하는 식인데 그것은 제대로 된 모양과 의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부의 아버지가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통혼례식에서는 신부가 서있게 되고 서로 절하고 잔을 주고받으면서 예를 갖추는 것으로 예식을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것도 있었는데 예전에는 서먹서먹한 신랑신부간의 관계를 서로 위해주고 아껴주고 보살펴주면서 애틋한 정을 키워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유래된 풍습이라는 것이었다. 원래 옛날의 전형적인 혼례는 그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였다. 혼례에 등장하는 대추와 밤의 의미를 이제는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제사상에 올라가는 과일의 순서로서의 의미를 지닐 때의 조율이시(棗栗梨柿)라는 것이 있다. 과일을 놓을 때 대추 밤 배 감의 순으로 놓아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대추는 임금 밤은 삼정승 배는 육판서 감은 (棗栗梨枾)에 담겨진 심오(深奧)한 의미이다. 제사상의 주된 과일로 대추, , , 감이 오르는 것은 이들이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대추와 밤에 관한 얘기는 이정도로 하고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순대볶음밥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이 지인은 얼마만큼 생활의 안정을 찾아갈 중년이 훌쩍 넘었던 때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남편으로부터 호출을 받아 외식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웬일로 외식을 다하고 기쁜 마음으로 정장을 하고 약속된 식당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떡하니 나온 음식이 순대볶음밥이었다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에 기가 막혔고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던 음식이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는 웬 개밥을 가져다 놓았냐고 투정을 부리고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섰다는 것이다. 참으로 황망한 상황이었던 듯했다. 남편은 아주 맛있게 그 순대볶음밥을 먹고 있었던 중이었다고 하니 그 난처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처음 대하는 음식이 그런 것이었다면 의아해하고 생뚱맞을 수도 있었으리라 유추(類推)가 되기는 한다. 생경한 음식에 얽혀있는 일화로 어떤 이는 돼지국밥이라는 것을 도저히 먹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것이 도대체 무슨 맛이 있냐는 것이다. 사람마다의 개성과 식성이라는 것은 천차만별(千差萬別)임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했다. , 대추에서 순대볶음밥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음식에 얽혀있고 담겨있는 의미가 제각각 남다른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기초해서 인간관계의 출발이 이루어져야 하고 관계유지 지속도 그렇게 인정하는 시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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