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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취(6권 수필집)

티베트에서의 7년

by 자한형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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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의 7

 

 

오스트리아 출신의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는 193978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를 정복하는 원정대의 일원으로 원정에 나선다. 아리따운 부인과 뱃속의 애기와 작별을 고하고 열차에 오른다. 부인은 깊은 슬픔에 빠져 흐느끼며 역사에서 빠져나간다. 4개월 후의 만남을 고대하면서 말이다. 그는 3년 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얼마 전 결혼한 후 아내 잉그리드와의 사이에는 뱃속에 아이를 두고 떠나는 상황이었다. 기차역에서 작별을 하고 히말라야로 향한다. 친구인 호제트에게 아내를 부탁한다. 예쁜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두고 떠나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독불장군이었던 그는 원정대장과의 마찰은 계속된다. 등반에 나선 두 사람은 처음에 하러가 먼저 부상을 당하고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낙하한 원정대장을 끌어올려 사지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는 갈등의 씨앗이 잉태된 채 원정을 계속하는 상태가 된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기상상황 악화로 인해 등정을 포기하고 하산한다. 하러는 셀퍼 둘만 붙여주면 혼자라도 가겠다고 하는데 원장대장의 허락할리 만무하다. 히말라야에서 하산하는 중에 만난 셀퍼로부터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받는다.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달라이 라마가 생명을 지켜주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의 갈등은 증폭되고 사사건건 부딪친다. 하산한 후 상황을 보니 네팔은 영국령이었다. 하러 등 원정대는 적대국의 국민이다 보니 체포되고 포로수용소에 압송된다. 서너 차례의 탈출을 꾀했던 하러는 탈주에서 주범으로 명성이 높아졌다. 이러는 동안 세월은 많이 흘렀다. 소식이 없었던 아내로부터 아들을 낳았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녀는 이혼 서류를 보내오고 서명해서 보내달라는 사연이었다. 통탄할 노릇이었다. 1944년 그는 드디어 원정대의 대원들과 함께 영국군으로 위장한 채 유유히 수용소 정문을 통과해 탈옥에 성공한다. 일단 안전지대로 빠져나오게 되자 하러는 홀로 도피행을 택한다. 우연히 도주 중에 원정대장을 만나게 되고 둘은 탈주의 동반자가 된다. 티베트까지 68킬로미터를 남겨둔 상황에서 티베트로 방향을 잡고 이동한다. 국경에서 만난 티베트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그는 경계병의 지휘봉을 빼앗고 놀려댄다. 그는 원주민들에게 잡히고 행정관에게 잡혀간다. 그런데 국경에서 만난 그 경계병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행정관이었다. 악연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제공하고 애원해보지만 막무가내다. 결국 그곳에서 쫓겨나게 된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라사에 도착한다. 한 허름한 집 앞의 광경을 지켜보게 된다. 그것은 강아지에게 밥을 주러 나온 주민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들은 주민이 사라지자 강아지를 쫓고 강아지 밥을 빼앗아 먹는다. 그것을 보게 된 주인장은 측은지심이 일어 그들을 보살펴주게 된다. 도움을 받게 된 그들은 이방인으로 그곳에서 현지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왕이라는 고위관료가 여자 재단사를 보내 양복을 맞춰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재단사와 친숙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경쟁하는 연적관계가 된다. 스케이트를 선물하기도 하고 스케이트를 가르쳐주면서 친밀도는 더욱 높아져간다. 그들 중 여자의 선택은 원정대장이었다. 원정대장은 아버지가 준 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시장에서 팔아서 식량을 확보하기도 한다. 그것은 하러가 한 말 때문이었다. 시계가 무슨 필요가 있냐는 식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하러의 배낭에는 여러 개의 시계가 매달려 있었다. 어느 날 하러는 달라이 라마의 모친에게서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러 가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하러는 달라이 라마를 배알하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어린 아이였던 달라이 라마는 신기한 노랑머리를 매만져보기도 한다. 달라이 라마는 그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한다. 왜 산에 오르는가. ‘절대적 순수를 느끼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에게 영사기가 있고 필름이 있다고 얘기를 하고 영화관을 지어줄 수 있겠느냐는 제의를 한다. 그러자 하러는 수락하겠다고 답변한다. 처음 설계를 하고 땅을 파고 기초를 다지는 순간에 난관에 봉착한다. 그것은 기초공사를 위해 땅을 파는 중에 땅속에 지렁이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것을 소중히 여기느라 작업의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된 것이다. 그 지렁이는 자신의 어머니의 환생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었다. 그러자 하러는 고민 끝에 지렁이를 한쪽에서 골라내서 다른 곳의 흙속에 옮겨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이 난제를 해결한다. 결국 영화관을 준공하고 그곳에서 영화가 상영된다. 영국여왕의 대관식도 영상으로 소개된다. 어느 날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 하러는 원정대장에게 그의 시계를 되찾아 선물한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상황에서 그는 또다시 아들의 편지를 받는다. 자신에게는 아버지가 없다는 식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티베트는 세계2차 대전 중에는 전란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1949년 모택동에 의해 통일되었다. 그런 후 중국은 옛영토의 회복이라는 명분을 걸고 티베트로 침공한 것이다. 인구도 적고 병력도 적으며 병기도 허술한 티베트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개전 11일 만에 항복하고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들은 결국 중국의 자치구로 된다. 점령군들은 모택동의 사진을 걸고 티베트를 짓밟는다. 협상을 하러 들어오면서 정성을 다해 그리고 있던 만다라를 발로 짓뭉개는 모습에서 관객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달라이 라마는 그런 속에서 즉위식을 올렸다. 그리고 하러는 달라이 라마에게 작별을 고하고 귀국한다. 하러는 달라이 라마에게 망명을 권고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백성을 두고 갈 수 없다는 의사를 피력한다. 머리를 맞대고 작별을 고한다. 나왕은 전쟁 시 총사령관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했으나 패배로 인해 셈법이 복잡해졌다. 하러는 나왕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고 조롱하고 질책한다. 하러는 고국으로 돌아가 꿈에서 그리던 아들 롤프를 만난다. 그리고 산악을 오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의 대부분을 촬영했던 곳은 남미였다. 일부만 실제 네팔 등지에서 촬영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주인공 브레드 피트에 대한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인간이 반항하고 적대적이었던 성품이 오랜 티베트에서의 생활을 통해 성숙해가고 완성되어져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살았고 한없이 자신에게 충실하고자 했던 면에서 무척이나 인간적인 사람으로 변화해가고 완성되어져 가는 것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달라이 라마와의 교감을 통해서 그는 사람이 어떠해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던 것은 아닐까. 산을 오르면서 정상에서 절대적 순수를 느꼈던 것처럼 그렇게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하러는 또다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친교를 맺었고 하러가 죽었을 때까지 계속적인 관계가 유지되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에 인도로 망명해서 살고 있다. 1986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인들에게는 정신적인 지주요 살아있는 부처로 존경과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얼마 전 다녀온 몽골에서도 사원에는 한 켠에 조그맣게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걸어두고 있었다. 도올이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가졌고 그것을 기화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두세 시간 만남을 가지려 다 아주 깊은 대화와 공감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티베트에서의 7년을 통해서 인간이 가져야 할 생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두 시간여 동안 끊임없는 영화상영 시간동안 생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느껴보는 부분이었다. 부적절한 배우선택이라는 혹평이 있기도 했지만 많은 의미를 지닌 영화를 통해 생의 진정한 의미에 눈을 뜬 하러의 자아발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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