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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119

3. 강희자전과 감투 강희자전과 감투 김용준 단권으로 된 "강희자전"(청나라 강희제 때의 '옥편'을 포함해서 역대의 자전을 집대성한 중국 최대의 자전)이 한 권, "단씨설문해자주(段氏說文解字注)" 축쇄판(크기를 작게 하여 인쇄한 출판물)이 한 갑. 그리고 이 밖에 또 무슨 책이던가 두어 가지를 합해서 끼고 나오면서, 큰 구실이나 하러 가는 것처럼 마누라더러, "내 곧 다녀올게. 잠깐만 기다리우." 하고는 쏜살같이 명동으로 향했다. 내 속 요량으로는 '오늘 수입에서 적어도 쌀 한 주발과 고깃근을 살 수 있으려니.' 싶어서 몇 달 만에 지글지글 고깃점이나 구워 먹을 행복을 머리에 그리면서 나선 판이었는데, 의외에도 내 공상은 공상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모두 백 원 드리지요. "강희자전"만은 대접해서 오십 원을 쳤습니다. 그래도.. 2021. 12. 10.
2. 가난한 날의 행복 가난한 날의 행복 김소운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歡迎)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回想)이 있다. 여기에 적는 세 쌍의 가난한 부부(夫婦) 이야기는, 이미 지나간 옛날 이야기지만, 내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感動)을 안겨다 주는 실화(實話)들이다. 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新婚夫婦)였다. 보통(普通)의 경우(境遇)라면, 남편이 직장(職場)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反對)였다. 남편은 실직(失職)으로 집 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會社)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 2021. 12. 10.
1. 가난에 대하여 가난에 대하여 전신재 가난한 삶은 간결해서 좋다. 소찬과 남루한 옷과 버성기게 놓여 있는 초라한 세간은 우리를 쓸쓸하게 하지만, 그 쓸쓸함 속에서 차라리 묵화처럼 고귀한 기품을 가진다. 정작 쓸쓸한 것은 진수성찬과 화려한 의상과 고급스러운 가구들이다. 필요 이상의 풍요는 자기 과시일 뿐이다. 자기 과시는 자신이 없는 사람의 자기 방어 기제이다. 그것은 부족감과 열등감과 불안감의 표현이다. 오페라처럼 화려한 파티는 언제나 그 끝이 시작 전보다 더욱 쓸쓸하다. 가난한 삶의 간결함은 현실초극의 힘이 된다. 가난한 사람은 사소한 물건에도 사랑을 쏟는다. 신혼여행에가지고 갔던 카메라도 세월이 흘러 낡으면부자들은 그것을 버린다. 그들은 최신형의카메라를 새로 산다. 하지만 살이 부러진 우산도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지극한.. 2021. 12. 10.
안다행(초도편) 안다행 (초도편) 초도는 여수시 삼산면에 있는 무인도이다. 허재와 김병현이 먼저 입도했다. 전번회에서 안 감독과 현주엽의 납도 편이 있었다. 배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을 올라 도착한 집은 거의 폐가 수준이다. 뼈대만 있는 정도이다. 장판을 가져다 깔고 잠자리를 마련해야 할 정도이다. 창문도 조그맣게 비닐로 된 채이다. 두 사람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간판을 거는 일이었다. 이장 허재 청년회장 김병현 나무판대기에 막대기를 대어 만든 팻말이다. 다음은 검색용 장비를 만든 것이다. 본 것은 있어가지고 그럴듯한 모양이다. 공항 검색대에 가면 직원들이 팔다리를 좌우 상하로 훑어가며 쇠붙이 등의 검색을 하는 전자 장비인데 이것은 모양만 유사할 뿐 전혀 감지장치는 없는 형식적인 검색장비에 불과할 뿐이다. 다음은 허재 이.. 2021.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