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수필50 한국대표 수필(2-3) 들어가는 집 안의 목욕실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사람은 물에서 나서 결국 물 속에서 천국을 구하는 것이 아닐까. 물과 불과--이 두 가지 속에 생활은 요약된다. 시절의 의욕이 가장 강렬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 두 가지에 있어서다. 어느 시절이나 다 같은 것이기는 하나, 가을부터의 절기가 가장 생활적인 까닭은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의 원소의 즐거운 인상 위에 서기 때문이다. 난로는 새빨갛게 타야 하고, 화로의 숯불은 이글이글 피어야 하고 주전자의 물은 펄펄 끓어야 된다. 백화점 아래층에서 커피의 낱을 찧어 가지고는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그 내 모양을 어린애답다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또 즐기면서 이것이 생활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싸늘한 넓은.. 2021. 9. 15. 한국 대표수필 (1-3) 한국대표수필(copyleft) 엮은이:김동리 외 9명 지은이:한용운 외 발행인:고종옥 발행처:진문출판사 차례 한용운 최후의 오분간/ 번민과 고통 신채호 실패자의 신성/ 차라리 괴물을 택하리라 최남선 국토 예찬 이광수 금강산 기행 민태원 청춘 예찬 이희승 독서와 인생/ 청추 수제 방정환 어린이 찬미 설의식 헐려 짓는 광화문/ 돼지의 대덕/ 수천석두 심 훈 7월의 바다/ 조선의 영웅 김진섭 매화찬/생활인의 철학/병에 대하여/우송 이은상 한 눈 없는 어머니 양주동 질화로/ 몇 어찌/ 면학의 서 이양하 신록 예찬 조윤제 은근과 끈기 김광섭 수필 문학 소고/ 나무/ 일관성에 관하여 이헌구 시인의 사명/어머니 이효석 채롱/ 낙엽을 태우면서 김소운 창원 장날/ 선의의 불씨/ 퇴색치 않는 사랑 윤오영 부끄러움/ 마고자.. 2021. 9. 15. 40대의 비오는 날 박완서 앉은뱅이 거지 비가 오는 날이었다. 요즈음은 꼭 장마철처럼 비가 잦다. 청계천 5가 그 악마구리 끓듯하는 상지대도 사람이 뜸했다. 버젓한 가게들은 다 문을 열고 있었지만 인도 위에서 옷이나 내복을 흔들어 파는 싸구려판, 그릇 닦는 약, 쥐잡는 약, 회충약 등을 고래고래 악을 써서 선전하는 약장수, 바나나나 엿을 파는 아줌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인도가 텅 빈 게 딴 고장처럼 낯설어 보였다. 이 텅 빈 인도의 보도블록을 빗물이 철철 흐르며 씻어 내리고 있어 지저분한 노점상도 다 빗물에 떠내려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딱 하나 떠내려가지 않는 게 있었다. 앉은뱅이 거지였다. 나는 한 달에 두어 번씩은 그 곳을 지나칠 일이 있었고, 그 때마다 그 거지가 그 곳 노점상들 사이에 앉아서 구걸하는.. 2021. 9. 15. 미운 간호부 주요섭 어제 S병원 전염병실에서 본 일이다. A라는 소녀, 7, 8세밖에 안 된 귀여운 소녀가 죽어 나갔다. 적리(赤痢)로 하루는 집에서 앓고, 그 다음날 하루는 병원에서 앓고, 그리고 그 다음날 오후에는 시체실로 떠메어 나갔다. 사흘 밤낮을 지키고 앉아 있었던 어머니는 아이가 운명하는 것을 보고, 죽은 애 아버지를 부르러 집에 다녀왔다. 그 동안 죽은 애는 이미 시체실로 옮겨가 있었다. 부모는 간호부더러 시체실을 가리켜 달라고 청하였다. "시체실은 쇠 다 채우고 아무도 없으니까, 가 보실 필요가 없어요." 하고 간호부는 톡 쏘아 말하였다. 퍽 싫증난 듯한 목소리였다. "아니, 그 애를 혼자 두고 방에쇠를 채워요?" 하고 묻는 아이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었다. "죽은 애 혼자 두면 어때요?" 하고 다시 .. 2021. 9. 15. 이전 1 ··· 6 7 8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