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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일대기. 조훈현론, 조훈현의 생각법 ,기타25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5-E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25-E/ 김종서 그때부터 스승이 타이트하게 조이기를 시도해왔다. 도처의 귀와 변에 손바닥만한 집들을 굳혀두고 야금야금 중원의 흑진에 교두보를 확립하는 전략이었다. 1,2국에 서로 대마를 잡고 잡히는 살육전을 펼쳐 관전자들을 즐겁게 했던 두 사람이 최종 결승국에서는 집 차지 바둑의 진수를 선보이며 제한시간을 모두 소비한 끝에 285수의 빽빽한 기보를 남겼다. 결과는 백의 2집반 승리. 격차는 별로 크지 않았으나 백의 완승국으로 평가된 한판이었다. 잊혀질 만하면 한 건씩 사고를 내는 노장 조훈현은 그렇게 제자의 대기록을 심술궂게 방해하며 나름대로 스승의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었다. 한편 조 국수의 춘란배 우승이 확정된 순간, 중국 현지의 소식통이 승전보를 알려왔고 평창동 자.. 2023. 9. 12.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4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4/ 김종서 “역시 이창호야!” 누군가 그렇게 찬탄을 금치 못했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조 국수를 격려하는 소리도 튀어 나왔다. “대단하십니다!” 그 소리에 조 국수는 씨익 웃으며 손을 가로 저었다. “어이구, 그런 소리 말아.” 차츰 패배의 아픔이 축적된 그에게서 이제는 달관의 미소가 피어나고 있는 듯 보였다. 1997년 벽두에 제8기 동양증권배 본선 토너먼트가 열렸다. 여느 국제기전처럼 삼국의 강자들이 모두 출전했으나 초반부터 파란이 일어났다. 무명이나 다름없던 한국의 김영환 4단이 중국의 류 사오광(劉小光) 9단과 일본기원의 류시훈 7단을 누르고 4강에 진입한 것. 이창호는 다른 시드에서 가토 9단과 마 샤오춘(馬曉春) 9단을 꺾었고 조훈현은 왕 리청(王立誠) 9단과 왕.. 2023. 9. 12.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3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3/ 김종서 아무리 양치질을 많이 해도 새벽에 일어나면 입 안에서 화약내음이 솔솔 풍겨나왔다. 원래 약한 기관지와 편도선에도 니코틴은 지뢰로 작용했다. 결정적일 때 염증을 일으켜 컨디션을 흐트려 놓곤 했었다. “승부세계에서 더 오래 견디기 위해서는 담배부터 끊어라!” 조훈현이 미국여행을 갔을 때, 절친한 친구 차민수가 정색하며 구박했다. 그의 승용차에서 조훈현이 담배를 피워 무는데 갑자기 유리창을 열면서 싫은 표정을 비쳤다. “내 차는 금연구역이야.” 조훈현의 가슴 속에서 슬그머니 짜증의 싹이 돋았다. 친구의 차 안을 벗어나 미국 어느 곳을 가도 흡연자들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문구가 눈에 어른거렸다. ‘내 더러워서 끊고 만다!’ 조훈현은 미국여행 중에 금연을 작정하고 주머니 속.. 2023. 9. 12.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2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2/김종서 가족 여행을 위해 무리한 스케줄을 선택한 가장, 폭주하는 대국 속에서도 한판 한판의 과정을 흘리지 않고 반추(反芻)하는 승부사. 그리고 사상 최강의 제자에게 끊임없이 숙제를 던지는 스승. 인터넷 바둑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매일 평창동 지하실 컴퓨터 앞에 앉아 바둑사이트들을 둘러보는 사업가. 그 다양한 모습들이 바로 현재 조 국수의 실제이다. 다시 이야기는 90년대 초반으로 넘어간다. 이창호, 유창혁의 기세가 불꽃처럼 타오르면서 거함 조훈현호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15개 기전 중에서 그가 보유하고 있는 타이틀은 기왕과 패왕 단 2개. 그러나 모두가 그의 침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때 거함의 뱃머리가 갑자기 수면 위로 치솟아오르며 포말을 휘날렸다. 그리고 가공할.. 2023.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