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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향을 향한 여정

삼고초려와 인재상

by 자한형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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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三顧草廬)와 인재상(人材像)

 

 

무릇 세상사람들에게 삼국지(三國志)의 삼고초려는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다. 유비현덕이 인재를 얻기 위해 초옥을 세 번 방문하는 수고를 거쳐 천하의 영재(英材) 공명(孔明)을 얻는 것이다. 먼저 장자(莊子)의 쥐새끼에 관한 얘기를 보자 장자에게는 혜시라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양()나라 재상을 하고 있었다. 속없는 친구가와서 속삭였다. 장자가 재상을 하러 왔다는데 괜찮은가? 그러자 혜시는 3일동안 장자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그런 그를 장자가 찾아갔다. 그러자 혜시가 물었다. 자네도 양나라의 재상이 되려고 왔나? 그러자 장자가 원추라는 새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새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연실(대나무 열매)이 아니면 먹지를 않고 예천(맑은 샘물)에서 나온 물이 아니면 마시질 않는다네. 한번 날면 남해에서 북극까지 나는 새라네. 그런 새가 하늘을 날고 있는데 땅위에 솔개가 쥐새끼를 한 마리 물고는 그 새가 쥐새끼를 채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는 것이야. ‘하고는 혜수가 어쩔줄 몰라했다는 것이다. 한나라의 재상자리를 쥐새끼 한 마리에 풍자한 것이다. 자신은 결코 그렇게 비열하고 조잡하게 남이 먹고 있는 쥐새끼나 채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장자의 풍모를 새삼스럽게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각설하고 이제 삼고초려로 들어가자. 형주에서 유표 밑에서 생활하고 있던 현덕에게 서서라는 부하가 있었다. 그래서 그를 자신의 전략을 담당하게끔 요직의 자리를 맡겼다. 그러자 그 서서라는 이가 얘기를 했다. 저보다는 융중에 가면 훌륭한 전략가가 한 명있는 데 그를 한번 찾아가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의 호는 와룡이고 이름은 공명이라하고 성은 제갈인데 천하의 경영지혜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비는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익덕과 관우를 대동하고 그의 초라란 초옥을 손수 친히 찾아갔다. 그랬더니 시동(侍童)이 나와 맞이했다. 한참 긴 관직명을 대고 마지막에 함자를 대고 아뢸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시동이 그러는 것이었다. “이 긴 관직명을 다 아뢰야 됩니까?” 그러자 유비가 대략난감해 했다. 그런 연후에 그가 그럼 유비가 왔다고 만 전해라.’ 그러자 시동이 얘기했다. 주인어른은 지금 출타중이시라 다음에 오셔야겠습니다. 잠시 허탈해진 유비는 씁쓸한 마음을 안고 그곳을 떠난다. 이때 유비는 47세요 공명은 20세 아래인 27세였다. 초옥을 나오는 길에 공명의 친구 최주평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공명의 친구임을 밝히고 천하의 경영에 대해 조언을 하고 헤어지게 된다. 이로써 일차적인 만남은 허사로 끝나고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현덕과 같이 갔던 관우와 장비는 마음이 울적해져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이렇게 거드럼을 피울까?

두 번째 방문은 한겨울에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시동도 없고 초옥에 화로를 안고 시를 읊고 있는 젊은이가 있었다. 이제는 공명을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잔뜩 안고 뵙기를 청했   . 먼저 그 시를 감상해보자

鳳 翔於千 兮 非梧不棲 (봉 상어천 혜 비오부서 )

士伏處於一方兮 非主不依 (사복처어일방혜 비주부의 )

樂躬耕於 苗兮 吾愛吾廬 (낙궁경어 묘혜 오애오려 )
寄傲於琴書兮 以待天時 (기오어금서혜 이대천시 )

봉황은 하늘을 날되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는도다  

선비가 한 곳에 엎드려 있는 뜻은 주인이 아니면 섬기지 않기 때문이다

몸소 들에 나가 밭을 갊은 내가 내 집을 사랑함이요 .           

한 가닥 거문고와 서책으로 마음을 달래는 것은 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림이 아니랴    

 

그런데 그 시를 읊고 있었던 이는 공명이 아니고 그의 동생 제갈 균이었다. 제갈량의 형제는 셋이었다. 제일 큰형 제갈근은 이미 오나라에 가서 중책을 맡고 있었고 남은 것은 두사람이었다. 제갈근은 제갈량의 아우로 일찍 부모를 여위게 되어 숙부 밑에서 자랐다. 그는 후일 유비의 삼고초려때 제갈량과 같이 현덕의 밑으로 들어가서 촉나라를 위해 헌신하게 된다. 또다시 실의에 빠진 현덕은 공명의 집 싸리문을 열고 나왔다. 물론 자신의 찾아온 뜻을 담은 내용의 서간을 남겨두고 나왔다. 그때 한창 엄동설한(嚴冬雪寒)의 날씨에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 멀리에서 어떤 한사람이 나귀를 모는 종자에게 나귀를 맡기고 허리춤에는 호리병 술병을 찬 채로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도 잔뜩 기대를 갖고 이제는 공명을 만나나보다 했다. 그런데 그도 와룡은 아니었다. “저는 악부 황승언입니다.” 공명의 장인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돌아오면서 읊은 시가 삼고초려의 백미(白眉)로 일컬어진다. 우리의 삼국지에는 아쉽게도 이에 대한 번역이나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그 시()를 한번 느껴보자.

