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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2203

34. 면학의 서 면학(勉學)의 서(書) -양주동(梁柱東) 독서(讀書)의 즐거움! 이에 대해서는 이미 동서(東西) 전배(前輩)들의 무수(無數)한 언급(言及)이 있으니, 다시 무엇을 덧붙이랴. 좀 과장(課長)하여 말한다면, 그야말로 맹자(孟子)의 인생 삼락(人生三樂)에 무름지기 '독서(讀書), 면학(勉學)'의 제 4일락(第四一樂)을 추가(追加)할 것이다. 진부(陳腐)한 인문(引文)이나 만인(萬人) 주지(周知)의 평범(平凡)한 일화(逸話) 따위는 일체 그만두고, 단적(端的)으로 나의 실감(實感) 하나를 피력(披瀝)하기로 하자. 열 살 전후 때에 논어(論語)를 처음 보고, 그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운운(云云)이 대성현(大聖賢)의 글의 모두(冒頭)로 너무나 평범한 데 놀랐다. "배우고 때.. 2022. 1. 4.
32. 인간의 존엄성과 성실 인간의 존엄성과 성실 김 태 길 (金泰吉) 1 우리는 인간(人間)의 존엄성(尊嚴性)을 믿는다. 그 사람의 사회적(社會的) 지위(地位)나 문화적(文化的) 업적(業績)에 관계 없이, 사람은 누구나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로 말미암아 존엄(尊嚴)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누구나 예외(例外) 없이 존엄하다고 단언(斷言)할 수 있는 것일까? 세상에는 의리(義理)나 염치(廉恥)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도 있으며, 극악무도(極惡無道)한 인간도 있지 않은가? 인간의 형태(形態)만 갖추었으면 누구나 무조건(無條件) 존엄하다고 주장(主張)하는 것은, 한갓 환상적(幻想的)인 낭만주의적(浪漫主義的) 견해(見解)가 아닐까? 우리가 추상적(抽象的)인 사고(思考)를 일삼는 동안, 우리는 모든 인간이 예외 없이 존엄.. 2022. 1. 4.
31. 춘풍천리 春風千里 / 안재홍(安在鴻) "인생난득 백년한(人生難得 百年閑)"이라고 옥중에서 영탄한 자가 있다. 백년한(百年閑)이 반드시 인생 생활의 극치는 아니겠지마는, 마차 말같이 분망한 생애는 이름 높은 한양의 춘색도 완상할 겨를이 없이 지냈었다. 이제 마산행의 기회로써 춘풍천리(春風千里) 남국의 화신을 전하게 된 것은 부생(浮生) 분외(分外)의 한사(閑事)라 할까. 남원 가는 이 도령의 행색은 아니지마는 야도한강수(夜渡漢江水)하는 진위행(振威行)의 도차(途次)에는 연선(沿線)의 춘색을 엿볼 수가 있었다. 향제(鄕第)에 체재하는 일일, 분묘에 성(省)하여 쓸쓸한 노고초(老姑草:할미꽃)를 보았고 도화·행화·신리화(桃花·杏花·莘荑花) 등은 아직 꽃망울이 터져 보려하는 즈음이었다. 다시 경부선 차중의 사람이 되니, .. 2022. 1. 4.
33. 목련화 그늘에서 목련화(木蓮花) 그늘에서 -안재홍- 목련화는 남국의 식물이라 본국에서 이를 보기 어렵다. 연화(蓮花)는 꽃의 군자인 자이거니와, 그보다도 불교의 상징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심산 고대(高臺)에서 연화를 볼 수 없거니와 성개(盛開)하는 목련을 보는 데에 자못 황홀한 정감을 돋우는 바 있다. 목련은 남극의 식물이거니와, 연화도 워낙은 남국의 식물이다. 북극의 지당(池塘)에서 오히려 향(香)이 10리에 들리는 연화를 볼 수 있지마는 남국의 연꽃이 가장 풍토에 걸맞는 자이다. 채련(採蓮)하는 오희(吳姬)·월녀(越女)를 인증으로 할 것까지 없이, 난련(暖蓮)은 난국(暖國)의 소산이다. 연의 가장 흔한 자가 홍련(紅蓮)이요 백련이 적이 진귀한 자이지마는, 청련(靑蓮)에 이르러서는 연 중에 가장 일품이 자로서 범인의 .. 2022.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