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빛 -워즈워드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안 돌려진다 해도 서러워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나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맸네 윌리엄 워즈워드
나는 골짜기와 산 위를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맸네
그러다 문득 한 무리 꽃을 보았네
무수한 황금빛 수선화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흔들리며 춤추는 것을
그들은 은하수에서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져
호숫가를 따라 돌며
끝없이 끝없이 피어 있었네
수만 꽃송이가 한눈에 들어왔네
머리 까딱대며 흥겹게 춤추는 모습이//
반짝이는 물결 그 곁에서 춤췄으나
꽃들의 흥겨움 한결 더했네
그처럼 유쾌한 무리와 어울리니
시인인들 즐겁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보고 또 보았지만 그땐 미쳐 몰랐네
그 광경이 내게 얼마나 값진 걸 주었는지//
지금도 가끔 긴 의자에 누워
마음을 비우거나 생각에 잠길 때면
고독의 축복이랄 수 있는 마음의 눈에
그 수선화들 문득 스쳐가곤 하네
그러면 내 가슴 기쁨으로 가득 차
수선화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춘다네
우리는 너무 세속에 묻혀있다 / 윌리엄 워즈워드
우리는 너무 세속에 묻혀 있다
꼭두새벽부터 밤늦도록 벌고 쓰는일에 우리 힘을
헛되이 소모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도 보지 못하고,
우리의 마음 마저 저버렸으니
이 비열한 흥정이여!//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낸 바다
늘 울부짖다
시들은 꽃포기 처럼 잠잠해지는 바람
이 모든 것과 우리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아무것도 우리를 감동 시키지 못한다//
하느님이여!
차라리 사라진 옛믿음으로 자라는
이교도나 되어
이 아름다운 풀밭에 서서
나를 슬프게 하지 않을 풍경을 바라보고
바다에서 솟아나는 프로테우스를 보고,
트라이튼의 뿔나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수선화 - 윌리엄 위즈워드
골짜기와 언덕 위로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이다가
나는 보았네 //
호숫가 나무 아래
미풍이 하거리는
한 무리의 황금빛 수선화를 //
은하수에서 빛나며
반짝거리는 별처럼
물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
수 많은 꽃송이가
즐겁게 춤추며 고개를 흔드는 것을
주위의 물결도 춤을 추었으나
기쁨의 춤은 수선화를 다르지 못 했으니!
이렇게 흥겨운 꽃밭을 벗하여
어찌 시인이 흥겹지 않으랴! //
나는 지켜보고 또 지켜 보았지만
그 풍경이 얼마나 보배로운지 미처 몰랐으니
가끔 홀로 생각에 잠겨
내 자리에 누으면
고독의 축복인 마음에 눈에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때 내 가슴은 기쁨에 차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추네
무지개 윌리엄 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이느니,
나 어린 사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외로운 추수꾼
윌리엄 워즈워드 William Wordsworth( 1770~1850)
보아라 혼자 넓은 들에서 일하는
저 하일랜드 처녀를,
혼자 낫질하고 혼자 묶고
처량한 노래 혼자서 부르는 저 처녀를
여기에서 잠시 쉬든지 가만히 지나가라
오 들으라! 깊은 골짜기 넘쳐흐르는 저 소리를
아라비아 사막
어느 그늘에서 쉬고 있는 나그네
나이팅게일 소리 저리도 반가우리,
멀리 헤브리디즈 바다
적막을 깨뜨리는
봄철 뻐꾸기 소리
이리도 마음 설레리
저 처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말해 주는 이 없는가
저 슬픈 노래는
오래된 아득한 불행
그리고 옛날의 전쟁들
아니면 오늘 흔히 있는 것에 대한
소박한 노래인가
아직껏 있었고 또다시 있을
자연적인 상실 또는 아픔인가
무엇을 읊조리든
그 노래는 끝이 없는 듯
처녀가 낫 위에 허리 굽히고
노래하는 것을 보았네
나는 고요히 서서 들었네
그리고 나 언덕 위로 올라갔을 때
그 노래 들은 지 오랜 뒤에도
음악은 가슴 깊이 남아 있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 워즈워드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늦게 그리고 빨리.
벌고 쓰느라 우리는 우리 힘을 낭비해버린다.
우리 것인 자연 속에서 거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천박하게도 우리는 우리 마음을 거저 줘 버렸다.
달을 향해 가슴을 드러낸 이 바다,
언제나 울부짖으려는, 그리고 지금은
잠드는 꽃처럼 오므린 바람,
이 모든 것과 우리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그것이 우리를 감동시키지 않는다.
위대한 신이여! 내가 차라리 낡아빠지 신앙을 빨아 먹는 이교도가 되었더라면,//
그러면 나는 이 즐거운 초원에 서서,
나를 덜 쓸쓸하게 해줄 광경을 볼 수 있을 텐데,
바다로부터 솟아로느는 프로테우스를 보거나,
추수하는 아가씨
보게나, 저 밭에서 홀로
곡식 거두며 제 흥에 겨워 노래 부르는
저 외로운 하일랜드 아가씨를.
잠시 여기 서 있거나 조용히 지나가게나.
홀로 이삭 자르고 다발 묶으며
애잔한 노래 부르는 아가씨.
오, 들어 보게나, 깊고 깊은 골짜기에
넘쳐흐르는 저 노랫소리.
아라비아 사막, 어떤 그늘진 쉼터에서
지친 나그네 무리에게
잘 오셨다 노래 부른 나이팅게일 새가
이보다 더 고운 노래 불렀을까?
아주 아주 멀리 헤브리디즈 섬들이 모여 있는 곳
그 바다의 적막을 깨치는
봄날 뻐꾹새 노래가 이 목소리마냥
가슴 죄게 했을까?
이 아가씨 노래에 담긴 이야기 들려 줄 이 있을까?
아마도 오래 전 먼 곳의 슬픈 이야기,
옛날 옛날의 싸움 이야기를
이 서러운 곡조가 담고 있을까?
아니면 오늘날의 사연이 깃들인
좀더 소박한 노래,
지금까지 있어 온, 앞으로도 있을
일상의 슬픔, 여윔, 괴로움에 대한 노래일까?
담긴 이야기야 어떻든 아가씨는 노래 불렀지,
끝이 없을 듯 오래 오래.
그 여자가 일하며 노래 부르며
허리 굽혀 낫을 쓰는 것을 보았지.
귀 기울였지,
꼼짝 않고 서서.
내가 언덕에 오를 때,
이미 들리지 않은 지 오래건만
그 노래 마음에 들리고 있었지
3월의 시
수탉은 꼬기오
시냇물은 졸졸
작은 새들은 짹짹
호수는 번쩍번쩍
푸른 들판은 햇볕에 졸고
늙은이와 어린 아이
힘센 자와 같이 일을 하네
소들은 풀을 뜯으며
고개 한 번 쳐들지 않네
마흔 마리가 한 마리같이
?
패한 군사들처럼
흰눈은 물러가고
헐벗은 언덕 위에서 쩔쩔매네
소년농부 이따금
산에는 기쁨이
샘물에는 숨결이
조각구름은 떠가고
푸른 하늘은 끝도 없어라
비는 그치고 간데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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