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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비평4

존재론적 물음과 형상화 존재론적 물음과 형상화-민명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문학을 왜 하는가. 자기 정화나 자아실현을 위해서 혹은 진실구현이나 삶의 이정표를 찾기 위해서 등 문학을 하는 목적은 각자의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여러 가지가 제시될 수 있다. 다만 그 근본적인 뿌리가 존재론적 인식과 닿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또한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물 등 제반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사유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은 길항과 화합을 반복한다. 그러한 사유를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수필도 여타문학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다른 장르와 달리 비허구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허구성과 비문학은 동의어가 아닌 만큼 존재론적 물음에 깊이 다가가 이를 심미적으로.. 2022. 9. 4.
유병근의 시와 수필의 접목 유병근의 시와 수필의 접목 ​ ​ 1. 유병근은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그는 시詩로 시작하여 수필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시에서 수필로 건너온 경우가 아니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지 않고 끝까지 시와 수필을 고루 겸작하여 활동해온 문인이다. 그는 시를 벼리기(綱) 위해 수필을 쓴다 하였고, 수필을 벼리기 위해 시를 쓴다고 하였다. 그러니 그의 시를 읽을 때는 그의 수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고, 그의 수필을 읽을 때는 그의 시를 전제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그의 수필선집 『달팽이관 마을』이다. 활동 후반기인 2010년에 발간한 선집은 성격상 그의 문학적 경향을 대변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수필을 총체적으로 이렇게 정리한다고 스스로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집은 첫 작품부터 마지막까.. 2022. 9. 4.
서정의 사회적 기능과 최민자 수필 서정의 사회적 기능과 최민자 수필-정희승(dukechung@hanmail.net) 흔히 서정은 사회 현실을 외면한 채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는 애정 어린 권고도 자주 접한다. 서정적인 글을 쓰는 작가들은 그때마다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사설과 같은 글이라면 몰라도, 지성을 바탕으로 한 전언을 담기가 마땅치 않아서다. 사회와 정치 현실은 분석과 비판, 설득 등이 요구되는 이성의 영역에 속하는 반면, 서정은 정을 바탕으로 한 감성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성적인 글과는 지향하는 바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정적인 글은 일차적으로 미적 감동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서정은 본질적으로 정치성과 무관한 것일까? 참여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이 물음에 대한 .. 2022. 8. 27.
새로움을 향한 랩소디 새로움을 향한 랩소디-정희승/배귀선 평론가 1. 디히텐, 창의의 산실 새로움은 관습과 기존에 대한 저항이다. 이러한 저항 의식은 정희승의 《일상 예찬》을 관통하는 명제이자 창작 정신이다. 그의 문학은 간접 경험을 통한 내적 사유와 대상을 통한 경험 사색으로 축조된다. 경험 주체인 작가의 내적 축적이 없다면 대상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을 개방할 수 없을 것인데, 그의 작품 세계는 다층의 지적知的 또는 감정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꾀한다. 말하자면 내적 자극과 외적 자극에 의한 감정의 발로에서 출발하는데 그의 문학 새로움의 중심축은 탈脫일상이며 감각과 지각의 생생함이다. 따라서 관습적 일상을 탈피하는 찰나적 순간들이 이 책에 두루 편재한다. 다양한 형식을 도입하여 구조적 단조로움을 해소하고 의인화를 통해 사.. 2022.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