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로(2021. 8권)

82년생 김지영

by 자한형 2023. 6. 14.
728x90

82년생 김지영

 

2016년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을 발표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3년후엔 영화화 되었다. 201533세 되던 해에 3살 연상의 남자 정대현과 결혼했다. 2019년 세가족은 단란하게 살고 있다. 광명시 하안동에서 살았다. 남편은 반듯한 직장에서 열심히 생활을 영위했다. 명절이 되어 세가족은 차를 타고 시댁인 부산으로 내려간다. 남편이 이번에는 한 번 빠지고 쉬거나 여행을 가자고 제의하지만 지영의 반대에 부딪쳐 내려간다. 한참 명절분위기가 무러익어가던 상황에서 고모네 식구들이 온다. 아영의 옷을 선물로 잔뜩 사가지고 왔다. 그러던 차에 김지영의 이상증세가 나타난다. 그녀의 어머니 오미숙씨로 빙의가 되어 한마디를 하는 것이다. 사돈의 자식이 그렇게 천금같이 귀하듯이 우리 지영이도 내게는 엄청나게 소중한 자식이니 이제 그만 부려먹고 집에 좀 보내달라는 식이다. 처음 겪는 부분에 시댁식구들은 하나같이 혼비백산한다. 남편은 기절초풍하고 사태수습을 위해 재빠르게 짐을 챙겨가지고 작별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고는 서울로 귀경한다. 서울로 돌아온 뒤 지영은 짐을 챙기면서 그렇게 넋두리를 한다. “이번에는 어머님이 음식을 싸주시지 않았네라고 말이다.

그녀는 두 살 터울의 언니와 아래로 다섯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었다. 할머니 손에 자라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아들을 천금같이 소중히 여기는 할머니는 모든 생활의 중심이 손자였다. 언니와 지영이는 남동생의 분유를 남몰래 홈쳐먹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들켜서 혼줄이 났다. 언니인 은영은 치사해서 두 번 다시 분유를 훔쳐먹지 않았다. 지영이는 치사하다는 의미를 그때는 몰랐었다. 어머니는 셋째를 임신했는데 또다시 딸이라는 판정을 받고 미련없이 중절수술을 받아 아이를 지웠다. 그리고 낳은 것이 남동생이었으니 얼마나 귀했으랴.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골에서 농사일과 집안일을 거들다가 15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상경했다. 이미 서울에서 공장 직공생활을 하던 언니와 같이 생활하고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외삼촌 즉 본인의 오빠들의 공부를 뒷바라지 하기위해 몸바쳐서 일했던 셈이었다. 청계천의 방직공장에서 옷을 만드는 직공으로 일을 했던 것이다. 또박또박 나온는 봉급을 다 송금하면 그것은 두 오빠의 학비로 충당이 되었던 셈이다. 큰 오빠는 국립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둘째 오빠는 경찰공무원으로 입문해서 나중에서 최고위직까지 올랐다. 그리고 막내 아들은 큰 오빠가 근사했다. 엄마는 산업체부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녀서 학업을 마쳤다. 엄마의 꿈은 교사가 되는 것이었는데 집안 형편으로 인해 꿈을 접은 한이 남았다. 지영의 언니 은영(소설상으로는 결혼한 것으로 설정되었으나 영화에서는 미혼으로 나옴)은 방송국 PD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지방교대로 진학을 권고한 부모님늬 권유대로 진학을 했고 임용시험을 거쳐 선생님이 되었다. 말단 공무원에서 출발한 아버지의 빠듯한 월급으로 아이 셋을 공부시키고 키워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정년을 하시고도 사업을 시작했다가 거덜이 나고 결국 어머니가 발벗고 나섰다. 제대로 직장을 구해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어려웠으니 집에서 하는 부업에 매달렸다. 봉투붙이기, 박스접기, 문풍지말기 등이었다. 지영은 여고시절 버스에서 뒤따라오던 남학생에게 추행을 당할 위기에 처하지 좌석에 앉은 아주머니에게서 핸드폰을 빌려 아빠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아빠 버스정류장으로 마중 나와줘라고 말이다. 아버지는 지영과 같이 걸으면서 딸을 나무랐다. 지영은 국문과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에 복학생 남편을 만나 연애를 했다. 그에게는 예전 동창생이었던 여친 차승연이 있었다. 젊은 시절 학교의 드넓은 운동장에서 고백을 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고백을 받은 정대현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다른 남자와 일찍 결혼했던 차승연은 아이를 낳다 양수색전증으로 인해 죽었다. 그런데 지영은 어느 때 차승연으로 빙의해서 대현에게 고백했던 때의 얘기를 하기도 했고 지영이 힘들때이니 격려 자주하고 사랑한다 라고 말하고 수고했다, 고생했다 라고 많이 격려 해주라는 식이다. 지영은 출산 후 직장을 관두었다. 직장에서는 홍보쪽의 일을 했다. 팀장이 회사를 관두고 새롭게 일을 시작하면서 팀원들을 모으고 있었다. 이제 아이도 26개월 정도 자랐으니 어린이집에 오전에 보내고 오후에 아이를 돌볼 베이비시터를 구하면 직장생활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남편은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직장에 있을 때에는 화장실에 보안요원이 교페되면서 젊은 친구가 몰카를 설치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지영이 휴직때의 일이어서 지영과는 무관한 일이었지만 현실에서의 한 단면이었다.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전단지를 전봇대에 붙이고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애보는 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반대도 한몫했다. 결국 그녀는 재취업을 포기하고 동네 빵집(소설상으로는 아이스크림가게)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고민했는데 그마저도 남편의 시컨둥한 반응을 보이자 포기한다. 지영이 아프다는 것을 엄마가 알게 된 것은 시어머니의 입방정이 화근이었다. 급하게 딸을 찾은 엄마는 지영이 외할머니로 빙의되는 지영을 보고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처음에 남편이 정신과 의사에게 가보라고 했는데 검사비용이 헛돈을 쓰는 듯 아까워서 검사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할 작정이고 요량이었다. 남편이 빙의된 모습의 지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을 보여주자 자신의 병증을 확인하고 순순히 인정한다. 한번은 아영(아기)을 유모차에 태우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에 옆에 서있더 젊은 얘들이 지영을 보고 맘충이라고 부르는데 대하여 지영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커피를 주문했다가 실수로 바닥에 커피를 엎지는 일이 생긴다. 그러자 뒤에 차례를 기다리던 이들이 지영이를 비난하자 당당하게 지영은 자기주장을 펼친다. 나에 대해 뭘 알고 무슨 억하심정으로 비난을 퍼붓냐는 식으로 당당하게 맞선다.

