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들
들 -이효석 1 꽃다지, 질경이, 냉이, 딸장이, 민들레, 솔구장이, 쇠민장이, 길오장이, 달래, 무룻, 시금치,씀바귀, 돌나물, 비름, 능쟁이. 들은 온통 초록 전에 덮여 벌써 한 조각의 흙빛도 찾아볼 수 없다. 초록의 바다. 초록은 흙빛보다 찬란하고 눈빛보다 복잡하다. 눈이 보얗게 깔렸을 때에는 횐 빛과 능금나무의 자줏빛과 그림자의 옥색 빛밖에는 없어 단순하기 옷 벗은 여인의 나체와 같던 것이 - 봄은 옷 입고 치장한 여인이다. 흙빛에서 초록으로 - 이 기막힌 신비에 다시 한번 놀라볼 필요가 없을까. 땅은 어디서 어느 때 그렇게 많은 물감을 먹었길래 봄이 되면 한꺼번에 그것을 이렇게 지천으로 뱉어놓을까. 바닷물을 고래같이 들이켰던가, 하늘의 푸른 정기를 모르는 결에 함빡 마셔두었다가 그것을 빗물에 풀..
2022.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