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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119

36. 마고자 마고자 윤오영 나는 마고자를 입을 때마다 한국 여성의 바느질 솜씨를 칭찬한다. 남자의 의복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호사(대단한 옷차림)가 마고자다.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 같은 다른 옷보다 더 값진 천을 사용한다. 또, 남자의 옷에 패물(노리개)이라면 마고자의 단추(대개 호박으로 만듦)다. 마고자는 방한용이 아니요 모양새다. 방한용이라면 덧저고리가 있고 잘덧저고리도 있다. 화려하고 찬란한 무늬가 있는 비단 마고자나 솜 둔 것은 촌스럽고, 청초한 겹마고자가 원격(原格, 본디대로의 격식, 제대로된 격식)이다. 그러기에 예전에 노인네가 겨울에 소탈하게 방한삼아 입으려면, 그 대신에 약식인 반배(半褙, 저고리 위에 덧입는, 소매 없는 웃옷)를 입었던 것이다. -- *마고자의 특징 마고자는 섶이 알맞게 여며져야 하.. 2021. 12. 14.
35. 딸각발이 딸각발이 이희승 '딸깍발이'란 것은 '남산(南山)골 샌님'의 별명이다. 왜 그런 별호(別號)가 생겼느냐 하면, 남산골 샌님은 지나 마르나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마른 날은 나막신 굽이 굳은 땅에 부딪쳐서 딸깍딸깍 소리가 유난하였기 때문이다. 요새 청년들은 아마 그런 광경을 못 구경하였을 것이니, 좀 상상하기에 곤란할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제 시대에 일인들이 '게다'를 끌고 '콘크리트' 길바닥을 걸어다니던 꼴을 기억하고 있다면 딸깍발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까닭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남산골 샌님이 마른 날 나막신 소리를 내는 것은 그다지 얘깃거리가 될 것도 없다. 그 소리와 아울러 그 모양이 퍽 초라하고 궁상(窮狀)이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인생으로서 한 고비가 겨.. 2021. 12. 14.
34.두꺼운 삶과 얇은 삶 두꺼운 삶과 얇은 삶 (1) 김 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반포의 서른 두 평짜리 아파트이다. 칠팔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반포 같은 곳에서 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 기억 속에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반포는, 수원으로 놀러갈 때에 버스 속에서 바라다본, 키 큰 포플러나무가 피난살이하러 나와 있는 바싹 마른 아낙네들같이 모여 있는 소택지이다. 그 소택지를 메워 자연스러운 자연을 거의 완벽하게 없애버리고 백 동이 넘는 아파트를 세워놓은 곳에서, 나는 거의 사 년째 살고 있다. 내가 반포 아파트에 오게 된 것은 정말 이상한 행운 때문이었다. 내가 맨 처음 내 문패를 단 집을 가졌던 곳은 연희동이다. 연희동 채소밭이, 거의 모든 서울 근교의 채소밭이 그러했듯이, 쓰레기로 뒤.. 2021. 12. 14.
33.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 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 김용준 골동집 출입을 경원한 내가 근간에는 학교에 다니는 길 옆에 꽤 진실성 있는 상인 하나가 가게를 차리고 있기로 가다오다 심심하면 들러서 한참씩 한담(閑談)을 하고 오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이 가게에 들렀더니 주인이 누릇한 두꺼비 한 놈을 내놓으면서 "꽤 재미나게 됐지요." 한다. 황갈색으로 검누른 유약을 내려씌운 두꺼비 연적(硯滴)인데 연적으로서는 희한한 놈이다. 40-50년 래로 만든 사기(砂器)로서 흔히 부엌에서 고추장, 간장, 기름 항아리로 쓰는 그릇 중에 이따위 검누른 약을 바른 사기를 보았을 뿐 연적으로서 만든 이 종류의 사기는 초대면이다. 뚜꺼비로 치고 만든 모양이나 완전한 두꺼비도 아니요 또 개구리는 물론 아니다. 툭 튀어나온 누깔과.. 2021.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