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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을미년 새해맞이

by 자한형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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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새해맞이

 

섣달 그믐날에는 잠을 자면 귀신이 잡아간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와 유사하게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얘기도 있었다. 용케도 이번 설에는 KTX표를 구했다. 우리가족 넷은 설 전날에 아침 일찍부터 준비에 부산했다. 열차가 625분발이었다. 540분에 집을 나선다고 공지를 했음에도 10분정도가 지연이 되었다. 택시를 잡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거의 6시에 육박하고 있었다. 다행히 택시 한 대가 와서 멈추었다. 택시는 거의 30분이 소요되는 거리를 10여분만에 주파했다. 도착하니 10여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대합실 매장에서 김밥을 샀다. 아들 둘은 배낭을 메고 짐을 들고 걸음을 옮기느라 바빴다. 기차에 개찰구를 통과해서 올라가 착석하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객실 안은 초만원이었고 입석도 꽉 찬 느낌이었다. 경기가 좋지않아 모두들 표정은 어두웠지만 그래도 고향을 향하는데 대한 뿌듯함이 있어 보였다. 좌석은 넷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었다. 짐을 선반위에 올려놓고 일단은 역사에서 사 온 김밥으로 요기를 했다. 곧이어 열차가 출발했다. 드디어 귀성이 시작된 것이었다. 작년 추석에는 큰 들이 외국에 있었기에 셋만 갔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네가족이 다가는 셈이었다. 광명, 대전, 동대구, 신경주 등을 거쳐 부산에 920분쯤에 도착이 되었다. 두시간 40여분이 소요되었다. 세상이 많이 좋아진 셈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4시간씩 걸렸던 거리인데 이제 2시간여가 소요되니 정말 편해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네식구는 대부분 잠을 자는데 허비하고 말았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이도 있었지만 앞에 놓여진 탁자에 얼굴을 묻고 곯아떨어졌다. 혹시나 해서 신경주역쯤에서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차를 끌고 나올 수 있느냐를 의향타진했으나 여의칠 못했다. 별 수 없이 역에서 내려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하던 대로라면 남천동 횟집에 가서 회를 떠와야 하는데 굳이 부친이 알아서 한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두아들과 집사람은 명절음식 준비에 들어갔다. 튀김요리였다.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부루스타를 놓았다. 튀김용 냄비를 놓고 식용유를 끓였다. 반죽 등의 재료는 모두 모친이 미리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요리용 나무젓가락으로 튀김용 재료를 밀가루에 묻혀서 반죽통에 떨어뜨려 놓으면 그것을 집어서 냄비에 넣는 것이 큰아들의 몫이었다. 밀가루의 일부분이 튀김에서 떨어져 나와 불순물이 되면 그것을 다시 건져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었다. 튀김이 끓는 식용유 속에서 몇분간 있으면 익혀지고 그것이 표면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작은 아들이 그것을 철망으로 되어져 있는 곳에 옮겨 놓게 되고 조금 후에는 그것을 용기에 가지런히 정렬해 놓으면 일단락이 되는 형태였다. 오징어, 고구마, , 새우. 더덕 등 여러 가지 원재료에 튀김가루가 묻혀져 튀김요리로 변화되는 것이 요체였다. 두시간은 족히 소요가 되었다. 양반자세로 앉아서 작업을 하다보니 중노동이라 할만 했다. 조금 후에 부친이 큰아들을 데리고 회를 떠러 나갔다. 야채도 사가지고 왔다. 정오쯤이 되자 동생네 가족이 와서 시끌벅적해졌다. 큰 딸은 이제 고교2년생이 된다. 향후 꿈이 공군 사관학교를 가서 여자 파일러트가 되는 것이었다. 키가 168센티미터라고 하니 적은 키는 아니었다. 생기발랄함이 묻어나왔고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동생은 이제 고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공부를 잘해 국회의원 상을 수상하기도 했단다. 조금만 더 열을 올리게 되면 부모님과 같은 의사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도 같아 보인다. 곧이어 점심상이 차려졌다. 부친이 포장해 온 회에 식사가 곁들여졌다. 동생은 잇몸이 부어올라 얼음찜질을 하고 있던 터라 약주는 할 수 없었다. 부친은 듬직한 두 손자를 보자 매우 흐뭇해했고 든든해 했다.

