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 / 산드로 보티첼리/차일피일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 1484-86)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과 "봄"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는 이탈리아의 초기 르네상스 화가이다.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은 1484-86년경에 그려졌다.
그림은 가로 278센티미터, 세로 172센티미터의 크기이다.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에 소장되어 있다. (사진 1)
(사진 1) 우피치 미술관( Uffizi Gallery)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그림이다. 이 그림은 종종 그리스 로마 신화에 근거한 보티첼리의 다른 그림 "봄" (Primavera)과 함께 거론된다. (그림 1)
두 그림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에 속하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그림이다.
(그림 1) "봄" (Primavera, 1470-80년대경)
"봄" 은 가로 314센티미터, 세로 202센티미터이다. 두 그림 모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작품으로 전례 없이 매우 큰 그림이다.
화가 보티첼리
보티첼리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당시 유명한 화가 필리포 리피(Filippo Lippi) 문하에 보내 그림을 공부하게 하였다.
보티첼리는 그 후 당시 주도적 화가이며 조각가인 안토니오 폴라이우올로(Antonio Pollaiuolo)와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Andrea del Verrocchio)의 작품을 연구하였다. 그들의 기법을 흡수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 나갔다.
1470년 그가 20대일 때 이미 독자적인 공방을 운영하였고. 화가로서의 평판이 높아졌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가족과 함께 살았다.
1478년 경에는 그의 그림은 예술적으로 완숙한 경지를 보였다. 소극적이며 자신감 없는 필치는 사라지고, 그림에 강건한 힘이 넘쳤다.
보티첼리는 당시 유행하던 다양한 유형의 그림을 그렸다. 프레스코 벽화의 종교화, 초상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한 그림 등이 그의 명성을 높였다.
1481-82년에는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의 벽화를 그렸으며, 당시 최고의 권력자 메디치 가문의 총애를 받았다.
"비너스의 탄생", "봄" 을 비롯하여 보티첼리의 많은 그림들이 메디치 가문의 주문에 의해 그려졌다. 특히 초상화에서의 뛰어난 기예는 메디치가의 신임을 얻는데 기여하였다. (그림 2, 3)
(그림 2) "코시모의 메달을 들고 있는 남자의 초상화" (Portrait of a man with a medal of Cosimo the Elder, 1474)
(그림 3) "둥근 메달을 들고 있는 젊은 남자의 초상화" (Portrait of a young man holding a roundel, 1480-1485)
1490년대 이후에는 그의 화풍은 점차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번창시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다른 젊은 화가들의 혁신적 조류에서 벗어나 낡은 화풍으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변화는 당시 그가 추종했던 종교지도자 사보나롤라(Savonarola)의 영향이기도 하다.
사브나롤라는 세속적 예술과 풍습을 비난하고, 엄격한 종교적 율법을 요구하면서, 이교적이고 세속적인 많은 그림을 탄압하고 불태웠다.
비너스, 베누스, 아프로디테
비너스는 영어식 표기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이며, 로마식 표기로는 베누스이다.
사랑의 신으로 불리는 비너스는 로마의 여신이다. 사랑, 아름다움, 욕망, 섹스, 다산, 승리를 관장한다.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를 빌려왔지만, 비너스는 로마 시대에 특히 각광을 받았다.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그녀를 심지어 자기 조상이라고 주장했다.
비너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 중 로마의 예술과 문학에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신이다. 사랑과 성의 여신으로, 비너스는 대개 누드로 그려졌다.
비너스의 탄생
신화에 의하면, 비너스는 '바다의 거품' 으로부터 태어났다. 이 바다의 거품은 거인족의 아버지인 우라노스(Uranus)의 낫으로 잘린 생식기가 바다에 던져지면서 생겨났다.
우라노스의 남근을 자른 것은 그의 아내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의 명령을 따른 아들 크로노스(Cronus)이다. 이 행위로 인해 크로노스를 수반으로 하는 거인족에 의한 세계의 지배가 이루어졌다.
비너스는 아기가 아닌 어른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보티첼리의 그림에서는,
새로 태어난 비너스가 거대한 조개 위에 누드로 서 있다. (그림 4 / 상세)
(그림 4 / 상세) 조개 위의 비너스
실제 사람 키만큼 큰 여성의 누드를 그림의 중앙에 부각시켜 그린 그림은 당시 서양 미술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보티첼리가 1481-82년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릴 때, 로마에서 본 로마 그리스 시대의 조각 작품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림의 비너스가 취한 자세는 "정숙한 비너스" (라틴어 Venus Pudica / Venus of Modesty)의 고전적 모습이다. 손이 가슴과 성기 부분을 가리는 자세이다.
