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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해설

30. 난초

by 자한형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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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蘭草)> 이병기(李秉岐)

 

난초1

 

한 손에 책()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난초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난초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난초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 [문장] 3(1939)-

 

해설

 

1939[문장(文章)](3)에 발표된 작품으로 이병기의 시조집 <가람시조집>(1939)<가람문선>에 수록되어 있다. 난초에 대한 깊은 사랑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난초의 외양과 성품을 사실적으로 노래한 이 작품은 시인이 소망하는 정신적 삶의 방식을 통해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를 일깨워준다.

 

작자가 평소에 아끼고 사랑하는 난초를 두고 그 외모의 수려(秀麗)함과 그 내재적(內在的)인 본성(本性)을 예찬하면서, 고고(孤高)한 삶을 영위해 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개관

 

갈래 : 현대시조, 평시조, 연시조, 서정시

 

발상 동기 : 제재인 난초의 깨끗하고 청아(淸雅)한 생태를 보고, 이에 인생을 결부시킴.

 

성격 : 관조적, 전통적, 동양적, 사실적.

 

율격 : 3(4)4. 36구의 외형률

 

어조 : 관조적

 

기교 : 사실적 수법, 의인법, 대조법.

 

제제 : 난초

 

정조(情調) : 애착(愛着)

 

사상 : 자연에 대한 애착과 청렴한 삶에 대한 추구

 

주제 : 난초의 정결한 삶에 대한 예찬

 

출전 : <가람문선>(1966)

 

특징

 

(1) 첫째 수는 외면적 사실(寫實)에 치중하였으나, 둘째 수는 내면적 의미를 포착하였다.

 

(2) 내용상 영물적(詠物的) 서정시이다.

 

(3) 작자가 평소에 아끼고 가꾸어 온 난초를 읊은 청신(淸新)예리한 감각시(感覺詩)이다.

 

발표 : 1939[문장] 3

 

구성- 47수 연작시조

 

(1) : 난초가 개화하는 순간

 

(2) : 난초의 시련과 향기

 

(3) : 난초의 생명력

 

(4) : 난초의 외양과 본성

 

어구 풀이

 

<조오다> : 졸다.

 

<비껴> : 비끼어. 비스듬히 비치어.

 

<잎새> : 잎사귀. ‘잎새는 사투리.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 외강내유의 난초잎의 상태를 사실적으로 묘사.

 

<대공> : 줄기. ‘의 사투리.

 

<벌고> : 벌어지고.

 

<마음> : 여기서는 난초의 본성.

 

<정한> : 깨끗한.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 줄기 끝에 핀 꽃을 사실적으로 묘사. 색채의 대조적 수법으로 시각적인 미를 강조함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 아침에 보는 난초의 청신한 모습을 선명하게 묘사함. 같은 음절의 중복을 통해 음악적 효과를 노림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 이는 작자 자신이 혼탁한 속세에 물들지 않고 깨끗이 살려는 생활 태도를 난초에 비긴 것임. 감정이입. 의인법 사용

 

<미진> : 티끌. . 세속의 잡스러운 기운.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 난초에 거름을 주면 죽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 말로, 난초의 신선과도 같은 고고한 기품을 노래함. 고매하고도 청초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작자의 마음을 감정 이입시킴.

 

감상

 

난초를 소재로 한 전 47수의 연시조로, 난초가 지닌 청아한 모습과 맑고 고결한 성품을 예찬하고 있다. 난초를 깊은 애정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추구하는 고결한 삶의 방식을 통해 현대인이 지향해야할 삶의 자세를 제시해 준다.

 

난초의 청신(淸新)한 외모와 고결한 내적 품성( 외유내강 )을 예찬한 작품으로 난초를 의인화하여 노래한 작품이다. 고결하게 살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향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시조는 장별 배행으로 되어 있다. 시의 형식은 4음보의 외형률을 지닌 정형시이다. 시의 제재는 난초이고, 주제는 난초의 정결한 삶에 대한 예찬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표현으로 난초의 외모를 묘사한 점과 의인법과 감정이입적 표현을 통해 난초의 내면적 본성을 고고한 심성으로 나타냄으로써, 난초와 독자가 동일화되는 경지로 이끈 점을 들 수 있다.

 

연작시조인 이 작품은 제1편만 한 수이고, 나머지 3편은 각각 두 수로 이루어져 있는데, 의미상 네 단락으로 구분된다.

