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결절종
따뜻한 겨울인 듯한데 문제는 미세먼지였다. 요즘의 대세는 삼한사미란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지난 주말이었다.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끝마디 접쳐지는 곳에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 처음에 느낀 것은 뼈가 돌출된 것은 아닌가 여겼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오후에 동네 정형외과 병원에 갔다. 불안한 마음으로 진료를 받았더니 뼈는 아니라고 했다. 종기도 아닌 듯했다. 일단 초음파를 해서 한 번 세밀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를 해서 초음파실로 가서 초음파를 했다. 해당부위에 젤 같은 것을 바르고 움직임을 관찰했다. 조그만 모양의 이물질로 보이는 것이 꿈틀대며 이리저리 움직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담당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방법을 일러주었다. 손가락 부위에 ㄴ자 형태로 절개를 하고 결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봉합을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냥 놔두면 자동적으로 없어지기도 한다. 약물요법은 소염제 등을 복용하는 것도 있는데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별다른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해서 낭종 제거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수술을 준비하는데 30분쯤이 소요되었다. 일단 수술실로 올라갔다. 간호사의 안내대로 상의를 다 벗고 수술용 환자복을 입었다. 오른쪽 팔부분이 끈으로 된 형태였다. 수술준비는 손바닥 전체를 소독하는 것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마취주사를 놓았다. 마취주사는 세 대 정도였다. 부분국소마취라고 했다. 따끔하다고 경고를 했음에도 이를 악다물고 통증을 참았다. 계속 얘기를 하면서 수술을 하는데 오른쪽 팔을 빼고는 모두 녹색천으로 덮여져 있어 수술을 하는 부분을 볼 수는 없었다. 처치가 다 완료된 후 제거된 결절종을 보여주었다. 하얗게 딱딱한 것이 콩알만 했다. 절개된 부위를 수술실로 봉합하고 기브스를 했다. 기브스 위에 압박붕대를 감았다. 손가락 중 셋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을 중심축으로 부목을 대고 고정을 시켜놓은 식이다. 졸지에 오른손을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상처가 곪지 않도록 하기위해 약을 처방해 주었다. 소염제, 항생제, 소화제가 들은 것을 4일치 처방했다. 병원 옆 30미터 거리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왔다. 당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부분 등 일상사였다. 우리 일상에서 오른손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중요한가를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일단 오른손에서 쓸 수 있는 부위는 엄지와 검지만 쓸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 숟가락을 쓸 수는 있었다. 문제는 젓가락질이었다. 손가락 세 개가 필요한 기본인데 두 손가락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다. 대체방법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젓가락 대신 포크였다. 곰탕을 끓여서 식사를 했다. 어렵게 식사를 하니 맥이 빠졌다. 내일부터 당장 출근 등 일상사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였다. 다행히 기어변속은 간단히 두 손가락을 활용해서 할 수 있었다.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오른손은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매사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감는 것도 왼손으로 어설프게 할 수밖에 없었다. 왼손으로 샴푸를 머리에 바르고 비벼 감고 바가지에 물을 부어서 머리에 들이붓는 식으로 감는 것이 요령이었다. 면도도 쉽지 않았다. 첫날을 발을 씻는 것은 집사람에게 부탁해서 해결했다. 글을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컴퓨터도 전혀 활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겨우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마우스를 움직이는 정도만 가능했다. 손목결절종이라는 것을 검색했다. 갱글리언(ganglion)으로도 불리는 이 증상은 관절낭 등에 생기는 일종의 낭종이다. 결절종은 관절액이 새어나와 투명한 젤리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형성하는 질환이다. 손과 손목에 흔히 생기는 연부조직(근육, 인대, 지방, 혈관 등) 종기로 흔히 물혹이나 자갈풍으로 불린다. 손가락 마디에 물혹이 생기며 간혹 피부가 얇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손가락 마디벽의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마디를 둘러싼 막이 닳아서 마디 안에 있던 액체가 흘러나온 것이다. 쥐눈이콩, 완두콩만한 것부터 호두만한 것까지 결절종의 종류는 다양하다. 결절종은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고 성인 남자보다 성인 여자에게 더 많이 생기는 편이라 한다. 정확한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외상을 입거나 손을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그냥 놔둬도 큰 문제가 없지만 계속 손을 사용하게 되면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절종의 진단은 비용부담이 크고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대신 짧은 시간에 큰 비용부담 없이 초음파 검사만으로 질환을 정확히 판독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초음파 검사비용으로 3만 5천원이 들었다. 결절종을 진단받게 되면 결절종 부위를 절개하고 관절낭 부위의 뿌리까지 제거하는 수술을 받거나 비수술적 치료를 받는다. 비수술적 치료는 관절종에 압력을 가해 낭종을 터트리거나 주사기로 안의 혹부분을 빼내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지만 재발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오른손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이런 때를 생각한다면 양손잡이인 사람이 유효적절하다. 어떤 이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 오른 손의 대부분을 작두에 잘려 왼손으로 모든 일상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숟가락은 오른손, 젓가락은 왼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특이한 사례의 하나로 컴퓨터의 마우스는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설펐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숙달이 되자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수술을 받고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3일째가 되는 날에 기브스용으로 부목처럼 대었던 보조대를 제거하고 압박붕대만 감는 식으로 완화되었다. 거의 10일쯤이 경과되었을 때 압박붕대도 제거하고 피부색과 같은 연분홍빛의 붕대로 처치를 해주었다. 매일 소독을 하던 것도 일주일이 지났을 때부터는 격일로 치료를 받으면 되었다. 최종 처치는 2주 후에 실밥을 빼는 것으로 종료가 되었다. 문제는 상처부위의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했다. 물이 닿으면 덧나는 것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물론 치료기간 중에 목욕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건강에 관한 명언 중에 그런 것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너의 신체는 걸어 다니는 자서전이 되어 친구든 낯선 이든 모든 사람에게 네 삶의 크고 작은 난관을 말해준다.[마릴린 퍼거슨]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인생사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어렵고 곤궁한 때를 기억하라고 했던 이도 있었다. 언제나 일상적인 삶이 평온하게 이어가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새삼 느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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