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필119 75. 수학이 모르는 지혜 수학이 모르는 지혜 김형석 재미있는우화가 있다. 옛날아라비아의 어떤 상인이 임종을 맞게 되었다. 그는 자기앞에 세 아들을 불러앉혔다. 그리고는, "내가너희들에게 남겨 줄 유산이라고는 말이 열일곱 필이 있을뿐이다. 그러나 이 고장의 습관에 따라 똑같이 나누어 줄수는 없으니까 맏아들 너는 열일곱 마리의 반을, 둘째 아들너는 전체의 3분의 1을, 그리고 막내 아들 너는 전체의 9분의 1을 갖도록 해라."고 유언을 했다. 얼마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재산을나누어 가져야 할 삼형제 간에는 오랜 싸움이 계속되었으나해결할 길이 없었다. 맏아들은 열일곱의 반으로 아홉 마리를주장했다. 그러나 동생들은 아홉 마리는 2분의 1이 넘으니까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덟 마리 반이 되지만 반 마리는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2021. 12. 25. 74. 숨어서 피는 꽃 숨어서 피는 꽃 김병권 우리 집 정원에는 지난 1년 동안 시들했다가 생기를 되찾은 수국 한 그루가 있다. 나는 꽃나무의 생리를 잘 몰라 별로 손질해 주지는 못했지만 이 수국은 지난해 삿갓 모양의 넙죽한 향나무 밑에서 호된 홍역을 치뤄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것을 아내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옮겨 심어 가까스로 기사회생시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꽤 싱싱하게 자랐는데도 다른 집의 풍성한 수국보다는 포기가 적고 나이는 그럭저럭 5년째로 접어든다. 다른 수국 같으면 벌써 꽃송이가 만발했을 때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야 겨우 한송이 피었는데 그 꽃의 빛깔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연보라빛이었고 그 크기는 제법 밥사발만 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겨우 한 송이 핀 꽃이 올바른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 무성한 잎.. 2021. 12. 25. 71.한 눈 없는 어머니 한 눈 없는 어머니 이 은 상 (李殷相) 김 군(金君)에게 김 군이 다녀간 어젯밤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소. 김 군에게 보내는 이 편지(便紙)는 쓰고 싶으면서도 실상은 쓰고 싶지 않은 글이오. 왜냐 하면, 너무도 어리석은 일을 적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도 슬픈 사연(事緣)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꼭 써야만 한다는 의무감(義務感) 같은 것을 느끼었소. 그래서 이 붓을 들었소. 어젯밤 우리가 만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었소.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르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소. 아, 거기서만 끝났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소. 그대는 품 속에서 그대의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寫眞) 한 장을 꺼내어 내게 보여 주었소. 나는 그대의 어머니를 생전(生前)에 뵈온 일이 없었기에 반.. 2021. 12. 24. 70. 피어린 육 백리 피어린 육 백리 이은상(李殷相) 오늘은 휴전선(休戰線) 행각(行脚)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지금 동부 전선(東部戰線)에서도 가장 치열한 격전을 치렀다는 향로봉(香爐峯)을 향해서 가는 길이다. 여기는 바로 설악산(雪嶽山) 한계령(寒溪嶺)으로부터 흘러오는 한계의 시냇가, 발길은 북쪽을 향하면서 눈은 연방 설악산 들어가는 동쪽 골짜기를 바라본다. 30년 만에 다시 보아도 밝은 빛, 맑은 기운이 굽이쳐 흐르는 물 소리와 함께 가슴 속의 티끌을 대번에 씻어주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시원하냐! 그래, 이런 데서 그렇게 피비린내를 풍겼더란 말이냐! 친소(親疎)도 없이, 은원(恩怨)도 없이, 싸우다 말고 총을 던지고 냇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데가 아니냐!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이런.. 2021. 12. 24.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