"정숙한 비너스" 의 원형은 BC 4세기 경의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Aphrodite of Knidos) 대리석 조각이다. 이 작품에는 손이 가슴을 가리지 않고 있다. (사진 2)
(사진 2)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BC 4세기경)
그 변형인 "메디치의 비너스" (Venus de' Medici, BC 1세기 모사품)가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취한 자세이다. (사진 3)
(사진 3) 메디치의 비너스 (BC 1세기 모사품)
비너스가 바다에서 태어나고 있는 모습은 "바다에서 나오고 있는 비너스" (그리스어 Venus Anadyomene / Venus rising from the sea)라고 불리며, 정형화된 비너스 그림의 한 형태이다.
BC 4세기의 화가 아펠레스(Apelles)의 그림(현존하지 않음)으로 유명하게 된 이 모습의 비너스는 종종 조개와 함께 그려진다. 조개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이 그림의 모습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에 부활하여, 바로크, 로코코, 19세기 미술에 널리 반영되었다. 그림에 적어도 한 명의 중심적인 여성 누드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 5, 그림 6, 그림 7)
(그림 5) 티치아노(Titian)의 "바다에서 나오고 있는 비너스" (Venus Anadyomene, 1520)
(그림 6) 코르넬리스 드 보스(Cornelis de Vos)의 "비너스의 탄생, 1651년경)
(그림 7) 윌리암 아돌프 부그로(William-Adolphe Bougereau)의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 1879)
보티첼리 그림 속의 비너스는 아름답다. 하지만 인체 해부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림 8 / 상세)
(그림 8 / 상세) 비너스
목이 지나치게 길다. 왼쪽 어깨가 급격하게 기울어졌으며, 왼쪽 팔이 비정상적으로 몸에 붙어 있다.
비록 한쪽 발에 무게 중심을 더 줌으로써 시각적 효과를 높이는 것이 통상적인 그림 기법이긴 하지만, 이 그림에서는 왼발에 너무 많이 기울어져 있다. 실제로는 그렇게 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보티첼리의 의도는 실물 그대로의 인물을 그리려는 것이 아니다. 전체 구도의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을 중시하면서, 바람에 불려 떠내려온 부드럽고 우아한 상상 속의 여신을 그리고 있다.
비너스의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것은 비너스의 윤곽을 뚜렷하게 그림으로써 대상이 평면적이 되는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윤곽선은 비너스를 실물이 아닌 그림으로 보이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연스럽지 않은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모나리자" 를 그릴 때 명암과 색조를 섬세하게 처리하여 윤곽선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였다. 스푸마토(Sfumato) 기법으로 그렸다.
그림의 왼쪽에는 바람(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us)가 비너스에게 열심히 꽃바람을 불어주고 있다. (그림 9 / 상세)
(그림 9 / 상세) 비너스에게 입김을 불고 있는 제피로스
이 장면은 고대 그리스의 작가 미상의 시를 모은 "호메로스 찬가" (Homeric Hymns)에 나오는 부분이다.
'제피로스의 젖은 입김에 떠밀려, 그녀(비너스)는 거센 바다 파도의 물거품을 타고, 떠내려 왔네' 라고 묘사되었다.
제피로스가 안고 있는 여자는 '아우라' (Aura)로 추정되고 있다. '아우라' 는 '산들바람' (breeze)이라는 뜻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여신이다.
제피로스 주위에 장미가 흩날리고 있다. 장미는 비너스의 상징이다.
그림의 오른쪽에는 계절의 여신 호라(Hora)가 화려한 옷을 가지고 육지에 도착하는 비너스를 맞고 있다. (그림 10 / 상세)
그녀가 입은 옷의 장식으로 볼 때, 세 명의 계절의 여신 중 봄의 여신으로 보인다. 발은 허공에 떠 있다.
(그림 10 / 상세) 비너스를 맞고 있는 계절의 여신
다른 해석에 의하면, 제피로스가 안고 있는 '아우라' 와 계절의 여신 '호라' 는,
제피로스의 아내인 클로리스(Chloris)와 꽃의 여신 플로라(Flora)로 보기도 한다. 클로리스와 플로라는 보티첼리의 그림 "봄" 에 그려져 있다.
이 장면도 또한 "호메로스의 찬가" 에 언급되어 있다.
'황금빛의 계절의 여신이 그녀를 기쁘게 환영하였고,
그녀에게 천상의 옷을 입혔네'
라고 묘사되어 있다.
보티첼리 그림 속의 비너스는 육체적 아름다움과 세속적 사랑을 상징하는 한편,
동시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통하여 정신적 아름다움과 신성한 사랑을 추구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되어 왔다.
'회화, 미술사, 서양화가, 작품 등 한국화가 한국화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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