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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향을 향한 여정

자금성과 마지막 황제

by 자한형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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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과 마지막황제

 

 

어느 휴일 저녁시간에 작정(作定)을 하고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를 보았다. 아카데미 9개 부문의 수상작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감독이 만들었고 중국 북경의 자금성을 배경으로 청조의 마지막황제 푸이의 일생을 그의 자서전 황제에서 시민으로라는 것을 토대로 서양인의 시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1906년에 태어난 그는 1908년에 황제로 등극하게 되나 1912년에 황제에서 물러나게 된다. 다음으로 그가 살게 된 곳은 텐진의 일본영사관에서 살게 된다. 그 자신의 회상에 의하면 텐진에서의 생활이 가장 행복했던 때였다고 한다. 15세에 자금성에서 결혼식도 올리게 되어 황후와 후궁의 두 부인을 두게 된다. 황족으로서 자유분방(自由奔放)하게 생활하던 그는 만주국이 세워지게 되자 허울뿐인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후궁은 이혼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떠나게 된다. 황후는 아편에 중독되어 제대로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일본의 패망으로 황제는 전범(戰犯)으로 소련으로 넘어가게 되고 다시 중국으로 인계된다. 1950년부터 1959년까지 10년간 감옥생활을 한다. 본래 아무것도 혼자서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얼마만큼은 새롭게 변신하기도 한다. 신발끈 하나도 제대로 묶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감옥소에서 그의 손발이었던 이가 마지막이라면서 그의 옷 단추를 채워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1959년에 특사(特赦)로 풀려나와 정원사(庭園師)로 살아가면서 생활을 한다. 결국 1967년 향년 61세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그가 관광지로 변한 자금성에 매표를 하고 황제의 자리에 앉아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경비원의 아들이 자신이 황제였다고 술회를 하자. 예전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그것을 증명(證明)해 보라고 한다. 그러자 그는 황제의 의자에 앉아 숨겨놓았던 조그만 상자를 꺼내어 경비병 아들에게 준다. 그러자 그 상자에서는 귀뚜라미가 기어 나온다. 거의 60년의 세월을 지났음에도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귀뚜라미는 살아있었다. 그것이 황제였을 때의 귀뚜라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는 황제가 감옥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부분과 회상하는 부분들을 겹쳐서 보여주면서 황제의 고뇌와 역사 속에 묻혀가는 숙명적인 모습들을 교차시켜가는 듯했다. 자금성은 가로 750미터 세로 980미터에 이르는 세계최고의 궁궐이다. 1420년에 짓기 시작했고 명,청조대의 왕궁으로 사용이 되었다. 9,999개의 방을 가졌다고 하는 세계최대의 궁궐이 자금성에서 마지막황제의 삶이 묘사되었던 것이다. 자금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져 있다고 한다. 황제로 즉위했을 때 어린 시절에 고관이 귀뚜라미가 들어있는 상자를 건네준다. 어린 시절 황제는 조그만 주머니 같은 것에 쥐를 키우고 있었다. 어머니가 죽었을 때 그는 자금성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자 그 생쥐를 문을 향해 던진다. 그에게는 영국인의 스승이 있었다. 그는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황제의 몸 상태를 진단한 의사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안경(眼鏡)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러자 후궁 등 여러 직함의 여자들이 반발하고 나서기도 한다. 자전거를 선물하기도 했고 자금성 내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 그는 황제임을 증명해보이라는 동생의 요청에 직접 명령해 보인다. 그것은 옆에 있던 신하에게 먹물을 먹게 만드는 것이었다. 황제의 명령에 먹물을 마시게 된 신하는 거역하지 못하고 마시게 되기도 한다. 실제 그의 부인은 5명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후사(後嗣)가 없었다. 후궁이 일본인과 통정해서 아이를 낳기도 했지만 제대로의 후손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모든 것이 처리되었던 황제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 일개의 범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부분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대신해 주는 이가 있던 삶을 살았던 이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하기에는 너무도 큰 장벽이 있었지 않았을까. 옥스퍼드로의 유학을 꿈꿨지만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자신의 왕국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던 마지막 황제의 비운(悲運)이 절절히 느껴지는 듯했다. 한창 궁궐에서 재미나게 테니스를 치고 있던 와중에 자금성이 점령되었음을 통보받고 1시간 내에 그곳을 떠나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차를 타고 자금성을 떠나면서 그의 고단한 삶이 시작되게 된다.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황제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듯했다. 이용당하고 하나의 허울 좋은 만주국 황제라는 허수아비로서의 삶이 과연 어떠했을까를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자신이 과연 자의에 의해 만주국으로 갔는지 아니면 납치가 된 것인지에 관해 서로간의 알력(軋轢)이 생기는 장면이 있었다. 자신의 스승이었던 존스턴은 그전에 떠났음에도 그렇게 간 것은 자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그의 저서 자금성의 황혼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그것은 잘못된 것이고 납치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도소 소장은 결국 다시 반동분자로 몰려 거리로 내돌리게 되는 데 그 장면을 목격한 푸이는 항의하고 한바탕 소동을 부려보지만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본래는 대사가 중국어로 나와야 하는데 영어로 나오는 부분이 좀 생소(生疎)한 느낌을 주었다. 엑스트라만 2만 명이 동원이 되었다고 하니 그 스케일의 장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듯하다. 혹독한 감옥생활에 삶의 의지를 잃은 황제 부의(溥儀)는 면도칼로 자살을 기도(企圖)하기도 하지만 곧 발각되어 생명을 건지기도 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황제를 보면서 역사 속에 제대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황제라는 이가 얼마나 혹독한 삶을 살아야하는가를 새삼스럽게 느껴보게 해 준 것 같았다. 웅대한 스케일의 자금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대한 드라마였고 일생이었던 듯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운명을 개척하지 못했고 피상적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버린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으로 전락한 부분의 위로를 보낸다. 그의 조상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는 대청의 최고 융성기에 130여 년 동안 태평성대를 구가하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대청제국의 마지막 황제 부의는 그렇게 제대로 된 황제로서의 삶을 살지도 못한 채 쓸쓸히 최후를 맞이해야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삶을 살았고 역사의 변화무쌍함 속에서 자신이 살고자 했던 의지대로의 삶도 영위하지 못한 불행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닌가싶다. 결국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격동의 세월을 살다간 불행한 인간의 면면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운명적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다 보아야 했던 듯하다. 왕조의 멸망의 비운을 안은 이의 단면을 확연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 것에서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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