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1980년 5월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이후 관객수 천이백만 명을 달성했다. 예전에 나왔던 광주에 관한 영화 화려한 휴가보다도 훨씬 각광을 받았다. 서울에 살던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은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흥얼거리며 한강 다리를 건넌다. 그는 일상을 하루하루 사는 평범한 개인 택시운전사였다. 일과를 마치고 귀가해서 주인집 여자와 한바탕 실랑이를 한다. 주인집 아들 상구와 딸이 싸움을 해서 이마를 다친 탓이었다. 한참 따져보려고 갔으나 주인집 여자로부터 집세가 4달치나 밀렸다는 핍박을 듣고 주눅이 들어 제대로 얘기도 못하고 쫓겨난다. 만섭은 딸의 이마에 안티프라민을 발라주고 딸을 다독이는 선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기사식당에 들른 만섭은 한 친구가 외국인 태우고 광주를 가면 1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제의를 받았고 예약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귀가 번쩍한다. 그는 곧바로 약속장소로 간다. 독일 ARD-NDR TV방송국의 동경특파원으로 카메라 기자였던 위르겐 힌츠페터는 한국이 위험에 처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으로 들어갈 결심을 한다. 그는 선교사로 위장해 입국한다. 한국의 언론인 이 기자를 만나 상황설명을 듣는다. 광주에 관한 소식은 전해 국내언론에서는 보도가 통제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광주로 갈 작정을 한다. 이 기자의 안내로 택시운전사를 소개받고 그렇게 광주로 내려간다. 택시비로 10만원을 주기로 했다. 그때 당시 10만원이면 오늘날 100만 원쯤이리라. 엄청난 택시비를 받는 셈이다. “아이 엠 베스트 드라이버 돈트 워리” 라고 어설픈 영어로 손님을 안심시킨다. 광주는 멀다고 하고 한숨자라고 한다. 페터는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한다. 드디어 광주에 도착한 초록색 택시(브리사)는 무장한 군인들의 검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다시 국도로 간 만섭은 일하시는 농부 할아버지에게 광주로 들어가는 길을 물어본다. 당연히 농부는 광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하고 한편으로는 넌지시 광주로 들어가는 샛길을 알려준다. 그러나 입구에서 다시 검문을 수행하는 군인들을 만난다. 만섭은 손님을 비즈니스맨이라고 얘기하고 광주에 중요 서류를 두고 왔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검문소를 통과해서 광주에 들어간다. 처음 마주친 것은 광주역으로 가는 트럭일행이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는 외국인 기자에게 시위대 중 영어를 하는 이로 나선이가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역)이었다. 그는 외국인이 광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독일에서 왔다는 얘기를 하고 같이 가자고 한다. 그리고 그의 통역을 자처한다. 왜 대학을 갔느냐고 묻는 만섭에게 재식은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대학에 들어갔다고 너스레를 뜬다. 기자와 구재식을 내려주고 서울로 가려던 만섭은 다시 그들과 재회하게 되고 기자의 필름통을 가져간 파렴치한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것으로 오해를 풀고 화해한다. 만섭은 한적한 길에서 택시를 타려던 노모를 태우고 병원에 실어준다. 그의 아들이 데모대에 합류했다가 부상을 당했다는 얘기였다. 또 한 번은 산모를 태우고 병원에 데려다 주었는데 하필이면 지갑을 놓고 왔다고 해서 택시비도 받지 못한다. 광주역으로 가던 만섭은 그곳에서 시위대를 독려하던 처녀로부터 주먹밥을 받기도 한다. 데모대의 시위는 과격화되고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저녁 통금시간이 되어 택시기사 황태술의 집에서 기자와 함께 만섭은 식사를 한다. 갓김치를 먹어보라는 권유에 먹었던 외국인 기자는 매운 맛에 기겁을 한다. 언론에서도 자체적으로 제작한 내용을 발간하려하다 제지를 당하기도 한다. 방송사가 화염에 휩싸이기도 한다. 보안사 사복조장(최귀화분)은 독일 언론인이 광주를 취재하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시위대 속에서 그를 발견하자마자 쫓기 시작한다. 궁지에 몰린 재식은 그에게 체포되고 다른 두 사람을 회유하기 위한 제물로 위기에 몰린다. 그들은 결국 사복조장에게 체포될 위기에 몰리나 기자의 일격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금남로는 최후의 항전장소로 변모된다. 버스가 바리케이트를 치는 상황에서도 총성이 울리고 시위대는 대항할 방안으로 택시를 집단적으로 모아 집결시키고 방패처럼 길을 막는다. 진압군들은 백기를 든 데모대에게도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하고 만행을 저지른다. 여자고 노인이고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것이다. 결국은 최후의 방법으로 트럭으로 장벽을 만든다. 병원에는 부상자로 인해 만원사태가 빚어진다. 