어느 날 아빠가 남동생을 위해 한약을 지어온 아빠가 그것을 식탁에 내려 놓는다. 그러자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며 내 딸들을 위해 한번만이라도 그렇게 해보라며 한약을 내동댕이 친다.

오늘을 사는 젊은 30대 엄마들의 고충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성들의 지위가 많이 좋아지고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 상존하고 있는 여러 유리벽들이 결코 깨어질줄을 모르는 상황인 듯하다. 항상 참아야 하고 인내하고 용인하고 용서해야 하는 그런 삶이 우리 여성들의 운명이고 숙명인 듯이 체념하고 살아왔던 부분인 셈이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하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일도 해야하고 직장도 다녀야 하고 육아도 해야하고 모든 것을 감내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한국 젊은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인 듯 보인다. 아이도 잘 키워야 하고 살림도 잘 살아야 하고 가사일도 잘해야 하고 요리도 잘해내야 하고 직장일도 척척 처리해내야 하는 만능인이 되어야 현실을 타파해 낼 수 있는 형욱인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그렇게 얘기한다. 김지영은 가끔씩은 행복하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어딘가에 갇혀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싶어하는 것을 하고 그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느끼고 인간존재로서의 가치를 만끽하고 싶은데 현실적인 벽은 너무나 꽉막혀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다. 딱히 남편이 그렇게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가사노동을 분담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혼자만 힘들어 하고 어려워하고 헤쳐나가지 못하는 듯 보인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상담을 받으면서 병이 치유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날 남동생이 선물을 가지고 왔다. 아주 고급진 만년필이다. 그녀는 이제 그녀의 일상과 고민 경험담을 찬찬히 기록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듯 보인다.

 

'목로(2021. 8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1) 2023.06.14
송강과 자미  (3) 2023.06.14
닥터 포스터  (3) 2023.06.14
닥터 포스터2  (2) 2023.06.14
군사 칸베에  (0) 202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