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준비를 하다보니 늦어져서 겨우 12시에 출발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갔다. 시간이 촉박해서 차가 막힐까 염려스러웠다. 2만원 가까이 택시비가 나왔다. 무궁화호 열차편이었다. 서태후란 펄 벅의 책을 읽었다. 2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두시간 동안 200페이지쯤 읽었다. 남도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도착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거의 오후 5시경이 되어서야 겨우 단양쯤에 도착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도착한 후 두시간쯤의 여유시간이 생겼다. 이번 단양행은 요번으로 3번째인 셈이다. 한 번은 홀로 왔었고 두 번째는 집사람과 같이 왔었다. 단양팔경 중 도담삼봉과 석문을 올라갔었고 구인사를 관광했었다. 이번에 유흥준 작가의 문화유산답사기 8권(남한강편)을 읽었더니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한 것으로 자책감이 들었다. 단양, 영춘, 제천, 충주 등이 남한강을 관광하는 곳이었다. 영춘은 이제 단양의 일개 면으로 퇴색되었지만 예전에는 대 군으로 명성이 높았던 곳이었다. 그리고 남한강 쪽으로는 폐사지도 있었고 문화유산을 답사에서는 빠질 수 없는 곳이란 소개였다. 일단 쏘가리 매운탕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이름은 ‘그집 쏘가리’ 였다. 비싼 회를 시켜서 맛을 보았다. 민물회의 최고 별미라는 것이 실감이 날 정도로 쫄낏한 맛이 일품이었다. 통상 매운탕만 맛보았는데 회를 맛본 것은 지난번 강촌에서 맛본 후 두 번째였다. 다음은 구담봉과 옥순봉을 보기위해 장회나루로 갔다. 나루터에는 두곳의 선착장이 있었다. 한 곳은 충주호로 가는 배가 떠나는 곳이었고 또 한 곳은 청풍호를 유람하는 배가 정박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이 마지막 배시간을 맞추기 위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다른 가족들은 도담삼봉쪽의 유람선을 타고 있었다. 숙소에서 만날 수밖에 없을 듯했다. 구담봉은 거북바위가 있다는 것으로 그리고 물속에 거북모양의 무늬가 비친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옥순봉도 절경이었다. 옥순봉이란 이름은 퇴계 이황이 명명했다. 단양군수로 관직에 있었던 퇴계의 단양사랑은 유별났다. 유명한 두향과의 연분도 이곳에서 맺어졌다. 김홍도, 윤제홍 이윤영 김하종 등이 산수화로 옥순봉도 등을 남겼다. 경치가 더할나위 없을 정도였다. 선장이 구수하게 안내멘트를 이어갔다. 한시간여의 승선기간동안 기념촬영을 하고 유람선으로 관광을 마쳤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승객은 많지 않았다. 구담봉은 옥순봉에 멀지 않은 산자락에 있다. 절벽 위의 바위가 거북이를 닮아 산봉우리가 물에 비치면 거북의 등판을 연상시키는 무늬를 나타내는 것이 신비롭기 때문에 구담봉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 구담이라고 약해서 칭하기도 한다. 나머지 8경 중 사경은 삼선계곡쪽에 있는 것으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사인암이라는 곳이다. 하선암은 미륵바위 또는 불암이라고 불렀던 것을 성종때 군수 임제광이 하선암으로 개칭했다. 중선암은 김수증이 이름 지은 것으로 명경대, 옥염대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상선암은 옥녀가 베틀을 짜는 형상이라고 옥녀직금형이라 한다. 우암 송시열의 제자 수암 권상하가 이름 지었다. 사인암은 단양군수 임제광이 주역의 대가였던 역동 우탁이 사인벼슬로 있을 때 이돗에 은거했던 것을 기념하여 이름지었다. 모자를 두 개 샀다. 대기해 있던 택시에 올라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숙소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가족일행을 태운 버스가 숙소 주차장으로 진입해오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향했다. 팬션옆이 개울가였는데 이미 해가 진 상황이어서 물놀이를 하는 것은 어려웠다. 바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저녁식사를 했다. 유사가 준비해온 것으로 식사를 했다. 케이크의 절단식도 약식으로 있었다. 어른 16명 아이 11명 총 27명의 가족이었다. 6남매 대가족의 면모를 보는 순간이었다. 막내 동서의 인도네시아행은 일단 잠정보류된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모습만 본 사람이라면 폭풍성장에 놀라게 될 것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유흥시간을 가졌다. 방은 넷이었다. 아이들 방, 어른 남, 녀 각 방이 배정되었다. 한시간 정도의 놀이가 이어졌고 취침모드로 전환했다. 장인어른의 회혼식이라 이렇게 전가족이 국내여행을 하게된 것이다. 장모님의 8순 생신도 겸한 여행이었다. 말 그대로 결혼을 한지 육십갑자를 지낸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내가 들어본 옛사람의 회혼식은 도올의 부모님 회혼식 얘기였었다. 호텔을 빌려 거창하게 행사를 치렀고 그것이 조선일보에 대서특필되었다는 얘기였다. 전세버스에 그렇게 회혼식이라고 적혀 있으니 모두들 기이하게 여겼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오전 8시에 출발한 남도팀은 광주에서 출발해서 함양의 한의박물관을 들렀다가 중식을 하고 이곳 단양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단양에서 도담삼봉에서 유람선을 탄 후 팬션에 도착을 해서 합류하게 된 것이다. 단양은 예전부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조그만 단양군이 3일 연휴로 인해 북새통이었다. 읍내에서는 남한강변에서 쌍둥이 축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무척이나 많은 차량이 몰려 주차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길이 막혔다. 유람선을 탄 한 관광객은 숙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단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터널이 있는데 한방향으로만 통행이 가능해 길다랗게 줄지어 서있는 차량의 행렬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무튼 이번 가족여행이 가족과 동서, 자매간에 우의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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