그러는 와중에 택시기사 황태술은 만섭의 차가 고장이 난 것을 알고 그것을 택시사업장까지 끌고 오고 수리에 고생한다. 60만 킬로미터를 뛰었다고 하니 고장이 없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수리된 차량에 대해 택시비와 전남 번호판 등을 주고 서울로 가라고 하면서 서울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를 그려주기까지 한다. 또한 기자는 만섭의 속사정을 알게 된다. 홀아비이고 딸을 키우고 있고 전화도 불통이므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광주를 빠져나온 만섭은 순천에서 한숨을 돌린다. 집에도 전화하고 딸의 소식도 듣는다. 그리고 시장에서 예쁜 핑크빛 구두도 선물로 산다. 그리고 국수를 한 그릇 먹으면서 광주에 관한 소식을 듣는다. 폭도로 오도되고 실상이 잘못 알려지는데 대해 안타까워한다. 그는 다시 자동차 정비소에 들러 집주인에게 딸을 부탁한다는 얘기를 하고 딸에게는 ‘손님을 두고 왔다’ 라고 하소연 한 후 광주로 되돌아간다. 사방으로 수소문 한 끝에 모두들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간다. 시신이 되어 누워있는 재식을 보고 오열한다. 그리고 기자에게 억지로 권고한다. 제발 카메라로 찍으라고 말이다. 기자는 다시 정신을 수습하고 카메라를 돌린다. 시신을 관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방치된 시신들이 즐비했다. 기자와 만섭은 최후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알고 서울로 향한다. 검문소에서 다시 검문을 당한다. 그리고 트렁크를 열어보라고 한다. 그곳에는 서울번호판이 있었다. 박중사는 기자도 아니고 서울택시도 아니니 통과시키라고 한다. 그렇게 통과를 시키자마자 상부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독일인 기자와 택시기사를 발견하면 즉시 보고하라는 얘기였다. 사복조장은 지프차를 몰고 택시운전사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위기에 처한 만섭을 위해 광주 택시기사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보안사의 사복조를 적절하게 따돌리고 무사히 만섭이 서울로 가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서울에 온 기자는 일본으로 가는 비행편을 예약하고 한국을 떠난다. 기자는 과자상자에 필름을 담고 그위에 과자를 놓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탈출한다.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 기자는 송건호 기자상을 받는다. 그리고 다큐로 광주의 실상을 알린다. 택시운전사 김만섭씨는 그가 기자상을 받는 것을 보고 흐뭇해한다. 그러면서 광화문을 향해 손님을 태우고 출발한다. 마지막에는 실제인물의 인터뷰장면이 상영된다. 김만섭씨를 만나 보고 싶어하는 사연이 생생하게 소개된 것이다. 김만섭씨의 실질적인 상황과 영화는 차이가 있었던 모양이다. 김만섭씨는 개인택시를 몰던 가난한 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아들 둘과 아내를 가졌던 부유한 가장이었다. 호텔택시를 몰았고 서울 펠리스호텔 소속이었다. 차도 세 대나 가졌던 이였다. 영어, 일어도 유창했다. 단 건강이 좋지 못해 1984년 53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기자 (토마스 크레취만)는 독일 TV방송기자였다. 1973년부터 89년까지 동경특파원을 지냈는데 5월 민주화 항쟁시 직접 광주를 취재하고 그것으로 다큐를 만들어 방송했다. 그리고 2003년 송건호 기자상을 받았다. 그는 그 이후 김만섭 택시운전사를 만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말았다. 문대통령과 기자의 부인 그리고 송강호 등이 영화를 관람하는 장면이 한 때 화제가 되었다. 너무 굳어있던 송강호의 표정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 시민의 눈에 비친 광주 그리고 가장 객관적이었던 외국 기자의 눈에 비친 광주의 모습이 재현된 것에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당시 그곳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몰랐고 그것으로 인한 아픔, 한 등을 간접적으로 느껴왔을 뿐이었다. 얼마전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프로그램에서 황석영이 나와 자신의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에 관해 얘기했다. 광주에 살았던 작가는 그 상황이 있었던 때에 하필이면 그는 그곳을 떠나 서울에서 일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에 관한 기록을 정리하고 새롭게 발굴해서 책자로 낸 것이 그의 저서라고 했다. 그는 그랬다. 진실은 규명되어야 하고 단죄되어야 하고 용서되고 새롭게 조명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올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5.18 기념식이 열렸다. 이번기념식에서는 화해되고 새롭게 부각된 광주민주화 운동의 아픔이 이제는 빛나는 역사의 발자취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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