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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무녀의 춤 신석초

by 자한형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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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깃

패랭이 제껴 쓰고

무녀야 미칠 듯

너는 춤을 추다

도홍선(桃紅扇) 활짝 피어

붉은 입술 가리고

웃고 돌아지는

보석 같은 그 눈매

쩔레쩔레 흔드는

() 솟은 몸

저도 남도 모르는

귀매(鬼魅)를 부르는데

헐은 옷 떨치어

낙화로 흩날리고

징소리 쟁쟁

바람집에 모이더라.

()하지 않는 것 [신석초]

황홀하게도, 은밀하게도

내 가슴에 정열이 타고 남은

적막한 잿무덤 위에,

예지와 수많은 그리메로써

꾸며진 이 회색의 무덤 위에

페닉스! 오오, 너는 되살아서

불과 같은 나래를 펴고

죽은 줄만 여긴 네 부리에

매혹의 힘은 다시 살아나서

나를 물고, 나를 쪼으고

연애보다도 오히려 단 오뇌로 나를

, 이끌어 가누나.

꽃잎 절구(絶句) 신 석 초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저문 산 길가에 저

뒤둥글지라도

마냥 붉게 타다 가는

환한 목숨이여.

백목련을 꺾던 밤 신석초

너와

내가

백목련을 꺾던 밤은

달이 유달리도

밝은 밤이었다.

백공작 같은

그 가슴에 안길

백목련을 생각하며

나는 그 밤을 새워야 했다.

인젠 하얀 꽃이파리가

상장(喪章)처럼 초라하게 지는데

시방 나는

백목련나무 아랠 지나면서

그 손을

그 가슴을

그 심장을 어루만진다.

고풍(古風) 신석초

분홍색 회장저고리

납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화관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매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시문학창간호 (19717) 소재.

주제는 고풍(古風)한 차림새에서 풍기는 예스러운 멋과 아름다움.

석초(申石艸, 1909-75). 본명은 응식(應植). 충남 서천 출신.

신석초(申石艸) 시인 / 1909~1975

충남 서천 출생. 본명은 응식(應植). 경성제일보를 거쳐 일본 호오세이(法政)대학 철학과 수학. 신유인(申維仁)이라는 필명으로 카프 진영의 비평가로 활동하다 전향함. 1935년 자신이 편집에 관여했던 잡지 [신조선][비취단장(翡翠斷章]을 발표하면서 시작활동을 시작함. 고전적 혹은 전통적인 소재를 주로 다룸. 시집으로 [석초시집](1946), [바라춤](1956), [폭풍의 노래](1974), [수유동운(水踰洞韻)](197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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