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 물들다 (월간조선 연재물) 김태완19 나와 남을 나눌 필요가 없다 “나와 남을 나눌 필요가 없다”/김태완 (문장에 물들다 〈14〉) 네가 남을 자기처럼 사랑하려 한다면 모름지기 먼저 자기를 아낄 줄 알아야 질투하는 대신 선망하라. 타인의 성취를 인정하라“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하지 마라”는 공자의 말은 천주께서 말씀하신 “남을 자기처럼 사랑하라”는 것과 같다. 일러스트=조선DB 옛 성현은 “남을 나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쉽지 않고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반대로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상대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은데, 쉽지 않다. 용서하는 마음과 용서받고 싶은 마음의 중간에 엉거주춤 우리는 서 있다. 그러나 남을 사랑하는 일과 나를 사랑하는 일은 샴쌍둥이처럼 서로 붙어 있다. 어쩌면 한 마음일지 모른다. 스페인 선교사이자 예수회 신부 .. 2024. 7. 26.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아간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아간다’는 것은…/김태완(문장에 물들다 〈13〉) ‘30보다는 40이/ 40보다는 50이 더 빠르다/ 이 황홀한 시간을 타고, 우리는/ 내려가고 있다’ 생물학적 나이는 ‘허상’… 지금 나이에서 17살을 빼라서울 탑골공원의 노인들. ‘이 황홀한 시간을 타고, 우리는 내려가고 있다. 저 과거에서 온 외계인처럼.’ 사진=조선DB 《한국힐링문학》 2023년 12월호에 시인 이인선이 쓴 〈박남수 시를 통한 상담심리치료와 정서치유 효과〉를 읽다가 이 문장에 잠깐 정신줄을 놓는다. 인상적이다. ‘내려놓음은 사특함이 없다. 내려놓음의 시는 사치를 극복한 순응이 있다’는 것이다. 내려놓음이라….《한국힐링문학》 2023년 12월호 〈솔직하면 죄를 덜 짓는다. 제2, 제3의 거짓을 만드는 횟수를 .. 2024. 7. 26. 손에 잡히는 것들을 찾고, 발견하라 손에 잡히는 것들을 찾고, 발견하라/ 김태완 문장에 물들다 〈12〉 “유기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아”“그런 놈의 법이 어딨단 말인가? 그래, 누가 그렇게 마련을 했는구?” “나라에서 그랬을 테죠.” “나라?” “우리 조선 나라요” “나는 네 기저귀가 얼마나 구수하던지 코에 대고 킁킁 맡기까지 했단다”“타인의 진실과 삶에 맞서 우리 자신을 다양하게 시험해야 한다”‘인간이란 참으로 걸작품이 아닌가!’ 2021년 3월 국립극단의 연극 〈햄릿〉의 공연 장면이다.찰스 다윈〈진화론을 제기한 찰스 다윈은 “모든 생명체는 각자가 하나의 작은 우주다. 이 우주들은 자가 번식하는 유기체들로 이뤄졌다. 이 유기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고 했다. 우주생물학의 창시.. 2024. 7. 25. 내 안의 상처에 대하여 내 안의 상처에 대하여 /김태완 (문장에 물들다 〈11〉 ) 물의 입자가 유리 가루처럼 콕콕 쑤시며 전신으로 퍼져나갔다(《물방울》 중) 오른쪽 가슴 어딘가에 깊숙이 박혀 있던 바로 그 파편 조각이었다(《파편》 중) 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애비라는 존재는 되지 말자(《자전거 도둑》 중)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남진우의 ‘가시’ 중)1948년 이탈리아 비토리아 데시카 감독이 만든 영화 〈자전거 도둑〉. 인간은 누구나 ‘자전거 도둑’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메도루마 (目取真俊)의 소설 《물방울》(2012, 국내번역)은 괴이하고 슬프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리얼리즘 속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어느 날 도쿠쇼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다리가.. 2024. 7. 25.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