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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수필, 여행기, 편지글, 일기 등)

텃밭 가꾸기

by 자한형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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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안성에서 근무하던 시절 고추를 키워본 적이 있었다. 4년정도 근무하던 기간 중에 3년을 키웠으니 제법 경험이 있는 셈이다. 한 번은 비료를 주는 과정에서 직접 고추모종에 직접 주다보니 고추들이 다 고사해버리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새로 고추모종을 사오고 한바탕 야단법석을 뜬 적이 있었다. 다른 쪽 텃밭에는 배추와 얼갈이도 심어 그 해에는 김장을 하는 행운을 갖기도 했다. 한참동안 고추를 키우고 수확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빨갛게 익은 고추는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고추를 갈아서 양념장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집안의 냉장고 냉동실에 얼려놓기도 했었다. 매 주말마다 고추를 수확하는 것이 일과였고 고추를 갈러가는 것이 일요일의 주요 일상이기도 했다. 현직에서 작년에 퇴직을 하고 소일거리를 찾던 중에 텃밭가꾸기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텃밭이라고 해봐야 8평 남짓한 넓이였고 폭 60센티미터에 20미터 길이의 밭 한고랑일 뿐이다. 한 모임에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던 지인에게서 텃밭에 관한 제안을 받고 해보겠다고 했다. 한 고랑만 배정해 달라고 간청을 했다. 5월말 쯤에 텃밭이 배정되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인근 동네 꽃가게에서 고추와 상추의 모종을 사들고 갔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는 밭이었다. 일단 괭이로 잡초를 제거하고 땅을 평탄하게 고르는 작업을 했다. 30여분쯤 작업을 한 상황이었는데 땀이 비오듯 했다. 두 번째는 검정비닐을 덮어씌우는 작업을 했다. 소위말하는 멀칭작업이었다. 멀칭용 검은 비닐을 깔고 양쪽 끝부분은 흙으로 덧씌우는 작업이었다. 안성에서는 일하는 직원이 다해주었는데 하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반대쪽의 멀칭용 비닐에도 같은 작업을 해서 멀칭용 비닐을 텃밭위에 깔았다. 이제 모종 이식을 위한 준비작업이 완료된 셈이었다. 평일이고 늦은 오후시간이라 다른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주 토질이 좋은 상태인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돌들이나 자갈도 제법 있어보였다. 퇴비 등도 충분히 뿌려진 상황인지 로타리가 쳐진 상황인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잡일을 하시는 분들이 충분히 텃밭을 가꾸는데 무리가 없도록 해 두었으리라고는 짐작이 되었다. 이미 다른 고랑에는 모두 작물의 이식작업이 다 끝난 상황이었고 한창 작물들이 성장기에 접어든 듯 보였다. 세 번째는 모종 이식이었다. 고추모종은 열을 맞춰 심었다. 양쪽으로 두줄을 맞춰 심었다. 상추가 20포기쯤이었고 고추도 20포기쯤 되었다. 네 번째는 물주기였다. 모종의 이식작업이 끝난 후 물을 듬뿍주었다. 물뿌리개로 충분히 뿌리가 자라도록 물을 주었다. 텃밭의 한켠에는 수도가 있었고 플라스틱 물통도 하나 있었다. 호스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연결시켜 물을 주는 것은 어려웠다. 이로써 텃밭가꾸기의 1차 작업이 완료되었다. 처음 시작은 미미하였다. 끝은 성경말씀처럼 창대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날에는 추가로 모종을 더 사다 심었다. 고추 10포기, 호박 5포기, 옥수수 10포기, 가지 10포기였다. 친구들에게 텃밭가꾸기를 할 사람을 모집하기도 했는데 모두들 손사레를 쳤다. “편하게 쉬지 뭘 그런걸 하냐는 식의 답변이었다. 고추이외의 작물들은 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다음날에는 지주대를 세웠다. 그리고 줄을 쳤다. 고추와 가지쪽에는 그렇게 했고 토마토쪽에는 각 포기마다 다 지주대를 세우고 끈으로 줄기를 묶었다. 매일 텃밭으로 다니며 물을 주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초보 농사꾼의 실수가 있었다. 호박 등은 야생으로 자랄 수 있도록 심어야 하는데 얼토당토않게 텃밭 한가운데 그것을 심어 놓았으니 완전 호박천지가 되어버렸다. 일주일쯤 지났는데 문제가 생겼다. 해외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물을 줄 사람을 물색해야 하는 것이었다. 예전 같이 근무했던 직원에게 부탁을 할까, 아들에게 부탁을 해볼까, 이리 저리 궁리를 했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연휴가 끼여있어 근무때도 아닌데 휴일날 나와서 물을 주어야 하는 것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닐 것으로 보였다. 애초 텃밭을 권고했던 교수께 부탁을 간곡하게 드렸더니 흔쾌히 그 어려운 부탁을 마다하지 않았다. 해외여행을 끝내고 현충일에 귀국해서 물을 주러 갔더니 싱싱하게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자식새끼의 건강히 자라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하듯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열흘여가 지난 후에는 비료를 주었다. 예전의 과오를 잊지않고 뿌리부분에 직접 닿지 않게 중간 중간의 멀칭된 부분에 홈을 파고 그속에 비료를 한움쿰씩 넣고 흙을 덮었다. 작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잘 성장해 주었다. 두어달이 지난 후부터는 수확하는 재미가 신을 나게 만들었다. 이제부터는 일주일에 한번씩만 물을 주는 식이었다. 중간에 병해충 등이 생겨난 가지 쪽에는 목초액을 뿌려 방제를 해보았는데 별무신통이었다. 상추도 충분히 뿌리를 내려 싱싱한 야채를 제공해 주었다. 고추도 친환경 고추를 마음껏 맛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가지는 무당벌레의 침범으로 잎을 갉아먹기도 했다. 안성의 근무시절이 끝나고 도시농업을 해본다고 해서 베란다에 텃밭을 가꿔본 적이 있었는데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상추 고추 등은 다 고사해 버리고 말았다. 참으로 참담한 실패를 거듭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잡초들이 텃밭 가장자리에 자라나 그것을 제초하는 것이 큰 일거리가 되었다. 낫도 사고, 장화도 장만을 했다. 여름철에는 모기가 문제였다. 잠깐 수확을 하는 사이에 온 팔, 다리에 달라붙어 강제헌혈을 시키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벌겋게 부어 오른 후에는 나중에 며칠 지나고 나니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약을 바르고서야 겨우 가라앉았다. 팔에는 토시를 끼고 작업을 하면 어느정도 방비가 되는데 다리부분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더운 한철을 텃밭에 매달려 일하다 보니 보람도 느꼈고 농부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었다. 잠깐씩 뵈는 텃밭가꾸기 동지는 또다른 기쁨을 안겨주었다.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얘기상대가 되어주기도 했다. 수확하는 기쁨과 더불어 그것이 상에 올라 맛을 보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해진다. 누구도 맛볼 수 없는 그것을 키우고 가꾼 이만이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고추, 가지, 호박잎, 상추, 방울토마토, 옥수수 등에서 제대로의 농작물을 키워낸 보람이 더해지면 소담스러운 즐거움과 기쁨이 계속될 수 있으리라. 예전 어린 시절 시골에 가면 맛볼 수 있었던 호박잎, 상추, 고추 등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려졌다. 텃밭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이면 제대로 농업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거창한 꿈도 꾸어본다. 텃밭에서 보다 더 큰 즐거움과 안온함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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