 

1편은 난초가 개화하는 순간을 묘사한 내용이고, 2편은 난초의 향기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난초의 새 잎과 바람을 대비시키고, '아침 볕'이란 시각적 이미지와 후각적 이미지인 '난초 향기'를 감각적으로 결합시켜 청신하게 표현하고 있다.

 

3편에서는 난초와 시적 화자가 교감을 이루는 모습을 그려내는 가운데 난초의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 제4편의 두 수는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난초의 외양과 내면을 가장 조화롭게 묘사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수에서는 난초의 청초한 외양을 사실적 묘사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으며, 둘째 수에서는 난초의 내면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표현의 다양화를 꾀하는 동시에 의미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신한 감각과 회화적 표현이 돋보이는 이 시조는 섬세한 감각과 절제된 언어로 난초의 청초한 이미지와 세속을 초월한 난초의 속성을 신비롭게 형상화해 냄으로써, 현대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가람 이병기의 시조정신을 잘 보여주는 수작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자연의 생생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청신(淸新)한 감각으로써 현대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가람의 시조 정신이 잘 드러난다.

 

섬세한 감각과 절제된 언어로'난초'의 고결한 외모와 세속을 초월한 본성의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형상화하고 있다. 의인화 수법을 통해 난초와 독자가 동일화되는 경지까지 유도한다. 이 시조는 고결하게 살고자 하는 지은이의 소망을 드러내며 현대 문명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를 일깨워 주는 난초의 고결한 삶에 대해 예찬하고 있다.

 

(1)에서는 난초가 개화하는 순간을 나타내고 있다. (2)에서는 난초의 새로 나온 잎과 바람을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으며 '아침볕'이란 시각적 이미지와 '난초 향기'라는 후각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3)에서는 난초와 화자의 마음의 교감이 잘 이루어져 있으며, (4)에서는 난초의 외양과 내면세계가 잘 묘사되어 있다.

 

예리한 감각으로 대상을 포착한 청신(淸新)한 감각시(感覺詩)

 

빼어난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 꽃’, ‘이슬은 구슬이 되어’, ‘정한 모래등 대상을 예리한 감각으로 포착했을 뿐 아니라, 감각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특히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에서는 수려하고 청초한 난초의 자태가 잘 나타나 있다.

 

대상에 이입(移入)된 작자의 생활태도

 

(난초 4)에 나타난 난초의 내면적인 생태는 바로 작자의 바로 작자의 생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난초가, 깨끗한 모래에 뿌리를 내리고 티끌이나 먼지까지도 멀리하고 잡된 것이 섞이지 않은 비와 이슬만 먹고 사는 생태를 지니고 있듯이, 작자도 그렇게 고결(高潔)하고 탈속(脫俗)한 삶을 지속해 가려고 하는 것이다. , 작자의 고결하고 청초한 인품(人品)이나 인생관(人生觀)이 문자 이면에 숨겨져 있다.

 

무기교(無技巧)이면서도 자연스럽고 뛰어난 표현

 

특별한 시적 기교를 t가용하지 않은 간결하고 소박한 언어들이 결합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이 매우 담담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사실(寫實)과 직서(直敍)에 의한 쉬운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자연스러운 경지를 보여 준 격조 높은 현대시조이다. (최장수 : <고등국어>)

 

 

 

 

이 시조는 난초의 청아(淸雅)한 모양과 고결한 품성을 예찬한 작품으로, 의인화 수법으로 난초와 독자가 동화(同化)되는 경지에까지 유도한다. 첫째 수에서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표현으로 난초의 청초한 외모를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자줏빛 대공 / 하얀 꽃'과 같은 표현에서 보듯 대조법으로 시각적인 미를 강조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4편에서는 의인법, 감정이입적(感情移入的) 표현을 통해 난초의 내면적 본성을 고고한 심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동일한 의미 내용을 초장에서는 직서적(直敍的)으로 표현했다가 종장에서는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표현의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난초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난초의 고결한 모양과 세속을 초탈한 본성을 예찬함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고결한 삶의 자세를 일깨워 주고 있다.

 

이것은 고결하게 살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을 표현하는 동시에 현대 문명사회에서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삶의 자세를 시사해 주고 있다.

 

 

 

 

가람에 있어서 난()은 생명의 발현 형식이며, 그 자체가 생리적이다.l 가람 시조의 도처에 보석처럼 박힌 단 하나의 낱말을 찾는다면, ‘이다. ‘이란 이라는 밝음의 세계와는 구별된다. 그것은 어둠을 동시에 내포하며, ‘온도를 내포한다.