점심을 마친 우리 형제는 큰아들과 큰딸을 데리고 집앞의 대형마트로 가서 장을 봐왔다. 거리는 가까웠지만 짐들 때문에 동생차를 가지고 갔다. 카트로 두 대가 가득찰 정도로 짐이 많았다. 내일 제사를 모시는 집들에게 줄 선물세트와 형제들에게 줄 선물이었다. 등갈비와 LA갈비도 포함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회포를 풀었다. 항상 부모님을 뵈러오던 친지는 연락이 없었다. 사촌 형님이 7순이셔서 명절 때 식구들 간에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가 별도로 마련이 된 탓이라고 했다. 밤 늦은 시각에는 촛불을 밝혔다. 그리고 가족들이 한명씩 연장자 순서대로 7배를 올리며 올 한해의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었다. 그 촛불이 밤새도록 환하게 주위를 밝혀주었다. 동생네는 식사를 마친후 내일을 기약하고 귀가했다. 다음날 드디어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네식구 모두 일어나 설빔으로 갈아입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를 올렸다. 그리고 떡국을 한술 떴다. 조금 후에는 동생네가 와서 세배를 올리고 떡국을 먹었다. 동생네는 차를 두 대 가져왔다. 조금 후에 두 대의 차량에 분승해서 제사를 모시는 종가집으로 갔다. 운전은 동생네 부부가 각각했다. 광안대교를 통과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분좋았다. 바다의 풍광이 새롭게 다가왔다. 신차가 나오면 광고를 찍는 곳으로도 유명하단다. 종가집에 도착하니 모든 제사준비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친척 등 식구들이 조금 후에 몰려왔다. 명절 제사가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소식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조상에 대한 제례가 진행되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제사가 첫 번째였고 다음은 백부님과 백모님에 대한 것이 두 번째였다. 제사를 마치고 병풍 등은 치워졌고 아침상이 차려졌다. 제사음식으로 아침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가운데 식구들이 근황을 얘기했다. 화제의 초점은 고향의 한우산에 들어오려는 풍력발전에 관한 것이 논의 되었다. 마을주민들은 극구 반대를 하고 있고 추진하고자하는 측에서는 계속적으로 진행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인 듯했다. 바람에 시설이 회전을 하게되고 소리를 발생시키게되면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이 난다는 것이었다. 원자력발전 등에서 빚어지는 일과 유사한 사례로 보여졌다. 식사를 마친 후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작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사촌 백부님에 대한 제례였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중부님내외와 사촌형에 대한 제례였다. 마지막은 오촌 아저씨네의 제사였는데 이미 제사를 다 지낸 후여서 집들이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대형 아파트로 이주를 한 터여서 경사가 있은 집이었다. 하이타이와 두루말이 휴지를 사가지고 갔다. 대단지로 보였다. 집주인인 오촌동생은 골프실력이 싱글 수준이었다. 집에는 이글패와 싱글패가 나란히 장식장에 진열이 되어져 있었다. 딸의 혼사일도 잡혔단다. 426일이란다. 동래쪽 호텔에서 예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되었단다. 신랑될 사람은 그가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건실한 청년이었다.

모든 설날의 일정을 끝내고 동생차로 귀가했다. 사촌형님네 가족이 집에 와 있었다. 형님은 작년에 공직에서 퇴직하셔서 쉬고 있었다. 같이 온 아들내외는 얼마전 결혼해서 울산에 신혼살림을 차린 신혼부부였다. 재기발랄했고 청춘의 싱싱함이 한껏 묻어났다. 남편은 대기업 대리였고 아내는 병원의 간호사였다. 저녁식사후에 귀경에 올랐다. 집에서 역까지는 택시로 갔다. 무거운 짐은 작은 아들 몫이었다. 무척이나 무거웠든지 어깨에 올려 메고갔다. 9시발이었다. 낮잠을 한숨 잤던터라 열차가 달리는 내내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다. 카톡, 밴드 등 글을 확인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갔다. 급기야 밧데리가 다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옆자리의 두아들은 피곤했던지 잠에 빠졌다.

이틀간의 을미년 새해맞이가 끝났다. 비용의 지출은 엄청났지만 미리 준비하고 대비했던 터여서 편안한 귀성길이 되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만큼 불투명하고 암울한 미래일 것으로 예견이 되지만 그래도 새로운 각오롸 결심을 갖고 새해를 시작해야할 것이다. 절해고도의 한치앞 낭떠러지 일지라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은 살아야하고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다. 희망을 찾아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결말을 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 것이다. 보다 밝은 내일을 위해 을미년 새해도 힘차게 출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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