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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119

69. 폭포와 분수 폭포와 분수 이어령 동양인은폭포를 사랑한다. 비류 직하 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이란 상투어가 있듯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그 물 줄기를 사랑한다. 으레 폭포수 밑 깊은못 속에는 용이 살며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한다. 폭포수에는 동양인의 마음 속에 흐르는원시적인 환각의 무지개가 서려 있다. 서구인들은분수를 사랑한다. 지하로부터 하늘을 향해힘차게 뻗어 오르는 분수, 로마에 가든 파리에가든 런던에 가든, 어느 도시에나 분수의 물줄기를볼 수 있다. 분수에는 으레 조각이 있고 그곁에는 콩코르드와 같은 시원한 광장이 있다. 그 광장에는 비둘기떼가 날고 젊은 애인들의속삭임이 있다. 분수에는 서양인의 마음 속에흐르는 원초적인 꿈의 무지개가 서려 있다. 폭포수와 분수는 동양과 서양의 각기 다른 두 문화의 원천이 되었다고.. 2021. 12. 24.
68. 페이터의 산문 이양하 만일 나의 애독(愛讀)하는 서적을 제한하여 이삼 권 내지 사오 권만을 들라면, 나는 그 중의 하나로 옛날 로마의 철학자(哲學者),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Aurelius Marcus) 명상록(冥想錄)을 들기를 주저하지 아니하겠다. 혹은 설움으로 혹은 분노(憤怒)로, 혹은 욕정(慾情)으로 마음이 뒤흔들리거나, 또는 모든 일이 뜻 같이 아니하여, 세상이 귀찮고, 아름다운 친구의 이야기까지 번거롭게 들릴 때 나는 흔히 이 견인주의자(堅忍主義者) 황제를 생각하고, 어떤 때에는 직접 조용히 그의 명상록을 펴 본다. ​ 그리하면, 그것은 대강의 경우에 있어, 어느 정도 마음의 평정(平靜)을 회복해 주고, 당면한 고통과 침울(沈鬱)을 많이 완화(緩和)해 주고, 진무(鎭撫)해 준다. 이러한 위안의 힘이 어디.. 2021. 12. 24.
67. 청춘예찬 청춘예찬 민태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있다. 이것(끓는 피=정열)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이성은 냉철한 판단과 논리적 정확성을 가지고 있지만 따뜻한 감성과 열정이 부족하며,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명쾌한 지성을 동원하더라도 실천력이 결여되어 있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얼음에 싸인 만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 2021. 12. 24.
66.지조론 지조론 조지훈 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먼저 그 지조의 강도(强度)를 살피려 한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명리(名利)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일조(一朝)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 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 지조를 지킨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 2021.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