 

에 대응되는 단 하나의 낱말을 한국어는 갖고 있지 않다. 그 대칭어(對稱語)는 다만 어둠에다 차가움을 합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생명의 서식지는 밝음도, 어둠도, 또한 뜨거움도, 차가움도 아니다. 이 네 가지 속성(俗性)이 한순간에 마주치는 자리, 거기에만 생명이 가장 확실하게 포착된다. 그 생명의 산호가 ()’이라는 불가시성(不可視性)의 존재물이다. ‘서향(瑞香)’의 발산이다.

 

밤은 고요하고 천지도 한맘이다.

 

스미는 서향의 향에 몸은 더욱 곤하도다.

 

어드런 술을 마시어 이대도록 취하리. (<서향(瑞香)>)

 

생명의 존재의 소재가 볕과 차가움의 접합이라면 생명의 확인 신호는 서향(瑞香)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생명의 가장 확실한 촉각(觸覺)이기 때문에 생명체 쪽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기증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가람이 파악한 격조(格調)이다. 그러나 그것은 맹목(盲目)이다. 의지가 이미 아닌 것이다.

 

몸에 곤한 것그것은 맹목일지라도 확실한 감각이기 때문에 생명체에 부여하는 현기증(眩氣症)이다. 술을 마신 상태로 파악되는 이 생명의 확인 신호는 격조로 대표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판단은 안전치 않다. 그것은 맹목이기 때문에 사랑의 의지 또는 지향성(指向性)이 닫혀 있게 된다.

 

가람은 정적(靜的) 상태에서 생명을 가두고 있다. <> <수선화>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지향성을 외면한 자리에 숨어있는 형국이라는, 곡조에 놓은 그의 시조의 대체물(代替物)로서의 생명의 촉각, 즉 예도(藝道)는 그 한계성을 동시에 머금는다. 이 부정과 긍정의 측면은 1930년대 말기 [문장(文章)]지 및 그 유파에도 함께 확대 적요오디는 것으로, 그것은 생리적측면인 것이다. - 김윤식 : <한국 현대문학 명작사전>(19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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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에 관한 작자의 글

 

잎이 빳빳하고도 오히려 영료하다.

 

썩은 향나무 껍질에 옥() 같은 뿌리를 서려 두고

 

청량(淸凉)한 물기를 머금고 바람으로 사노니.

 

 

 

 

꽃은 하얗고도 여린 자연(紫煙) 빛이다.

 

높고 조촐한 그 품()이며 그 향()

 

숲속에 숨겨 있어도 아는 이는 아노니.

 

 

 

하고 읊었으나 요즈음에도 풍란화(風蘭花) 밑에서 그 향()을 맡으며 원고를 쓰며 향취(香臭)를 마시며 이 노래를 다시 읊었다. 건란(建蘭) 꽃도 다섯 대나 소아 그 꽃과 향을 반겨 보았으나, 그건 오히려 평범하되 이 풍란(風蘭) 만은 퍽 기이하고 고상하다. 꽃도 긴 꽃수염이 드리웠고 행도 이보다 더 청렬(淸烈)하다.

 

범어사(梵魚寺) 또는 호남 연해(湖南沿海) 제산(諸山)의 춘란(春蘭)은 잎이 속되고 일경일화(一莖一花)로되 향도 있는 듯 만 듯하다. 이왕 중국 춘란(春蘭)을 심어 보았는데, 그건 일경일화로서 퍽 아담하고 향도 향긋하였다. 그런데 춘란은 건란보다 재배하기가 더 어렵다. 온도 또는 습도 관계로, 겨울을 나며 봄에 꽃피우기가 온실 장치가 아니면 퍽 어렵다.

 

이렇게 심기 어려운 난초들을 우리나라에선 매란국죽(梅蘭菊竹)이니 여입지란지실(如入芝蘭之室)이나 하는 한자의 교양을 받아가지고 일찍 중국서 종종(種種) 난초를 이종하였으나, 그 재배법을 몰라 거의 다 죽이고 말았으며, 지금도 그러하여 내가 난초 재배한 지 20여 년에 이걸 달라는 이는 많았으나 주어도 기르는 이는 없었다.

 

이 또한 오도(悟道). 오도(悟道)를 하고서야 재배한다. (하략) (<가람문선>에서)

 

 

 

 

[출처] 이병기 : 시조 <난초(蘭草)> |작성자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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