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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향기 (5권)

꽃잎보다 붉던 당신

by 자한형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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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보다 붉던 당신

 

 

처음의 인상은 그렇게 느꼈었다. 얼마전에 한참 화제에 올랐었던 영화가 있었다. 그것은 화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윤희옥은 결코 사랑하지 않았던 한 남자 남편인 주호백을 집 앞마당의 청매실 나무밑에 묻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귀국한 딸 인혜와 함께 아버지를 추억하기위해 여행을 떠난다. 희옥은 무용을 전공했다. 6.25 전쟁통에 부모님을 잃고 삼촌과 함께 피난을 가던 중 폭격을 맞는다. 그리고 자기를 품에 안았던 숙모는 결국 불귀의 객이 되고 삼촌이 기거하던 낙일암에서 자라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그녀는 동생들의 흠모의 대상이었다. 주호백, 허용구, 이칠성 이었다. 오빠로는 김가인이 있었다. 연날리기를 하던 중 주호백은 이칠성의 강한 연줄에 맥을 못추고 연실이 끊기게 된다. 그러자 호백은 연을 찾으로 가고 그러던 속에서 희욱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패배의 울분을 애궂은 개구리에 화풀이 한다. 그렇게 시작된 연정은 질기고 끈질기게 이어진다. 희욱이 아버지를 장사지내는 곳까지 호백은 따라가고 그는 그녀를 줄기차게 쫓아다닌다.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네사람은 방학이 되어 낙일암을 찾아든다. 그리고 김가인도 낙일암으로 온다. 네남자는 절 밑에 있는 선술집에서 한잔을 하기도 한다. 김가인은 시국사범으로 낙일암에서 체포된다. 세남자는 희옥을 차지하기위한 암투를 벌인다. 그러던 중 이칠성은 벼랑위에서 떨어져 죽고만다. 김가인의 아기를 배게된 희욱은 서울 고모집에서 생활하다 도저히 견디지를 못하고 집을 나온다. 그러나 막상 가려고 해도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곳이 호백의 집이었다. 호백은 기꺼이 희욱을 받아들인다. 결국 산파의 도움을 받아 희욱은 아이를 출산한다. 그리고 그아이는 거의 호백이 도맡아 키운다. 용구는 호백의 도움을 받기위해 호백의 집으로 쳐들어 오고 같이 기거하게 된다. 둘은 사법시험을 보게된다. 용구의 꼬임에 빠져 호백은 답안지를 용구이름으로 제출하게되고 용구는 합격한다. 그리고 호백은 2년후에 합격한다. 용구는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검사로 임용된다. 호백도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법조인이 된다. 그러나 인권변호사로 생활을 해나가던 중 애로를 겪고 결국 변호사 생활을 접고 사진관을 낸다. 김가인을 가슴에 품고 사는 윤희옥을 위해 인혜를 위해 평생을 바쳤던 것이다. 인혜가 2살 때 수두에 걸려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용구가 김가인의 소재를 알려준다. 그러자 희옥은 미친 듯이 딸을 팽개치고 그가 있다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는 위도에 있었다. 고문 후유증으로 폐인이 되었다. 두 달동안 지극정성으로 희옥은 그를 간호했다. 그러나 별로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가인은 결국 남원의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최후를 마친다. 희옥은 끝내 가인에게 자신이 가인의 아이를 가졌고 그 핏줄이 잘 커고 있다는 얘기를 차마 하지 못한다. 혜인은 혈액형을 통해 호백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님을 중학교시절에 알게되고 혼란스러워 한다. 호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정성으로 인혜를 돌본다. 백은 청매실에 관한 알레르기를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희옥은 청매실 꽃을 한가득 병실에 가져다 놓기도 하고 자살을 권고하기 위해 눈에 잘띄는 곳에 면도칼을 비치해 놓기도 한다. 호백은 치매가 오고 그러면서 그는 희옥에게 못다했던 모든 저주를 퍼붓는다. 어린 핏덩이가 병에 걸려 사네 죽네 하는데 그것을 팽개치고 집을 나선 것을 질책한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다락방의 반닫이 속에 일기로 남겨 두었다. 그는 한 때 김가인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그가 머물렀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위도에서 지내기도 했고 낙일암을 가보기도 하고 그 아래쪽의 선술집에서의 풋사랑도 회상하기도 한다. 그 젊었던 시절 선술집 딸이 호백에게 자신을 좀 멀리 데리고 가달라는 사정을 듣고 그녀와 함께 줄행랑을 쳤었던 것이다. 3일간의 애정어린 도피행각이었다. 그리고 3일 후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던 것이다. 만약 호백이 그녀와 살았더라면 행복했을까. 그렇게 맺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까. 아무튼 인혜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통해 그가 얼마나 자신과 엄마를 위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만들었는가를 새삼스럽게 느껴간다. 그녀는 미국인과 결혼해서 살았지만 자식은 낳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왔다. 6개월 여가 지난후 엄마를 찾아갔더니 엄마는 이제 완전히 호호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었고 허리도 다 구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의 운신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변해 있었다. 호백이 치매에 걸리면서 그의 아름다웠던 희생을 새롭게 느꼈고 다시 그를 사랑할 수 있게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홀대하고 냉대하고 무시했었던 그 모든 것을 용서받고자 했지만 용서받을 수도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치매상태의 그의 모든 응석을 다 받으면서 자신의 죄를 사함받고자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고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저질러 놓고 60평생을 헛개비와 산 느낌이 그러지 않았을까 했다. 두사람의 사랑은 사랑이라기 보다 숙명적인 관계였었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세사람의 삶이 우리시대를 대변한다고 했다. 시대에 저항하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고 변혁시키고자 했던 사람, 그리고 두 번째는 시대의 조류에 적극적으로 순응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자신의 출세욕을 이루고자 했던 사람, 마지막으로는 그것에 반항하거나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적정하게 순응하고 또 한편으로는 저항하고 그것을 바로 잡아보려고 했던 이들이었다. 체제에 제대로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시대였다. 작가는 이 책을 아내에게 바친다고 했단다. 아직도 한번도 아내를 위해 책을 썼었던 적이 없었다는 토로도 있었다. 아무튼 대단한 묘사였고 역작이었다는 느낌이다. 영화로도 한번 나올 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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