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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119

19.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삼화령 애기 부처 선덕 여왕 시절 문화 유산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유물은 삼화령 애기 부처(이 글의 중심 소재)이다. 정식 명칭은 생의사(生義寺) 미륵 삼존상(三尊像)이다. 이 3개의 석불은 본래 남산 삼화령 고개에 있던 것인데, 1925년 원위치에 있던 본존불을 박물관으로 옮겨 오고, 또 민가에서 훔쳐 간 협시 보살 2개를 입수해서 지금은 경주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 이 삼존불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생의사 석미륵'인 것을 밝혀 낸 것은 황수영 박사였다. 기록에는 선덕 여왕 13년(644)에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 삼존불은 참으로 귀엽게 생겼다. 모두 4등신의 어린아이 신체 비례를 하고 있어서, 그 앳된 얼굴의 해맑은 웃음이 보는 이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는다.(작.. 2021. 12. 13.
18. 나의 문학 이야기 나의 문학 이야기 전상국 문제는 작가가 되려는 내가 어휘력과 문장력이 형편없다는, 치명적인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나는 말을 할 때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고 말의 조리가 잘 안 선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쓴 소설 한 편을 황순원 선생님께 건넨 것은 2학년 가을쯤이었습니다. 한 달이 좀 더 지난 어느 날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그 소설을 돌려받았지요. "잘 썼더구만." 작품을 건네주며 하신 이 한마디로 나는 하늘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취방에 돌아와 흥분된 상태에서 원고를 펼쳐 본 나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원고 곳곳이 선생님의 연필 글씨로 고쳐져 있었던 것입니다.(대학때스승의의례적칭찬에기뻐했다가크게낙심한경험을통해글쓴이가문장과어휘력.. 2021. 12. 13.
17. 나무의 위의 나무의 위의 - 이양하(李敭河) 첫여름은 무엇보다 볕이 아름답다. 이웃집 뜰에 핀 장미가 곱고, 길 가다 문득 마주치는 담 너머 늘어진 들장미들이 소담하고 아름답다. 볕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고, 장미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첫여름은 무엇보다 나무의 계절이라 하겠다. 신록(新綠)이 이미 갔으나 싱싱한 가지 가지에 충실한 잎새를 갖추고 한여름의 영화를 누릴 모든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주는 기쁨과 위안이란 결코 낮춰 생각할 것이 아니다. 살구, 복숭아, 매화, 진달래, 개나리, 장미, 모란, 모두 아롱다롱 울긋불긋 곱고 다채로워 사람의 눈을 끌고 마음을 빼내는 데가 있으나, 초록 일색의 나무가 갖는 은근하고 흐뭇하고 건전한 풍취에 비하면 어딘지 얇고 엷고 야한 데가 있다... 2021. 12. 13.
16. 나무 나무 - 이양하 나무는 덕(德)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滿足)할 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후박(厚薄)과 불만족(不滿足)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處地)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나무는 고독(孤獨)하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안개에 잠긴 아침의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덮인 저녁의 고독을 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도 알고, 함박눈 펄펄 날리는 겨울 아.. 2021.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