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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향을 향한 여정

춘래불사춘과 미녀

by 자한형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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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 불사춘과 미녀

 

 

요즘의 날씨가 변덕이 죽 끓듯 한 날씨로 봄기운을 느껴볼 수가 없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계절도 요동을 치는 것인가 하는 느낌도 든다. 중국에는 4대 미녀가 있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때의 西施(서시),전한 때의 王昭君(왕소군),삼국시대의 貂蟬(초선),그리고 당나라말기의 楊貴妃(양귀비)로 알려진 楊玉環(양옥환)이다. 이 네 사람에게는 또한 별명이 있으니 沈魚(침어),落雁(낙안),閉月(폐월),羞花(수화)가 그 것이다 봄은 왔는데 봄이 오지 않았다고 했던 미녀가 문득 생각이 난다. 낙안(落雁)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던 비운의 절세가인(絶世佳人) 왕소군이라는 미녀에 얽힌 얘기에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예뻣든지 하도 예뻐서 기러기가 날갯짓을 잊어버려 허공에서 떨어져 죽을 정도였다는 허풍이 있을 정도라니 아무리 중국이라지만 너무한 과장이 아닐까한다.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왕궁으로가 궁녀가 되었던 왕소군은 절세미녀(絶世美女)였다고 한다. 전한 황제 원제는 흉노와의 화친을 위해 그를 위해 공주를 바치며 환심을 사고자 했다. 그러다 변심이 되어 궁녀를 바치기로 했다. 그런데 흉노족이 점지한 궁녀를 보니 천하절색(天下絶色)이었다. 어떻게 저런 미녀를 5년 동안이나 모르고 지냈다는 말인가 하고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모연수라는 화공이 있었다. 워낙 궁녀가 많으니 일일이 다 선을 보고 점지할 수가 없으니 모연수에게 그들을 그리게 하고 그중에서 낙점된 궁녀와 잠자리를 하던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가난했던 왕소군은 모연수에 뇌물을 바치지 않아 못생긴 얼굴로 그려지고 더욱 가관인 것은 커다란 점까지 찍어 놓았으니 황제의 성은(聖恩)을 입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연유를 알게 된 황제는 바로 모연수를 극형에 처해버리고 말았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어 3일간의 말미를 얻은 황제는 왕소군과 정분을 쌓았다. 그리고 흉노에게 바치게 되었다. 흉노로 가 살게 된 왕소군은 흉노의 왕 호한야에게 시집가 아들 하나를 낳았고 그 후에는 호한야가 죽은 후 다음 왕에게 다시 혼인하여 딸 둘을 더 낳았다고 한다. 그녀는 고향을 무척이나 그리워하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항상 고향의 꽃과 풀을 그리워했다.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무덤에는 항상 푸르름이 간직되어 있어 그녀의 무덤을 청총이라 했다고 한다. 훗날 당나라 시인 동방(東方叫)는 왕소군의 고향땅에 대한 그리움을 다음의 ()로 읊조리고 있다.
                <王昭君)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땅에는 풀도 꽃도 없으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이 온 것같지가 않구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허리끈이 절로 느슨해지는 것은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몸매를 가꾸고자 함이 아니라네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고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대로 평가받았고 정상적인 사회제도가 유지되었다면 황제의 은총을 받아 한평생을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인생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사연이 아닐 수 없다.

본래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고 한다. 중국 4대 미녀 가운데서도 제대로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은 양귀비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셋은 다 불운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았었다. 동토의 땅으로 가서 계절의 아름다움도 느껴보지 못한 채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 많은 삶을 살았던 왕소군의 비극이 안타까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 한 대법관이 재판에 임하면서 소수 의견을 낸 후에 그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지만 결국 봄은 오고야 만다.” 참 의미심장한 뜻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한 마리의 제비로 인하여 봄은 좀 더 더디게 늦게 오지만 결국 봄은 오고야 만다는 것이다. 선구자라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애환을 함축적(含蓄的)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자신이 비록 제대로 된 의견을 제시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결국은 그것이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가게 되면 자신의 옳음과 정당함이 자연적으로 정당화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오래전에 읽었던 글귀에서 봄을 좋아하는 사람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봄을 좋아하는 사람을 젊은 사람이고 장년은 가을과 겨울을 좋아하는 경향을 지닌다는 것이다. 봄은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하는 계절이다. 씨를 뿌리게 되고 새로운 생명을 소생시키게 되는 시기인 것이다. 동장군이 시샘을 해서인지 봄은 아직도 멀기만 한 것인가. 남쪽에는 벌써 벚꽃이 그 화려함을 다 휘날리고 지고 있는 시기인데 비해 이쪽 중부지방은 아직도 완전한 개화가 되지는 않은 정도이다. 계절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쉽지는 않은 때인가 보다. 이상기후 등이 이제는 일상화 되는 듯하다. 4월 중순에 산간지방에서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봄은 왔는데 지역마다 봄이 조금씩 다르게 오는 듯하다. 요즘은 기후변화로 인해 봄, 가을이 짧아지고 겨울과 여름만 길어지는 듯하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절을 즐길만한 봄 가을이 짧아지는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봄이 왔으나 봄이 오지않았다고 했었던 왕소군의 심정을 조금은 느껴볼 수 있는 요즘이 아닐까 한다. 눈과 꽃이 공존하는 것에서 이상절기의 안타까움이 있다. 제대로 된 계절이 돌아오길 기대하며 이 잊힌 계절에 찬란한 봄의 백화난만(百花爛漫)함을 기대해 보는 것은 망령된 일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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