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신문 기사, 기고글 등)1 봄이 오는 순서에는 다 이유가 있거늘 봄이 오는 순서에는 다 이유가 있거늘/박순우(sunu1031) 누가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언제부턴가 봄꽃 피어나는 순서가 저장되어 있었다. 이른바 춘서(春序, 봄이 오는 순서). 봄이어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기에 봄이라는 법정 스님의 유명한 말처럼, 춘서에 따라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봄이 서서히 곁으로 다가오는 걸 자연스레 느끼며 자라온 듯하다. 무작위로 배정받은 중학교는 집에서 거리가 아주 멀었다. 버스를 타고 시의 반대편 끝자락까지 가야 했다. 종점에 내려 좁고 긴 골목을 지나야 비로소 학교 정문이 나왔다. 그 좁고 긴 골목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던 건 함께 걷는 친구와 개나리 때문이었다. 그 골목에는 이 끝에서부터 저 끝까지 빈틈없이 개나리가 드리워져 있었다. 노란 개나리가.. 2023. 3.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