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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뉴욕의 와인 기행

by 자한형 2021.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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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

토론토 여행을 끝내고 뉴욕으로 간다. 토론토와 뉴욕은 550km 정도 떨어져 있다.

교통편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육로로는 버스나 앰트랙 기차가 있다.

버스는 토론토의 베이 스트리트에 있는 토론토 버스터미날에서 출발해 뉴욕의 27번가

버스터미날에 도착한다. 시간은 1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요금은 편도 기준 50불 정도로

저렴하다. 앰트랙은 토론토의 도심에 있는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출발하여 뉴욕의

32번가에 있는 펜 스테이션으로 도착한다. 특히 10월에서 11월 중순 사이 가을에는

이 노선이 Maple Road라 불릴 정도로 기찻길 옆 단풍이 절경이라서 뉴욕까지 가는 동안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아름다운 풍경에 지루함을 잊을 수 있다. 시간은

비슷하게 걸리지만 기차요금은 편도 180불 정도로 버스의 3배가 넘는다. 토론토 뉴욕간

비행편은 캐나다 에어, 델타항공, 웨스트젯 등 여러 항공사가 하루에 200편이 넘게

운행하는데 요금은 200불 내외로 기차와 비슷하다.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이다. 이번

여행에는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토론토 공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출국절차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사실 출국절차가

까다롭다기 보다는 미국 국토안보부에서 토론토 공항으로 파견나와 사전 심사하는

입국절차가 복잡하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대신 미국에 입국할 시는 국내선 게이트로

입국해 별도의 입국심사가 없다. 출발 3시간 전에 도착했는데도 탑승할 때까지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뉴욕은 별다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도시다.

맨해튼은 1600년대 초반 네덜란드의 총독이 인디언 부족으로부터 1000달러 정도에

구입하여 한 때 네덜란드의 소유였으나 이후 영국과의 전쟁을 거쳐 미국 독립 전 까지는

영국의 관리하에 있었다. 뉴욕시는 맨해튼, 브루클린 등의 5개 자치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요한 언론, 금융, 국제외교, 문화의 거점은 맨해튼에 몰려 있다. 뉴욕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의 대부분도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이번 뉴욕여행은 꼭 와인기행이라고 하기 보다는 뉴욕 현대미술관, 갤러리, 브로드웨이

뮤지컬 감상 등 문화기행 쪽에 가까웠다. 와인 관련해서는 공부하듯이 롱 아일랜드에 있는

와이너리 한 곳과 여러 군데의 와인바와 뮤직바를 다녔다.

롱 아일랜드는 뉴욕주에 속하지만 일부 지역은 뉴욕시에 속하는 브루클린과 퀸스 지역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욕에 그것도 부촌으로 유명한 롱 아일랜드에 와이너리가

있다고 하면 생소하게 생각한다. 롱아일랜드 지역은 부촌으로 유명한 골드 코스트 같은

지역도 있지만, 교외 지역으로는 낫소와 서퍽 지역을 중심으로 60여개의 와이너리들이

산재해 있다.

2000년대부터는롱 아일랜드 와인의 품질 관리와 일관성 있는 브랜딩 전략의

일환으로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마크를 사용하고 있는데 롱 아일랜드산

포도를 85%이상 사용해서 양조한 지역내 와이너리만 이 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Macari Vineyard & Winery는 롱아일랜드의 뉴서퍽에서 가까운 Mattituck25번 도로

옆에 있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와이너리의 역사가 25년 밖에

되지 않아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된 길지 않은 롱 아일랜드 전체 와인의 역사를 보더라도

와이너리의 나이가 젊다. 하지만 짧은 와이너리 역사에 도 불구하고 와인의 품질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바이오다이내믹 와이너리를 찾다가 우연히 들린 곳이지만 특히 레드

와인은 상당히 훌륭했다. 롱 아일랜드 지역은 또 수제맥주를 생산하여 직접 현장에다

Bar를 차려 놓고 판매하는 Farm Craft Beer로도 유명하다. 농장에 있는 Bar에서

주말에는 밴드가 직접 공연을 하기도 한다.

롱 아일랜드에서 필자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오버랩되는 듯한 특이한 경험을 했다.

롱 아일랜드는 필자가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던 직장생활 초기 장기연수 차 여러 차례

머물렀던 곳이라 추억이 서려 있다. 주말이면 LIRR이라 불리는 맨해튼의 펜 스테이션

행 열차를 타고 나와 다운타운 쪽 소호지역에 있는 클럽이나 바 순방을 하고 밤늦게

돌아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LIRR을 탔다.

급히 올라탄 차량번호가 우연히도 필자의 전화번호 뒷자리와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친척이 와인을 곁들인 점심에 초청한 레스토랑에서는 더욱 기묘한 체험을 했다.

국가대표 탁구선수까지 지낸 친척이 일부러 성처럼 화려한 대저택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으로 초대를 했는데, 게이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예전에 와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긴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자 넓은 현관이 보였다. 현관을 지나 2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창문 넘어 보이는 정원을 보는 순간 기억이 또렷이 떠 올랐다. 20여년 전

연수 차 한달 넘게 머물렀던 바로 그 곳이다.

위층에 있는 숙소에 머물면서 아침마다 식사를 하던 그 곳이었다. 방이 127개나 되고

연회장까지 갖춘 이 곳은 소유주가 그 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고 현재는 Oheka

Castle & Hotel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많은 역사적 스토리와 배경을 가지고 있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2013년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 된 저택이 바로

이곳이다. 영화를 보면 이곳의 위용이 나타난다. 애초 소설의 원작자인 스콧

피처제럴드가 이 저택을 보고 소설 속 개츠비의 저택을 묘사했다고 한다. 가격대는 조금

높았지만 2층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는 아주 훌륭했다. 나파밸리 Orin Swift Cellar

‘8 years in the desert’ 레드 와인을 주문했다.

맨해튼 31번가에 있는 Ayza Wine & Chocolate Bar는 분위기도 좋지만 와인 셀렉션,

음식 모두 아주 좋다.

특히 다양한 초콜릿 디저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허드슨 야드에 있는 새 둥지 같이 생긴 Vessel 로부터 옛 철길에 나무를 심고 산책길로

조성한 하이 라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첼시 마켓내에 있는 Chelsea Wine Vault

와인바는 음식보다는 그야말로 와인을 캐쥬얼하게 마시는 곳이다. 글래스 와인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번 뉴욕 여행에서 아쉬웠던 것은 첼시 마켓 바로 옆에 있는

레이디 가가 등이 공연했던 유명한 라이브 바인 CMH(Chelsea Music Hall)를 다시

찾았는데 문을 닫은 것이다(웹사이트는 아직 그대로이다). 13년이나 된 곳인데 맨해튼의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닫았다고 한다. 그리고 플라이트 와인 바 한 곳을 소개한다.

플라이트 와인(Flight Wine) Bar3~5종류 정도의 글래스와인을 종류별로 묶어

시음하듯이 마시게 하는 와인바이다. 물론 일반적인 와인도 서빙한다. 그리고 그렇게

일정한 종류로 묶은 단위를 와인 플라이트라고 한다. 51번가에 있는 Aldo Sohm

Wine Bar도 플라이트 와인을 제공한다. 현대적인 분위기, 음식 모두 좋다. 그리고

종합 와인 마트에 가니 이제는 와인도 캔으로 출시되고 있었다. 수십개의 언어가 동시에

쓰이는 뉴욕은 언제 가도 생동감이 넘치고 또 언제라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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