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고독
박이문 화려한 네온 빛에 왁작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거리에서, 아는 이도 없 고 갈 곳도 없이 떨고 있는 고아는 고독하다. 아내를 잃은 다음, 가족도 친구 도 없이, 무거운 다리를 끌고 혼자 시장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고 돌아와야 하는 노인의 지팡이가 고독하다. 자정이 넘어도 외로이 불이 밝혀져 있는 노 처녀의 아파트가 고독하다. 모든 사람들의 규탄을 받으면서, 사형대를 향하 여 발걸음을 옮기는 죄수의 축 늘어진 목이 고독하다. 이스라엘인들의 폭격 과 탱크의 공격을 받고, 마치 쥐구멍에 몰리듯, 베이루트의 한 구석에 밀리 면서, 세계를 향하여, 같은 아랍인들을 향하여, 반응없는 마지막 원조를 호 소하면서, 혼자서 쓰러지고 죽으면서, 밀려나가야 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 인류의 도덕적 양심을 애절하게 외치면..
2022.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