 

一夜北風寒 일야북풍한
萬里彤雲厚 만리동운후
長空雪亂飄 장공설란표
改盡江山舊 개진강산구
仰面觀太虛 앙면관태허
疑是玉龍鬪 의시옥룡투
紛紛鱗甲飛 분분린갑비
頃刻遍宇宙 경각편우주
騎驢過小橋 기려과소교
獨嘆梅花瘦 독탄매화수

한밤 북풍이 서늘키도 하였더니, 만리에 붉은 구름 짙게도 드리웠네.
가없는 하늘 눈보라 어지러이 흩날리니, 강산의 옛 모습을 모조리 바꿔놓는구나.
거대한 허공을 우러러 바라보니, 옥룡이 서로 싸우는 듯하네.
용들의 흰 비늘 분분히 날아 경각에 우주를 휘덮는구나.
나귀 타고 작은 다리 건너면서 홀로 탄식하노라 매화가 시드는 것을.

 

이 시에서 얘기하는 매화가 와룡을 얘기한다는 것이다. 아까운 인재인데 제대로 주군을 만나 꽃을 피울정도로 출세도 하고 영예도 누려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차가운 엄동설한의 겨울도 가고 꽃피는 새봄을 맞았다. 이번에는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잔뜩 기대를 가지고 갔다. 마찬가지로 두 의형제를 데리고 갔다. 이번에도 시동이 안내를 했다. 계시느냐? 그렇게 물어보자 시동이 그랬다. 선생님이 계시기는 한데 한참 주무시고 계십니다. 어찌하오리까? 깨울까요? 그러자 유비가 얘기했다. 아니다. 그냥 두어라. 그냥 기다리겠다. 서너식경이 지났음에도 코고는 소리만 들렸다. 유비 일행은 그동안 방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엄숙하게 시립해 있었다. 그 긴 시간이 지나고 공명이 뒤척이더니 다시 돌아누웠다. 그리고 또 한 식경이 지나자 기척이 나며 일어나는 듯했다. 시동이 아뢰자 공명이 그랬다. 그래 그럼 깨우지 그랬냐? 의관을 정제해 올 동안 기다리라고 해라.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의관을 정제하는데 또 제법 시간이 흘렀다. 그가 일어나면서 읊은 시()가 한편 있었다.

大夢 (대몽)

大夢誰先覺 (대몽수선각) 平生我自知 (평생아자지)
草堂春睡足 (초당춘수족)   窓外日遲遲 (창외일지지)

큰 꿈을 누가 먼저 깨달았는가 평생을 나 스스로 아네
초당에 봄잠이 넉넉하니 창 밖에 지는 해가 더디기만 하여라

 

그리고 의관을 정제하면서 홀로 읊조리는 탄식이 재미있다. 그는 이미 앞으로의 전개될 역사를 다 통찰하고 있었으며 역사의 흐름에 대한 선견지명을 갖고 있었다. 즉 현덕이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룰 인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은 그의 신하가 될 수밖에 없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었다. 천기를 알았고 운명의 향배를 꽤뚫고 있는 셈이었지만 숙명적인 주군과의 만남에 자신도 자신에 닥쳐오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토로한 것이었다. 그는 유비에게 발탁된 이후에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촉나라의 지략가로 훌륭히 자리매김한다. 남방을 정벌하기도 하고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기막힌 전략으로 오와의 연합을 통해 백만 조조군의 간담을 써늘하게 만들기도 한다. 수년만에 한번 불까 말까한 동남풍이 불어올 때를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고 수십만개의 화살촉을 조달하기위해 적과의 조우도 조작하기도 한다. 100만개가 넘는 화살을 적으로부터 빼앗아오는 지략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오와의 협상과 교류에서도 결코 형과 조우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3분지 1의 열악한 군사력으로 세배가 넘는 대군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것이다. 칠종칠금(七縱七擒),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성어를 만든 장본인 이기도 했다. 출사표 또한 두고두고 후세에 이르기까지 심금(心琴)을 울리고 있다. 유비가 죽은 후 정권을 넘겨받으라는 제의도 거절하고 유비의 후계자로 지목된 아들 유선을 위해 충성을 다한다. 한사람의 인재를 위해 혼신의 정성을 다한 유비에 감읍한 공명의 헌신이 눈물겹다.

세상에 널려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대로된 인재는 얼마나 될까. 인사는 만사라고도 한다. 요즘 정부의 인사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전 어느 재벌 총수는 신입사원을 면접하는 자리에 관상가를 참여시켰다고 한다. 심성이 바르지 못한 사람을 가려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제대로의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알 수 없으되 사람을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시대에 과연 바람직한 인재상은 어떤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되새겨보게 되는 시대다. 오늘날 많은 기업총수들이 제재를 당하고 물의를 빚고 하는 것에서 투명하고 맑은 정도경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많이 기업인 들이 불필요하게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해서 많은 문제를 노정시키기도 했다. 많은 자격과 스팩을 쌓고 재능있고 능력있는 것이 제대로된 인재상인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능력있고 유능하다하더라고 적절한 윤리의식도 갖지 못하고 파렴치한 사람으로서의 이면을 갖고 있다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리라. 청렴도나 윤리가 강조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사회가 제대로 정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투철한 정신을 갖고 청렴하게 훌륭히 업무를 수행해 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인재요 기업이 필요로하는 사람일 것이다. 인사가 망사라는 우스개 얘기가 너무나도 자주 회자되고 있는 때이기도 하다. 요즘은 글로벌 시대요 정보화시대에 인재로 선택받기 위해 불철주야로 매진하는 모든 이들에게 올곧은 인재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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