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택시를 꼭 타야할 때가 있다. 시민(市民)의 발로써 아주 요긴한 교통수단임이 분명하다. 요즘은 꼭 타면 방송으로 안전벨트를 매라고 한다. 가까운 거리이니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귀찮아서 거의 무반응으로 대응하는 것이 다반사(茶飯事)다. 막상 그렇게 통보를 받고 보면 여전히 곤혹스러운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운전하는 기사들을 보면 대부분 안전벨트를 미착용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얼마 전 어느 공직자께서 일정기간을 택시기사로 변신해 서민의 생활상을 직접 파악한 적도 있었다. 가장 세상의 인심을 대변할 수 있고 세평을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기껏해야 20분 남짓이지만 택시를 타면 편안함과 안온함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게 제일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시내에서 택시를 운전하려면 최소한 3-4년은 운전을 해야 어느 정도 시내 지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네비게이션이 나와 그런 것도 필요 없어졌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이후 선호직업으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직업이 영업택시 또는 개인택시기사일 수도 있다는 게 세간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언젠가 택시를 탔는데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연세가 72세라고 했다.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니 염불한다고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도 주간만 한다는 것이다. 택시회사의 기본 대수는 50대라고 했다. 사납금이 11만원이라고 했다. 택시의 일거수일투족이 회사에서 다 통제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볼 수도 없다고 했다. 사납금이 미납되면 월급에서 깎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60대에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세계8대 불가사의라고 했는데 70대가 일을 하는 것은 과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일반 면허증 외에 택시면허증은 따로 있다고 한다. 택시의 대중교통화를 두고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갈등(葛藤)을 빚은 바 있었고 아직도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택시가 대중교통에 포함될 수 있는가 라는 것이 관건(關鍵)이었다.
예전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유수의 호텔에서 이런 마케팅을 했다. 공항에서 손님을 그 호텔로 모시고 오면 쿠폰을 하나씩 주었다. 그리고 그 쿠폰이 20장이 되면 그 호텔의 뷔페에서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권으로 교환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항의 택시는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손님의 경우에는 항상 그 호텔로 안내를 하게 된다. 본래 속담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고 그렇게 해서 그 호텔은 손님유치를 해서 좋은 효과를 보았고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그냥 손님을 모시는 것 보다 그렇게 실속을 챙길 수 있으니 서로 일석이조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개인택시를 하면 개인사업자로 치부될 정도로 상당히 벌이가 좋았지만 요즘은 시들해진 듯하다.
택시를 타다보면 젊은 층보다 나이가 지긋한 기사들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언제나 갖게 되는 느낌이지만 고압적이고 강한 주인의식 때문에 친절함과는 거리가 다소 있어 보인다. 고객을 모신다는 철저한 서비스정신이 발휘되어야 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목적지까지만 데려다 주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가 조금은 씁쓸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손님의 택시이용에 대한 태도를 참견하고 시시콜콜 훈계하려는 푸념에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젊은 사람이 왜 돈도 없어 보이는데 쓸데없이 택시를 타서 돈을 낭비하느냐는 힐난(詰難)도 서슴지 않는 경우도 당해보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월권도 이만저만한 월권이 아니고 주제 넘는 행동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촉박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급하게 비싼 택시를 이용하는 속사정은 아랑곳없이 그렇게 참견을 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예전에 한참 선풍을 일으켰던 MK택시라는 것이 있었다. 대성공을 거두었고 아직도 전설(傳說)처럼 그들의 친절과 서비스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선풍을 불러왔던 것은 틀림없었나보다. 외국을 나가보면 우리처럼 그렇게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것이 대비될 정도를 쉽게 느낄 수 있다. 한술 더 뜨면 천하태평(天下泰平)인 채 정속으로 운전을 하는 기사를 보면 정말 답답하다. 급하고 바쁜 일로 속히 가고자 택시를 이용하는데 그렇게 느긋하게 ‘세월아 네월아’ 하면 정말 짜증이 나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손님을 차 밖에서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고 짐을 실어주고 내릴 때에도 짐을 내려주는 등의 서비스를 당연시하는 것을 보면 천양지차(天壤之差)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운전은 대부분 사람들의 기능이 되고 보면 택시기사의 그 태도 하나하나에도 어떤 느낌을 갖게 되는 지 저절로 터득하게 됨이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선행을 해서 지갑을 찾아주거나 미담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용감한 기사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들에 대해 대개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이 택시를 이용하는 이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택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빠른 교통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물론 도로가 정체를 빚고 교통사고나 예측되지 못한 기상이변(氣象異變)이라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 이외는 최대한 빨리 가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러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서민의 교통수단이라고도 하지만 달리 표현하자면 고급의 교통편의라고도 할 수 있다. 일반 회사택시에서부터 모범택시까지 다양한 종류의 택시가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모범택시의 경우는 서민이 쉽게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될 것이다. 장거리를 택시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결코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하든가 기타 꼭 필요할 경우는 긴급하게 이용하는 부분이 될 수도 있다. 모범택시라든가 공항택시 또는 대형도 있지만 문제는 일반택시인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빨라야 하는 기동성이라고 하더라도 총알택시처럼 그렇게 과속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손님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라디오나 자신의 취향대로 듣는 음악을 틀고 가는 경우도 참기 어려운 고역인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가다보면 그래도 최고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생각으로 편안한 가운데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이다. 어차피 일회성이고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겠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맞이하고 공손하게 봉사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항상 고객위주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봉사 해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줘야 할 것이다. 요즘에는 택시내에서의 흡연도 금지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차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언론에 게재되기도 했다.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화해가는 것을 실감해 볼 수 있는 일이다. 항상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택시가 최상의 서비스와 친절을 기대하게 해준다면 기본과 원칙을 아는 사회의 일등공신이 되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