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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은화삼에서

by 자한형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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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삼에서

 

오래전부터 예약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별도로 고지된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확인 결과 예상대로 진행이 그대로 된다고 했다. 아침 710분이 티업이었기에 무척이나 빨리 출발을 해야 할 듯했다. 동반자들과는 630분에 만나기로 했다. 다른 이들은 주선자가 다 모시고 오는 상황이고 혼자서 골프장까지 가야했다. 내비게이션을 참고해서 가다보니 금방 도착이 되었다. 거리는 53킬로미터였고 거의 한 시간 거리였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두고 가방을 들고 프론트로 갔다. 그런데 문제는 예약자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점이 문제였다. 시간대에도 두 팀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보니 대략난감이었다. 주선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운전 중인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결국은 30분을 기다려서야 동반자들과 해후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겨우 라커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채비를 해서 식당으로 갔다. 올갱이 해장국을 먹고 필드로 나갔다. 시간이 촉박해서 연습퍼팅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곧바로 실전에 들어갔다. 순위를 뽑았다. 2번을 뽑았다. 안개나 기타 장애요소는 전혀 없었다. 골프장은 골프계의 전설로 불리는 아놀드 파머가 설계를 했단다. 그래서 티박스마다 그의 상징인 우산 모양의 조형물들이 꼽혀져 있었다. 은화삼이라는 작명을 하는데도 꽤 공을 들였다고 했다. 은은 푸른 풀빛 은이라는 한자이고 화는 꽃 화 삼은 산림 삼이라고 했다. 쌍용의 회장이 상당이 애착을 갖고 지은 골프장이고 전설적인 골프광이었던 김종필씨가 즐겨 애용했던 곳이라고도 했다. 한 사람만 몇 년 전에 왔었던 기억을 떠올렸고 나머지는 모두 처음이었다. 첫 홀에서 버디를 했다. 출발이 좋았다. 5의 롱홀이었는데 운 좋게도 스리온에 원퍼팅이었다. 각자 10만원씩을 각출해서 묻었다. 첫 홀에서는 버디값이 없다고 해서 공금에서 만원만 받고 시작이 되었다. 4인 모두에게 1만원씩도 배분되었다. 뽑기를 해서 두 사람씩의 승자를 선발하기로 했고 조커는 꼴찌가 원하는 스코어를 정하기로 했다. 통상 쓰리풀에서 버디까지였다. 날씨는 선선했고 무더위도 심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기에는 그저 그만으로 좋은 조건이었고 환경이었다. 캐디 언니는 대련에서 온 여성이었다. 앞팀은 남자 캐디였는데 우리는 운 좋게도 모두 여자였다. 나중에 확인된 사항으로 20개월 된 남자아이를 둔 애 엄마였다. 영화배우 조OO를 닮았다고 했다. 말씨나 태도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철두철미했다. 다들 어느 만큼의 기본이 되어 있던 상황이라 그렇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멀리건도 하나씩 허용이 되기도 했다. OECD6개로 정했다. 전반야가 끝나고 간단히 그늘집에서 막걸리를 한잔씩 했다. 언니에게는 알로에쥬스가 제공되었다. 후반야에 들어갈 때쯤이 되니 대부분이 OECD에 가입이 되었다. 오비가 나거나 세 번의 퍼팅 또는 해저드, 벙커가 되면 만원씩을 게워내는 것이었다. 당연히 플레이가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친화적으로 본래 있었던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골프장이 만들어졌기에 경사가 심했고 지형들도 평평하게 되어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신록은 푸르름을 더했고 능소화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또한 페어웨이도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었다. 싱글수준의 골퍼였던 분은 무난하게 플레이를 이어나갔고 나머지 세 사람은 열심히 플레이를 했지만 마음먹은 것처럼 그렇게 쉽게 플레이가 되지가 않았다. 15번 홀이 되었다. 이번에도 파5의 롱홀이었다. 쓰리온에 원퍼팅으로 또 한 번 버디가 되었다. 일생에 이렇게 두 번씩이나 버디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때까지 총 해본 버디가 3번이었다. 두 번은 퍼블릭에서 했고 한 번만 정규 홀에서 한 것이었다. 이렇게 정규홀에서 두 번씩이나 버디를 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골프의 진수를 맛보는 듯했다. 다들 연배가 있어 대놓고 좋아할 수도 없었다. 16홀이 되자 캐디피를 정산하고 남은 상금을 다 배분해버렸다. 그리고 싱글골퍼와 둘이서 2만원씩을 각출해서 마지막 두 홀의 상금으로 제공이 되었다. 얘기하는 중에 바퀴벌레 이야기가 나왔다. 지구상에 있는 동물 중에 가장 오래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4억년이라고 하니 그 생명력은 대단했다. 라운딩이 끝나고 캐디언니의 도움을 받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골프백을 차에 실어두고 샤워를 하러갔다. 몸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는 듯했다. 막판에 약간의 비가 뿌려지기는 했으나 라운딩을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버디를 두 번 하면서 스티커도 두 개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그것은 모자의 귀퉁이에 붙여졌다. 그것에는 이것이 남자의 버디라고 한글로 명시되어져 있었고 오른팔로 골프채를 쥐고 알통을 뽐내는 포즈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No.1 골프부킹 XGOLF’ 라고 써져있었다. 또 다른 스티커는 사각형모양이고 넘버원 골프부킹 엑스골프라고 쓰인 밑에 ‘Nice 버디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것이었다. 통상의 스티커는 나비모양인데 이번에는 특이한 모양의 것이었다. 싱글골프의 모자에는 이미 나비가 날갯짓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라커에서 옷을 갈아입고 사우나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탕에 들어가 몸을 좀 녹인 후 샤워를 하고 나왔다. 라커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서 로비로 나갔다. 본래 주선자가 다 계산을 하고 추후 정산을 하기로 했는데 싱글골프가 먼저 계산을 하는 바람에 각자가 계산을 하게 되었다. 회원권을 확보한 상태에서의 운동이라 비용도 저렴했다. 이제 남은 부분은 식사였다. 골프장 입구에 갈비집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알고 출발했는데 갑자기 식당이 변경되었다. 서초동 쪽 의 부일갈비라는 곳이었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행선지를 알려주었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서 목표지를 선정해 그곳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는 순조롭게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을 들어오는 시점에서 정체가 심했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달래내 고개에서 반포IC까지가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었다. 식당에 도착하니 거의 두시가 다 되어있었다. 문제는 술이었다. 한잔만 마시고 운전을 하고 가느냐 아니면 아예 작정을 하고 대리운전을 하느냐였다. 소금구이로 먹었다. 식사는 냉면으로 했다. 육수가 따로 비빔냉면에 제공이 되었다. 밥값은 주선자가 냈다. 일요일 반나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집에 귀가하니 오후3시 가량이었다. 일단은 피로를 풀기 위해 낮잠을 한숨 자야 했다. 2개월만의 운동이었다. 5월에 한번 했으니 정말 오랜만에 싸게 운동을 한 부분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오랫동안 금기시 되었던 부분이 풀린 부분도 있었다. 맑은 하늘과 좋은 경관 속에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었다.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주선자에게 다음에 보은할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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