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가을이 무르익어 가던 날이었다. 한창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다가 이제는 낙엽으로 변해가던 때였다. 토요일 오후 3시 30분에 신림동 동부아파트 앞에서 모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차를 가지고 가려던 회원의 권유가 있기는 했지만 굳이 걸어간다고 했다. 보라매공원 쪽을 우회해서 도림천변을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변에는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고 천변의 물가에는 청둥오리랑 고니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운동을 하러나온 이들도 많았다. 숙박에 필요한 짐은 집사람이 차에 싣고 갔던 터라 따로 짐을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집사람은 목포를 갔다가 저녁 밤늦게 일행에 합류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많은 회원들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았는지 별로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10명 남짓했다. 여자들이 한 팀 남자들이 한 팀이었다. 남자 5명 여자 3명인 셈이었다. 1박2일의 가을나들이였고 행사였다. 충남의 대천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4시경이 되어서야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간식을 사가지고 차에 올랐던 터여서 환담하며 맥주를 한잔씩 하면서 길을 떠났다. 휴일 오후여서 길이 많이 막힐 것으로 예상이 되었으나 생각 외로 그렇게 막히지는 않았다. 대천항으로 일단 갔다. 항구의 수산시장에 해당하는 듯했다. 주차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럭저럭 장소를 확보해서 주차를 했다. 그리고 상가를 찾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았다고 해서 소리식당이라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선회거리를 흥정했다. 광어 자연산 3Kg 그리고 전복을 먹고산다는 전복치 2Kg을 주문했다. 먹는 곳은 2층에 있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은 매운탕용 삼식이 대하 전어 등도 맛볼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더 주었다. 2층의 식당도 미리 연락이 되어 있었던 터라 곧바로 앉을 수 있었다. 회를 떠는 부분은 부회장이 직접 가서 관찰 겸 감시를 했다. 회원 9명이 참석했다. 한명이 추가된 부분은 부회장 사모님이 청산도를 갔다가 대천IC에서 만나서 모셔왔다. 싱싱한 생선회였으니 맛은 별미였다. 나중에 올 사람을 위해 1인분 정도의 양은 별도로 포장이 되어 있었다. 여직원들이 직접 살아있는 대하를 껍질을 까고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매운탕에 식사까지 하고 즐겁게 포식을 하고 그곳을 나왔다. 다음은 숙소로 가서 짐을 풀어놓고 다시 근처에 있던 노래방에 들어갔다. 두 시간여를 신나게 즐긴 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 뒤풀이에 들어갔다. 술을 먹는 이도 별로 없었다. 자정을 넘긴 지는 벌써 오래전이었다. 자정을 넘었을 때쯤에 집사람이 합류했다. 최종적으로 마무리가 되고 모두가 각자 방으로 입실해서 잠자리에 들었다. 호실 당 방이 두 개씩 있었다. 3개 호실이 있었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다음날이 되었다. 아침에 보령이 고향인 부부가 잠깐 다녀왔고 커피를 한잔하고 온다고 했다. 아침은 햇반에 매운탕이었다. 속이 좀 풀리는 듯했다. 용호네는 일이 있다고 해서 새벽같이 올라가 버렸다. 마무리를 하고 정비를 해서 숙소를 나왔다. 다음으로 행선지를 정해야 했다. 천리포수목원이라는 곳을 잡았다. 도착하고 보니 사람이 인산인해였다. 사람도 사람이었지만 주차가 문제였다. 기존 주차장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길가에 죽 늘어선 차량행렬이 만만치 않았다. 거의 끝자락에 대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찻길을 걸어서 입구 쪽으로 오는 중에 중간 중간에 주차할 자리가 생겼다. 그래서 다시 또 주차를 입구 쪽에 주차해 두고 입장했다. 입장료가 무척이나 비쌌다. 이곳저곳에 꽃들이 함초로이 피어 있었다. 그네도 곳곳에 있었다. 온실도 있었고 기념관도 있었다. 미국인으로 1979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한 민병갈(1921~2002)이 설립한 수목원이다. 민병갈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으로 미국명은 칼 페리스 밀러(CarlFerrisMiller)이며, 1945년 미군 정보장교로 입국한 뒤 한국에 정착하였다. 1962년 사재를 털어 매입한 천리포 해변의 2ha 부지를 기반으로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목을 식재하여 식물원을 조성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연차적으로 부지를 확장해왔다. 총 62ha의 부지에 본원에 해당하는 밀러가든과 생태교육관,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골 등 7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의 국지적 미기후(微氣候) 환경에 따라 다양한 식물 종류들을 적절히 배치·관리한다. 보유 수종은 목련류 400여 종, 동백나무 380여 종, 호랑가시 나무류 370여 종, 무궁화 250여 종, 단풍나무 200여 종을 비롯하여 1만 3200여 종이다. 초기에는 국내 자생종을 중심으로 식재하다가 1973년 이후 외국에서 다양한 묘목과 종자를 수집하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하지 못한 일을 외국인이 해내 이렇게 좋은 명소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세계수목학회로부터 12번째로 인증된 수목원이다. 민병갈은 수목장을 하여 수목원 내에 묻혀있었고 그의 동상도 있었다. 수목원을 돌아보고 나니 점심때가 되어 인근의 식당으로 가서 어제 먹지 못한 조개구이를 먹기로 했다. 한쪽은 대하가 맛있게 익어갔다. 붉게 익은 대하의 껍질을 까는 것은 엄마들의 몫이었다. 처음에는 식당 안에서 먹다가 밖으로 나와서 칼국수를 먹었다. 이제는 귀경길만 남았다. 오지 않은 회원들을 위해 대하를 나눠주기로 했는데 그것은 결국 다음날 회장단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되었다. 1박2일간의 가을 나들이가 흥겹고 즐겁게 마무리가 되었다. 막판에 장어를 먹으러 가자는 논의가 무산된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런대로 흡족한 나들이가 된 듯했다. 요즘은 수목원 같은 곳이 인기인 듯했다. 예전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곳인데 이제는 각광을 받는 명소가 되고 있음에 많이 놀라웠다. 오랜만에 정겨운 사람들과 가을 나들이를 통해 우의를 돈독히 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젖었던 듯했다. 이렇게 가끔씩은 단조로운 일상에서의 일탈을 통해서 새로운 삶의 동력을 회복하고 활기를 되찾는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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