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의 마중(歸來)
지난 주말에 영화를 한편 보았다. 본래 중국영화를 그렇게 썩 내켜하지 않는데 보게 되었다. 아마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듯해 호기심을 가득안고 보게 되었다. 감독은 장예모 감독이고 주연은 진도명과 공리였다. 암울했던 문화대혁명 시기가 배경이었다. 문화대혁명은 66년부터 시작되어 76년에 끝이 났다. 본래는 옌거닝의 육범언식이라는 것이 원작이고 이것은 류엔스의 일생을 그린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귀래라고 되어 있는 것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란다. 그렇게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했던 류엔스의 희망은 결국 이뤄지지 못한 소망으로 귀결되고 만다. 국가가 저질러 놓는 역사적 사건은 개인의 크나큰 아픔으로 작용되는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이로 인하여 한 가정이 풍비박살이 나고 아픔을 겪게 되는 내용으로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이 있었다.
처음 시작은 기차역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웬 남자하나가 철도역에서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곧 장면이 바뀌고 그 남자의 아내와 딸이 호출된다. 그리고 그의 탈출소식을 알려주고 만약에 발견하게 되면 즉시 신고하라고 한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딸은 당연히 당의 지시에 협조하고 신고하겠다고 의사표명을 한다. 하지만 부인은 마지못해 그저 그렇게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딸인 단단은 무용수로서 주역을 꿰차고 싶은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날에 탈출한 류엔스는 집으로 찾아온다. 평선생은 남편이 온 줄을 알면서도 차마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빗속에 집의 계단 위를 오르던 단단은 정체불명의 남자와 마주치게 되고 직감적으로 그가 아버지임을 인지하게 된다. 류엔스는 내일아침 8시에 역에서 엄마를 만나게 엄마에게 전해달라는 얘기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면서 그는 벽보에 붙어있는 종이를 찢어 만남에 대한 장소와 시간을 적어 문틈으로 밀어 넣는다. 불안을 느낀 단단은 공안 담당자에게 아버지를 밀고하게 된다. 그러면서 무용극에서 주연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다. 드디어 다음날 여덟시가 되고 평선생은 남편을 만나러 역으로 간다. 단단도 가고 공안 당국자들도 미리 잠복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결국 류엔스는 체포를 당하게 되고 그렇게 해후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3년여 세월이 흐른 후 류엔스는 무죄 방면되고 석방을 맞는다. 마중을 나온 사람은 딸인 단단이었다. 그리고 아빠를 데리고 간 곳도 자신의 기숙사로 데리고 간다. 의아하게 생각한 류엔스는 집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평선생을 만난다. 그러나 오랫동안의 결별로 인해 심인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녀는 남편을 평아저씨로 오해하고 내쫓는다. 의사를 찾아간 류엔스는 의학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의 기억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그의 옛 추억을 되살려내야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집에서 쫓겨난 류엔스는 결국 당에서 얻어준 숙소를 사용하게 된다. 류엔스는 평선생의 병을 고치고 기억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 별의별 수를 다써보지만 백방이 무효했다. 류엔스는 편지를 쓰고 5일에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5일에 나타나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피아노를 즐겨 쳤던 류엔스는 피아노를 조율하고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그녀의 기억이 되찾아 지기를 희망하지만 잠시 돌아왔던 기억은 또다시 희미해져 버리고 만다. 결국 그의 짐을 소포로 부치게 되고 그 짐 속에는 그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가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매일 평선생의 숙소에서 편지를 읽어주며 그녀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소망해 보지만 효험이 없다. 편지로 딸 단단을 집안으로 돌아와 같이 살게 하는데 는 성공하지만 제대로의 기억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단단은 아버지에게 그날의 일을 고백한다. 자신이 그렇게 아버지를 밀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류엔스는 다 알고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5일 날의 마중은 끝없이 계속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얼마만큼 관계가 호전되어 류엔스는 그녀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주려고 하는데 그것을 자신을 해꼬지 하는 줄로 안 평선생은 그를 몰아세우고 쫓아내 버린다. 그러자 류엔스는 딸 단단에게 평아저씨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다그친다. 그러자 단단은 평아저씨가 밥주걱으로 얻어맞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과연 평아저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먼 길을 떠나 그를 찾아보려 한다. 먼 길을 찾아가보지만 그는 이미 옥살이를 하고 있는 처지여서 만나지도 못하고 그의 부인으로부터 온갖 구박만 받고 돌아서고 만다. 그렇게 또 세월은 흘러 어느 눈 내리는 겨울의 5일이 다가오고 평선생은 호호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도 오지 않는 류엔스를 맞이하기 위해 5일의 마중을 나간다. 눈 내리는 날에 피켓을 들고 역에서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평선생은 갈구하고 있다. 그 님이 오기를……
드라마나 TV에서 자주 봐왔던 인물이 진도명이었는데 영화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와신상담이나 강희대제 같은 역사물에서 주인공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주던 이였는데 이번에는 5일의 마중에서 제대로 명연기를 보여준 듯했다. 또한 여주인공인 공리도 아직 건재하며 얼마든지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예전 윤정희 라는 배우가‘시(詩)’라는 영화에서 노년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표현해 낸 적이 있었던 듯했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결국 인간은 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집착하고 매달리고 갈구하는 것에서 인생의 참모습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만 같다. 인간은 본래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상대의 닫혀버린 마음을 여는 것에는 실패한 것이 인생에 대한 참의미란 해석을 내리고 있는 듯하기도 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그 뭔가가 생의 깊은 심연 속에 내재되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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