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직장인의 일상적인 기쁨 중에 하나는 퇴근이다. 통상은 일과가 끝나면 퇴근이 되고 그것은 직장인들의 낙중의 하나이다. 또 다른 낙으로는 승진이라든가 휴가 등이 큰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야근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밤을 넘기기도 하는 때도 왕왕 발생되기도 한다. 전 근무지였던 교육원에서 근무할 때에는 퇴근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사무실과 지척거리에 사택이 있었고 퇴근이라 말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의미였기 때문이다. 퇴근을 한 후에도 일이 있으면 사무실로 가기도 하고 또한 수시로 사택을 왔다 갔다 하는 일도 많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퇴근과는 의미가 좀 달랐다. 교육이 진행되면 밤늦은 시간까지도 사무실에 있거나 생활지도를 점검하는 등 일반 직장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일과 후에도 행사가 계속되는 경우도 있고 모든 교육생들이 생활관에 들어가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후에야 겨우 사택으로 퇴근하는 게 다반사(茶飯事)였다. 일상적인 퇴근과 유사한 부분일 수 있는 것은 금요일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 직장인들과 유사한 퇴근이라고 보면 적정할 것이다. 그런데 그 퇴근은 매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것이니 특별했다.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니 무척이나 힘든 퇴근에 속하는 것이기도 했다. 올해 초 이곳 연수원으로 와서는 일상적인 퇴근이 이루어졌다. 일과를 마치면 사무실을 정리하고 퇴근에 들어간다. 통상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퇴근한다. 시내 교통상황이 항상 그렇게 정체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상 거의 한 시간에서 한 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된다. 차를 몰고 연수원을 빠져나가 원당골에서 벗어나게 되면 좀 한가로운 길을 달리게 된다. 강매지하차도를 거쳐 자유로로 접어들어 강북강변도로 진입한다. 곧이어 가양대교를 진입하게 된다. 보통은 일반적으로 거의 진입에 애를 먹을 정도로 꽉 막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통상 강북강변도로를 따라서 질주하게 된다. 계속 양하대교 성산대교의 진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게 마련이다. 지체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와중에 그래도 차선변경을 잘해서 10여분 이상을 잘 달리다 보면 서강대교 진입을 할 수 있는 곳까지 그럭저럭 도착할 수 있다. 그러면 서강대교를 건넌다. 서강대교의 초입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직진을 할 것인가. 아니면 좌회전을 할 것인가. 직진해서도 두 개의 방향이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좌회전을 하게 되면 대방 지하차도로 해서 공군회관 입구에 당도하게 된다. 그러면 거의 집 가까이 도착한 셈이 되는 것이다. 신호등 서너 개를 지나면 보라매역 주변의 사거리에 당도한다. 사거리를 지나 다음 신호에서 좌회전을 위해 신호를 대기한다. 좌회전을 해서 골목길을 죽 가다보면 대로가 나온다. 우회전을 해서 모자원 고개에 이른다. 모자원 고개 신호에서 유턴을 받아 바로 우회전하면 아파트 앞의 주차장 입구와 맞닥뜨려지게 된다. 그러면 퇴근이 끝나는 순간을 맞는다. 당초 가양대교를 지나게 되면 이제는 강북강변도로가 아니라 88도로를 달리게 된다. 본 도로로 진입하자마자 목동 쪽으로 빠지는 차들 때문에 최대한 차선을 변경해서 1차선 쪽으로 이동을 해야 진행이 수월해진다. 그 목동 진입구간을 지나면 그나마 차량의 흐름이 수월하고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런 연후에 다시 노들길로 접어든다. 다시 굴다리 쪽으로 차선을 변경해서 내려갔다가 올라와 우측으로 접어들면 영등포 쪽으로 나가는 길에 다다른다. 항상 대기해서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광경에 맞닥뜨려지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이동을 해서 마포대교를 건너오는 차량들과 접하게 되는 와중에 차선을 위험천만하게 변경해야한다. 직진차선과 좌회전 차선이 서로 엉키면서 경적음이 울리고 서로 먼저 가겠다고 하는 통에 무질서한 혼잡이 일어난다. 그 혼란한 속을 뚫고 좌회전 차선에 서게 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참으로 한국인은 인내심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길이 막히고 정체가 되고 지체가 되는 것에도 익숙해진 탓인지 요즘은 다 참고 기다리고 감내하는 것에 이르고 보면 한국의 문화적 성숙도에 놀라게 된다. 예전 같으면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불편함에 직면하게 되면 육두문자를 날리고 화부터 내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었는데 요즘은 충분히 사려 깊고 숙고한 뒤에 항의하고 항변하는 것을 보면서 변화된 세상의 인심을 느낀다. 그리고 신길로로 해서 조금 가다보면 공군회관으로 지나게 된다. 퇴근길은 그래도 편안한 운전이 된다. 어떻게 하든 시간이 지체되던 어떻든 문제는 목적지에 도착만 하면 되는 것이다. 출근길은 시간의 압박이라는 것이 있어 초조함도 있고 긴장감 속에서 운행을 하게 되는 것과는 달리 퇴근길은 특별한 부담감은 없는 편안함이 있는 것이다. 물론 업무가 남아 있다거나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이긴 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퇴근길은 휘파람을 불며 신나게 가는 길인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퇴근길의 매력은 집으로 가는 것도 있지만 동료들과의 술자리를 갖게 되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의 하나일 것이다. 차를 운행해야 하는 것에서 술자리를 자주 갖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하게 되는 것이 일상적이다. 변변한 안주에 술자리를 갖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통상 일반 서민들처럼 그렇게 삼겹살에 소주한잔이 통속적인 그림일 것이다. 그런 술자리에서는 항상 직장생활의 애환이 해소되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면서 상사로부터의 질책 기타 하급자들로 인한 속상함 등을 다 솎아내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아무튼 퇴근길은 즐거운 길이고 기쁜 길인 것만은 분명하다. 어떤 날은 기분 나쁜 마음이 들어 울적해지고 또 어떤 날은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한 날도 있다. 평범한 일상의 퇴근길에 즐거움을 계속 지켜갈 수 있다는 것도 직장생활의 소중한 한 단면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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