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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제주도 호랑이

by 자한형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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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호랑이

 

 

연전에 한 번 출장을 가는 직원들을 따라서 마을을 살펴보러 간 적이 있었다. 여직원에 대해 남자직원이 하는 얘기가 별호가 호랑이라고 했다. 하도 목소리가 커고 여장부라고 했다. 출신이 제주도이니 제주도 호랑이가 별명으로 적당할 듯했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인생을 살만큼 살았다고도 볼 수 있다. 두어시간 차를 타고 가면서 그녀의 세상살이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녀는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제주도에서 보냈다. 바닷가가 바로 지척인 곳에서 생활을 했단다. 교복을 입은 채로 바다로 뛰어들기도 했다. 마음껏 낭만을 그리며 그렇게 삶을 살았다. 33녀의 둘째딸로 자라났다. 큰언니는 일어를 잘했고 막내딸은 미용기술을 익혀 미용사가 되었다. 그리고 막내는 결혼 후 호주로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정착을 했다. 그녀는 본래 독신주의자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친구 같았던 남자가 프로포즈를 해왔다. 그는 결코 결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부모를 만나러 갔던 때를 잊을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의 따뜻한 한마디가 있었다. 그것은 어서 오너라였다. 아주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말이고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았는데 그렇게 정겹고 따뜻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선가 또는 언제가 만난듯한 그런 느낌을 주었고 깊은 인연의 끈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15년전 쯤에 결혼을 했다. 아들을 낳고 딸도 한명 낳았다. 그런 후 아이들은 시어머니의 몫이었다. 아직도 동료직원들 중에는 아직 미혼이들도 꽤 있었다. 이제는 거의 몸이 불어 아줌마 몸매가 다 되었다. 한때는 2주간 다이어트를 시도해 8키로그램을 감량하기도 했다. 처음에 결혼을 할 때 남편은 그렇게 편한 친구사이였기에 상당히 애로가 있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라라고 외치며 계속 그것을 되뇌였다. 그렇게 한 것이 주효했는지 아무튼 결혼을 할 수 있었다. 항상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잘 챙겨주시고 지원해주고 후원해 주었기에 편안한 가운데 직장생활을 20여년 이상 무탈하고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하소연 하기도 한다. 엄마가 우리를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인가? 할머니가 밥해주고 챙겨주고 뒷바라지 다 해주었다. 요즘에 와서는 밥도 해주고 용돈도 주고 하는데 이제는 같이 해보기도 전에 손사레부터 친다고 한다. 그래서 휴가도 그냥 둘이만 가면 뭐하냐고 해서 미뤄두고 있다. 큰아들은 180센티미터의 거구라고 한다. 오전에 축구하고 귀가하면 게임에 빠져 있단다. 한참 먹을 나이인데 웬일인지 축구를 하고도 수돗물만 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뭐든 사먹으라고 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았다고 한다. 딸은 중1이라고 한다. 키가 159센티미터에 이른다. 인피니티라는 아이돌 그룹에 빠져 있단다. 올해 7번의 공연이 있는데 두 번을 가야한다. 제주도의 호랑이인 그녀도 아들에게는 이제 큰 소리를 치기도 힘들다. 술도 적당히 먹으라고 하는 바람에 상당히 조신하게 술자리를 갖고 있다. 시댁이 있었던 속초는 4월초의 한식쯤에 시아버지 산소를 보러 가족 간에 왕래를 하고 있고 제주도는 가끔 서너차례 왕래를 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은 충실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억척스러운 이이기도 하다. 언제나 매사에 열심이고 충실히 맡은바 역할을 해내는 베테랑 직원이고 열혈 직원이라고 볼 수 있다. 사무실내에 유일한 홍일점이기도 하지만 전혀 남자들에게 못지않은 열성을 갖고 생활해가는 직원으로 자타가 공인할 만큼 믿음을 주는 이이다. 한때에는 언론 쪽에도 근무를 했었고 또 얼마간은 여의도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했었던 이였다. 남자들 뺨칠만큼 화끈하고 넉살도 좋은 맏언니같은 든든함을 주는 이로 정평이 높다. 상사로부터의 신망도 두텁고 임무가 주어지만 어떤일이 있더라고 확실하게 책임지고 처리해 내는 능력자이기에 믿음을 갖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동료나 부하직원으로부터도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훌륭한 직장인으로 이름이 나있다.

한번은 그런일 있었다고 한다. 휴가를 가려고 했었는데 예전 모셨던 상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신이 가기로 했던 숙박지를 물려주는 횡재였었다. 그래서 신나게 잘 놀고 왔다. 그 숙박지에서의 제공되는 서비스는 모두가 무료였었다고 하는 그런 횡재가 또 어디 있었겠는가. 얼마전 한 친구가 독신으로 직장생활을 잘 해오고 있었는데 50가까운 연세에 그만 취침도중에 뇌졸중이 와서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렇게 홀로 살았다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니 간병해줄 이도 없고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더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결혼을 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편이 필요할 때를 얘기하라니 몇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청소할 때 그리고 두 번째는 운전할 사람이 필요할 때란다. 세 번째는 무거운 것 드는 것 등 힘이 필요할 때라고 한다. 참으로 머슴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닌 게 남자인 듯해 쓴웃음이 나왔다. 은퇴 이후의 삶에 있었서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몇가지가 있지만 그 속에 남편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전혀 불편한 게 없고 오히려 속만 섞히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천덕꾸러기로 변해버렸다. 꼭 필요한 것으로 되어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딸이다. 뭐니뭐니 해도 제속으로 나온 피붙이로 잘 통할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에 딸보다 더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남자에게는 꼭 필요한 일순위가 아내다. 그만큼 남자에게는 여자의 뒷바라지가 절실하고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고 핵심적이지만 여자에게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여자에게 있어 남자는 늙은 후에는 경제적인 능력도 잃어버리게 되면 빛좋은 개살구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삿짐을 싸면 제일 먼저 남자가 해야할 일이 부인의 애완견을 꼭 가슴에 품고 있어야 버림을 받지 않는다는 우스개도 나오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두고 이사가버린다는 애기다. 참으로 애처러운 신세에 처하게 되었다. 신랑이고 처가가 모두 바닷가이니 회를 무척이나 좋아 하겠다고 했더니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생선은 떨어지지 않고 자주 먹고 즐겨먹는다고 했다. 얼마전까지 다문화가족 교육을 맡았던 적이 있었고 이제는 그것에 정통한 전문가가 되려고 이것저것 열심히 파헤치고 있다. 박사과정에서 어느만큼 고참이 되다보니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해서 졸지에 회장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난처한 표정을 짖기도 했다. 아무쪼록 제주도의 호랑이에 걸맞게 천하를 호령하는 호탕하고 당당하고 멋진 여장부로 계속 승승장구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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