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페이터의 산문
이양하 만일 나의 애독(愛讀)하는 서적을 제한하여 이삼 권 내지 사오 권만을 들라면, 나는 그 중의 하나로 옛날 로마의 철학자(哲學者),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Aurelius Marcus) 명상록(冥想錄)을 들기를 주저하지 아니하겠다. 혹은 설움으로 혹은 분노(憤怒)로, 혹은 욕정(慾情)으로 마음이 뒤흔들리거나, 또는 모든 일이 뜻 같이 아니하여, 세상이 귀찮고, 아름다운 친구의 이야기까지 번거롭게 들릴 때 나는 흔히 이 견인주의자(堅忍主義者) 황제를 생각하고, 어떤 때에는 직접 조용히 그의 명상록을 펴 본다. 그리하면, 그것은 대강의 경우에 있어, 어느 정도 마음의 평정(平靜)을 회복해 주고, 당면한 고통과 침울(沈鬱)을 많이 완화(緩和)해 주고, 진무(鎭撫)해 준다. 이러한 위안의 힘이 어디..
2021.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