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롭고 행복한 공간에 살다7/ 권해솜 객원기자
인천 마리스텔라
마리스텔라 전경. 사진 마리스텔라 제공
시니어타운이라는 명칭이 낯설 때가 있었다. 처음에 ‘실버타운’이라고 불릴 때보다는 그래도 좀 나아진 건 사실이다. 세월이 변하고, 의식수준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선한 마음으로 시니어타운에 다가가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일곱 번째 시니어타운은 사제와 수도자, 입소자가 함께 만드는 인천의 신앙 공동체 마리스텔라다.
부모님이 안전하게 계실 곳
며칠 전 어린 후배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집 안에 홀로 계시다가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하셨고, 인기척이 없는 집 담을 후배가 넘어 들어가 발견했다. 문득 후배 어머니가 시니어타운에 계셨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시니어타운 입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병원이 몇 분 거리에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마리스텔라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좀 더 이 부분이 와 닿았다.
2014년 4월 인천시 서구 심곡동에 문을 연 시니어타운 마리스텔라는 천주교 인천교구 산하 시설로, 가톨릭 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과 성모요양원이 함께 조성했다. '망망한 바다에서 희망의 상징이자,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성모님'을 뜻하는 마리스텔라는 고령화시대가 안고 있는 고민과 그로 인한 세대갈등을 통합적이고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 조성됐다. 고령화시대에 시니어들의 보람찬 삶은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 보완은 물론 전문 시설과 프로그램 제공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를 마리스텔라의 이름에 담았다.
병원과 함께 조성된 점도 장점이지만 천마산이 삼면으로 둘러싸여 등산이나 산책 코스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 인천 지하철 2호선, 서울 지하철 7호선, 공항철도와도 연결돼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그뿐 아니라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IC가 차량으로 10분 이내 거리로 서울과 수도권 접근이 쉽고, 청라국제도시 또한 가깝다. 도심 속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마리스텔라이다.
마리스텔라 내 대성전. 사진 마리스텔라 제공
오순도순 100세 인생 즐겁게
마리스텔라에는 10월 8일 기준 총 245세대 314명이 입주해 있다. 여성 입주자가 남성 입주자에 비해 두 배 정도 많다. 이렇게 모여 살면서 다양한 부대시설 이용은 물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이곳 지하 1층에는 입주자만의 전용 시설이 조성돼 있다. 사우나, 찜질방, 100세 건강센터, 노래방‧음악실, 당구‧탁구장, 대성전, 취미동호회실, 사랑방(도서실 겸용), 기쁨방(컴퓨터실), 온유방(미술실 겸용), 은총방(서예실 겸용), 다목적실 등이다.
다양한 시설 중 입주자들은 사우나와 100세 건강센터를 자주 이용한다. 세대마다 설치된 욕실에는 낙상 예방을 위해 욕조를 설치하지 않았고, 샤워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목욕을 원하면 외부에 드나들 것 없이 사우나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외부 찜질방과 동일한 시설이 사우나와 함께 있어 목욕은 물론 찜질을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입주자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또한 운동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헬스장과 안마 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물리치료공간이 함께 마련돼 있다. 개인 맞춤형 운동을 지도하는 운동지도사가 상주하고 있어 안전하게 운동도 하고 마사지도 받을 수 있어 입주 시니어들의 만족도가 높다. 대성전은 330석 규모로 천주교 미사는 물론 영화 상영, 공연, 강연 등을 할 수 있게 스크린, 조명, 무대, 음향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마리스텔라 내부 공간. 사진 마리스텔라 제공
마리스텔라 입주자들은 취미활동과 친목 도모를 위한 동호회와, 외부 강사와 함께 하는 아카테미 활동에 참여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노래교실, 가곡교실, 웃음교실 등이 대표적인 강사 초빙 클래스이다.
동호회 활동으로는 미술, 서예, 컴퓨터, 오카리나, 영어, 댄스스포츠, 우리 춤 체조, 포켓볼, 당구, 탁구, 보드게임, 바둑‧장기, 하모니카 등이 있다. 또한 외부 강사를 초청해 건강, 경제, 법률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강좌를 개최한다. 클래식, 가요, 무용, 연주회 등 다양한 공연도 열려 외부에 나가지 않아도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런 여러 활동 중에서도 입주 시니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음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다. 노래 부르기나 클래식, 가요 공연 등에 참여자가 가장 많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어서 대면 프로그램에서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시설 또한 제한적으로 조정해 이용 중이다.
