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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수필, 여행기, 편지글, 일기 등)

적기에서 죽었다 4

by 자한형 2024.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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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에서 죽었다 44

A군은 1년 후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부산의 바닷가 한적한 적기에 정착했다. 그곳은 포근했고 안락했으며 그가 꿈꿨던 이상적인 곳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외딴집이어서 이웃들과는 소원했지만 외톨이로 세상을 살아온 그에게는 이런 식이 성정에 맞았다. 이제 남은 남은 것은 하나뿐인 혈육 동생을 찾는 것이었다. 1년 전 한 달간 체류하며 사방팔방으로 동생의 행적을 추적하고 수소문했지만 제대로 소재를 파악할 수 없었다. 20여.20 년의 세월이 흐른 상태에서 26년 전의 동생의 어릴 적 사진으로 사람을 수소문하고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미국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양부모의 보호와 사랑을 받으며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고 성인으로 성장했으며 자립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고 여러 조건과 환경 등에 적합한 격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와 평안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었다. 그는 동생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사립탐정을 고용하기로 했다. 성공사례금을 두둑이 주는 것으로 하고 경비도 아낌없이 주었다. 그리고 동생을 찾아달라고 당부하고 의뢰했다. 탐정은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계절이 두 번 바뀔만한 기간 약 6개월의 세월이 흐른 후 동생의 소개를 알게 되었다. 동생은 의외로 부산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A군은 사설탐정으로부터 받은 주소를 갖고 동생을 찾으러 나섰다. 자동차를 끌고 갔다. 울산의 태화강변의 조그만 동네에 살고 있었다. 26년 만의 해후였다. 두 형제는 뜨거운 포옹을 했고 기쁨 가득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둘은 집 근처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눴다. 26년 전의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찻집에서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지나온 장구한 세월 동안의 삶에 관한 얘기를 나누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형제애는 뜨거웠고 피는 물보다 진했다. 형은 동생에게 명함을 건넸고 전화번호와 주소 등이 적혔다. 그리고 주말에 만나러 오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만남은 주말을 이용해 적기의 형집에서 만났다. 하루종일 얘기를 나누며 그 오랜 세월 동안 묻어둔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벽안의 형수를 만난 동생은 형의 아내인 형수에 관해 깍듯이 존대를 했고 인사를 드렸다. 의사소통은 형의 통역에 의해 이루어졌다. 일요일인 다음날까지도 두 형제의 얘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형의 초기 미국 생활, 학창 시절 그리고 직장생활의 애환 고충 그리고 형수와의 만남과 교제 그리고 프러포즈를 한 얘기 이후 결혼식까지 끝없는 얘기를 하고 즐거워했고 서로 간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했다. 저녁때에는 스테이크에 와인을 마시며 환담했다. 이제 두 형제는 완전히 성인을 넘어서 있었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고 거칠 것이 없었으며 제약되거나 제한된 금기가 없었다. 그렇게 두 형제간의 만남은 매 주말마다 이어졌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낸 후에는 서로 간에 어느 만큼 서로 간의 삶과 희망이며 미래에 관해 서로의 의중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두 형제는 예전의 형제간의 우의를 다시 복원하며 형제애를 굳건히 해가고 있었지만 26년 간의 괴리와 가극은 쉽게 채워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형은 이미 충분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안정적인 생활의 기반을 갖고 있었고 빛나는 미래를 향유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충분했다. 하지만 동생은 너무나 차이가 큰 부분이 많았다.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형제는 달랐다. 동생은 아직도 제대로의 생활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고 극빈의 생활을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학력의 차이도 천양지차였다. 동생은 무학이었지만 형은 최고학부 대학을 나온 엘리트에 손색이 없었다. 가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형은 재력, 학벌, 문화적 소양 등 교양인으로서 갖춰야 할 것에서 빠지는 부분이 없었지만 동생은 형을 쫓아가기에는 너무나 먼 곳에 있는 형이었다. 형은 선진국 미국에서 최상의 교유을을 받고 직장생활까지 한 성공한 젊은 전도유망한 청년이었지만 동생은 홀로 자기 앞의 호구지책조차 해결하기에 급급한 상황이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빈민층에 속하니 대비할 수 있는 부분에 천양지차의 격차가 느껴질 뿐이었다. 동생은 26년 동안 형을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했고 그의 비원은 이뤘지만 현실적으로 맞닥뜨려 보니 너무나 다가갈 수 없을 만큼 형과 동생은 대비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고 컸다. 형은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넘사벽 자체였고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서로 얘기를 해봐도 예전 26년 전 서울역에서 구두를 닦았던 소년으로서의 형이 아니었다. 너무나 변했고 너무나도 훌륭하게 성장했고 엘리트로 손색없는 헌헌장부로 변모해 동생 앞에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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