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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5월이 간다.

by 자한형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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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간다

 

 

얼마전 오월이 다 지났다.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봄날이 간다는 연극이 상연되고 있었다. 봄은 그렇게 속절없이 가는가 보다. 5월이 갔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에 안타까움이 있다. 월초에는 차를 샀다. 차가 월초에 나왔다. 임시번호를 달고 나왔다. 일주일 후쯤에 정식 번호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선팅이랑 기타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날짜를 맞출 수가 없어 다음주로 연기 되기도 했다. 그간의 경위는 그랬다. 본래 차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4월 말쯤에 아들이 예비군 훈련을 하러 안양으로 집사람 차를 몰고 갔다. 아침 출근시간대였다. 그런데 녀석이 네비게이션이 없어 핸드폰으로 네비게이션의 대용으로 보고 갔다. 그런데 그것을 보느라 시야를 놓친 것이었다. 차는 인도로 올라갔고 하필이면 자전거 거치대로 올라가버려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하필 출근길에 그 광경을 목격한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결국 견인차가 오고 보험처리를 하고 차는 폐차처리를 했다. 수리비가 거의 찻값에 육박할 정도였으니 달리 도리가 없었다. 퇴근을 하면서 광명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차량의 소지품을 다 챙겨서 오고 차는 폐차처리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차를 주문했다. 차종은 맥스크루즈였다. 4륜 구동이었고 옵션은 한가지를 제외한 풀 옵션이었다. 차량견적이 4천만원을 넘었다. 그것에 각종 세금에 보험료까지 남았다. 아무튼 주문을 했고 차량은 나왔다. 색상 등 구체적인 것은 집사람이 다 선택했다. 차량에 소요된 비용은 사무실에 우선출자로 해 두었던 것이 환급된 것으로 처리했기에 별도 소요될 것은 없었다. 보험료는 거의 백만원이었다. 아들을 운전자로 추가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이 되었다. 차가 이제 두 대가 되었다. 한 대는 이제 거의 5년에 접어들어 하나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얼마전에는 시동이 걸리지 않아 급하게 호출을 했더니 밧데리가 나갔다고 해서 교체를 했다. 그리고 또 얼마전에는 DMB에 문제가 생겼다. 교체를 하려고 했더니 70만원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주일 정도를 타던 집사람이 이제는 자기가 승용차를 타겠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새차를 타게 되었다. 차는 남자들의 희망이고 자부심이라고 한다. 오피스텔 한 채 값을 날리고 차를 선택한 것이 잘 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생활의 편리함은 좋은 것이다. 첫 원거리 여행은 광주행이 되었다. 내외간에 타고 내려갔다. 장인어른이 새집을 장만하는 바람에 집들이를 겸해서 간 셈이었다. 모두들 새차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집들이는 금요일 오후 7시쯤 시작이 되었다. 가족 중심이라기 보다는 선원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하필이면 그날이 어버이날이었다. 정성껏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새집에 들어가게 된 노부부를 마음껏 축하해 주었다. 건배주는 막걸리로 했다. 거의 20여명이 되었다. 축하케잌의 절단도 있었다. 일차적인 회합이 있은 후 선원에서 오신 분들을 모시고 한 처제네 집으로 옮겨가고 본격적인 가족간의 모임이 2차적으로 있었다. 다음날은 인근의 골프장에서 동서들과 처남을 포함하여 실력을 겨뤘다. 그리고 식사를 하려했는데 선원에 행사에 참석해야 했던 동서 때문에 결국은 세사람만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운동을 하면서 나온 얘기에 그런 것이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세가지가 있단다. 첫째는 장모와 화투치기란다. 요즘은 사위의 장모집에서 일 도와주기가 백년손님이라는 TV프로로 인기리에 방영이 되고 있었다. 천하장사 사위는 장모의 성화에 못이겨 개똥을 주워오라는 엄명에 개똥을 한바구니 주워가는 것도 척척해냈다. 둘째는 마누라와 부루스치기란다. 밋밋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마지막은 내기없이 골프치기란다. 승부를 조장시키지 않고 긴장감이 떨어져 재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집사람은 선원으로 가버렸다. 이제 집사람을 태우고 가려면 밤 11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대략난감이었다. 결국 참을 길이 없어 전화를 했다. 집사람은 황당해 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차를 몰고 귀경해 버리고 말았다. 귀가하니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없이 엎어진 물이었고 저질러진 일이었다. 11시에 만나서 올라온다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 듯했고 또다시 늦어지면 결국 또 다음날이 되어서야 겨우 올라올 수 있을 것이어서 그냥 내버려두고 올라온 것이었다. 다음날 집사람은 올라와 많이 투덜댔고 냉전상태로 돌입했다. 결국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서야 겨우 화가 풀렸다. 예전 생각이 났다. 여수를 갔었던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다보니 서울갈 차비가 모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람은 나를 홀로 팽겨쳐두고 귀가해 버렸다. 참으로 황망한 경험이었다. 겨우 부산으로 가서 다시 경비를 구해서 귀경했던 경험이 되살아났다. 5월 한달은 정말 기념일도 많고 행사도 많고 지출도 많은 달이다. 1년을 통털어 가장 많은 꽃이 소요되는 달이라고도 한다. 어버이 날에 어린이 날에 스승의 날에 부처님 오신날에 부부의 날 등 조용한 주가 없는 상황인 듯하다. 가장 아름답고 신록이 푸르럼을 더해가고 백화가 난만한 계절이 아닌가 한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일컬어진다. 중순쯤에는 출장을 갔다. 산청의 마근담마을이라는 곳이었다. 지리산 자락의 청정지역이었고 말그대로 첩첩산중이라 할만 했다. 모두들 공동체를 구성해서 생활하고 있는 특이한 곳이었다. 마을 공동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현장교육을 신청한 것이어서 사전에 그들의 요구와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신록의 싱그러움이 더할나위 없었고 주변에 가꿔놓은 꽃들도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었다. 식사는 그곳에서 난 채소 등 농작물로 정갈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었다. 깨끗하게 빗질이 되어있는 마을이어서 방문객에게도 호감을 줄 것으로 보였다. 월말에는 부친이 종친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오신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결국은 귀경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봄날이 가고 5월이 간다. 정말 아쉬움이 남았고 회한이 남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이 또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났다는 얘기가 있다. 삶의 열기가 충분한 봄날을 보내며 5월을 보내는 것이 무척이나 슬프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시간은 가고 세월은 멈추질 않는 법이다. 끊임없이 흘러가고 지나가고 역사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이제 거의 올 한해도 절반이 지나가는 듯하다. 무더운 여름철이 코앞이다. 뜨거운 햇살이 대지를 달구고 오곡백과를 무르익게 할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봄날이지만 많은 것을 추억하게 하고 많은 것을 남기고 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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