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사(桃李寺)
얼마전 점심시간이었다. 바깥으로 식사를 하러 나갔다. 부리나케 선산읍내 국밥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시간이 좀 남았다. 그날은 하필 선산 장날이어 거리가 복잡했다. 2일과 7일이 장날로 정해져 있었다. 바로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좀 일렀다. 곧바로 도리사에 들렀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느티나무가 일렬로 죽 행렬을 보여주고 그 푸른 잎의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입구는 고즈녁하기 그지 없었다. 길가의 풍광은 운치를 더해 주었다. 한참 고갯길을 올라가야 했고 무척이나 고지대에 위치해 있었다. 간간히 꽃을 피우고 있는 것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도리사에 들어가는 쪽으로는 연등이 죽 줄지어 매여져 있었다. 아직 초파일까지는 한달여가 남았지만 그래도 얼마남지 않았다. 일단 차를 주차해 두고 전망대로 향했다. 그곳은 서대라는 곳이었다. 도리사로 올라올 때에는 몰랐는데 아래로 내려다 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시야가 그렇게 퍽 멀리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 적혀 있는 것은 아도 화상이 저멀리 황악산 아래쪽을 가리키며 그곳에 절을 지어야 한다고 했단다. 그래서 그 손가락을 가리킨 곳이란 의미를 지닌 황악산 직지사(直指寺)가 탄생하게 되었다. 서대에서 도리사로 오는 길에는 중간쯤에 공연장이 있었다. 아래에서 공연을 하면 위쪽에 앉아서 관람을 하는 형국이었다. 군데 군데 불특정적으로 좌석이 마련되어져 있었다. 춘천의 102보충대 신병훈련소의 입소장과 유사한 형태였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형태였다. 도리사의 유래는 그곳의 문화해설사에게서 설명을 들었다. 나이도 꽤 지긋해 보이시는 분이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는 설명을 해 주었다. 서국사람을 아버지로 그리고 고구려인 어머니를 둔 아도화상이 불교를 전파하러 고구려에서 신라로 내려왔다. 그래서 정착한 곳이 도개라는 곳의 모현이라는 집이었다. 선산의 대갓집이었던 모현의 집에서는 아도화상을 극진히 모셨다. 그러던 중 눌지왕의 공주 성국공주가 병환이 들었다. 온갖 명약을 다 썼어도 효험이 없었다. 유명한 의사도 소용이 없었다. 아도화상이 그 소식을 듣고 궁으로 들어가 자기가 치료를 해보겠다고 청을 넣었다. 그러자 허락이 떨어졌다. 서역에서 가져온 향을 피워놓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신통하게도 공주의 병이 나았다. 무척이나 기뻐한 눌지왕은 아도화상에게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다. 절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귀족들의 반대에 부딪쳐 왕도 어쩌지를 못했다. 결국 아도화상은 모현의 시주를 받아 현재의 도리사 자리에 절을 짓고 이름을 짓게 되었다. 복숭아 꽃과 오얏나무가 많다고 해서 도리사로 이름지었다. 1977년 절 외곽에 있는 부도를 절 안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사리함을 발견하였고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발견되었다. 충분히 조증을 하고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부처님의 진신사리임이 확인되었고 적멸보궁에 안치하여 일반인들도 친견하게 되었다. 선원에는 기도기운이 좋아 지극정성으로 기원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았단다. 그러자 입소문을 듣고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사리함은 국보 208호로 지정이 되었고 현재는 동국대 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라고 한다. 절의 한 공부방에서 고시공부를 한 이는 고시에 합격을 하였고 검사로 근무하다 최고위직인 검찰총장의 자리에 까지 올랐다. 유명한 스님들도 이곳에서 많은 수행을 하고 갔다는 얘기도 문화해설사는 전해 주었다. 해설사는 참배객이나 관광객들을 위해 한껏 고무되어 신나게 도리사의 유래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사진을 몇장 찍은 후 우리 일행은 교육원으로 돌아왔다. 신라 최초의 사찰로 되어져 있고 아도화상의 조형물도 있었다. 이제는 기도기운이 떨어졌는지 찾는이도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아래쪽으로 많은 음식점 등이 산재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문을 닫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찻집 정도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신규직원의 훈련 장소로도 답사를 한 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산행을 계획했었는데 결국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장되었다고도 했다. 교육원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가벼운 발걸음이 되었다. 선산의 아름다운 명소 도리사를 둘러본 소회는 무척이나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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