주변을 걸으면서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 사진 마리스텔라 제공
위급할 때 빛을 발하는 시니어타운
시니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병원 이용도 편리하다. 마리스텔라 입주자가 국제성모병원을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금에서 할인이 적용된다. 병원과 마리스텔라가 서로 연결돼 있어 위급한 상황은 물론 평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전담 간호사가 근무하며, 의료 상담은 물론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입주자 대부분이 노령의 시니어이기에 치매 발생은 피할 수 없다. 입주 후 생활하다 치매가 발병하면 보호자와 상의해 장기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준다. 요양보호사가 직접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입주자가 외부 주간 보호센터를 이용토록 해준다.
이러한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 24시간 간병 서비스 이용이나 요양원 입주를 권유한다. 마리스텔라와 같은 건물에 있는 성모요양원 및 인근 지역 요양원과 업무협약 체결 등을 통해 요양원 연계를 하고 있다.
외부 시설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찜질방 시설. 사진 마리스텔라 제공
현재 코로나로 인해 내부 통제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고, 입주자의 외출 자제와 함께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외부인이 시니어타운 안으로 들어가려 할 경우 예방접종 2차 완료자 혹은 PCR검사 결과 음성인 경우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이 지내고 있다.
앞으로 마리스텔라는 입주 시니어들이 평소 희망해온 프로그램을 개설해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내에서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와 연계해 추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소통에 힘쓸 계획이라고 한다.
마리스텔라 원장 박원재 신부는 데일리임팩트에 “마리스텔라는 요양원도, 주간 보호센터도, 요양병원도 아닌 만 6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분들이 거주하는 곳이므로 관계 기관들과의 소통과 협약을 통해 우리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며 “거주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실버타운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조선원 마리스텔라 입주자협의회 회장
조선원 마리스텔라 입주자협의회 회장. 사진 마리스텔라 제공
마리스텔라에 들어온 지 3년 3개월 됐다는 조선원 씨는 올해 나이 여든여섯이다. 입주자 98%의 찬성으로 회장에 당선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니어타운에 입주할 때 걱정은 없었는지 물으니 예상과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팔십이 넘으면 자연스럽게 시니어타운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 또한 시니어타운에서 사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여기저기 알아보던 차에 가톨릭 성당을 다니는 분이 마리스텔라를 추천해줘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불편함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첫째는 마리스텔라는 천주교 신앙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에 들어와 가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앞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에 삶의 의지가 떨어졌어요. 지금은 사랑과 믿음, 평화 속에서 축복받는 인생을 사는 느낌입니다. 노인들 생활에는 건강 관리가 제일 우선입니다. 마리스텔라는 국제성모병원과 한 지붕 아래 있어요. 의료 시설이 완비돼 있고, 위급할 때 조치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천마산 기슭에 있어 환경도 좋고 교통도 편리합니다.”
조 회장은 마리스텔라에 들어오기 전 서울 신촌에서 60여 년을 살았다. 시니어들은 살아온 곳에서 지속해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데 조 회장 생각은 달랐다.
“편리한 게 많아서 여기 사는 게 좋습니다. 살던 터전에서 떠나왔지만, 이곳에 와서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함께 점심 먹고 산책길을 돈다든지, 커피를 마신다든지 서울 살 때보다 마음의 여유가 더 생겼다고나 할까요. 새로 오신 원장 신부님도 아주 좋으신 분입니다. 임직원이 60명 되는데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서 운영을 잘해주고 있어요. 주민으로서 만족합니다.”
조 회장이 이곳에서 하는 일은 전반적인 시니어타운 운영과 관련해 주민 대표로서 함께 협의하는 일이다. 관리비나 식사비는 얼마로 책정하는 게 좋을지 운영 측과 협의한다. 불편사항, 제안사항을 듣고 주민 고충 처리에 앞장서고 있다. 입주자 친목 도모를 위한 활동도 뻬놓을 수 없다.
조 회장은 조만간 입주자들과 여행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버스를 대절해 여행을 다니곤 했습니다. 요즘 그게 참 아쉽죠. 하루 속히 여기 어르신들과 함께 다니는 게 소망입니다.”
11월에 강화도에 꼭 가고 싶다는 조 회장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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