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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

사랑과 추억

by 자한형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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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추억/거짓말

오늘 소개할 영화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감독의 1991년작 [사랑과 추억]입니다. 영제는 [The prince of tides]고요. 우리말로 굳이 번역해보자면 '파도의 왕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포스터에 비해 내용은 조금 충격적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연말에 보기 참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 겸 포스팅 올립니다.

전천후 엔터테이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이 영화 연출한 가수 겸 감독 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입니다. 이분, 우리나라 광복 이전인 1942년생시네요. 우리나라 나이로 83세 되시겠습니다. 배우와 감독 말고 가수로 더욱 유명하신 분입니다. 참고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왕성한 1960년대부터 가수활동을 시작해 1960, 1970, 1980, 1990, 2000, 2010년대에 적어도 한 번씩 빌보드 앨범차트 1위 앨범을 낸 유일무이한 가수가 됐다고 합니다. 영화 소개를 해야하는데 삼천포로 빠지는 듯하군요. 하지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녀의 가수 생활을 뺄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아참, 아카데미에서도 수상경력이 있습니다. 1968년작 <퍼니 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수상했습니다. 무려 54년 전 일입니다.

아카데미의 미심쩍은 외면

영화 [사랑과 추억]은 북미에서 19911227일에 개봉했습니다. 개봉 첫 주 1405개 극장에서 개봉해 약 1000만 달러 정도의 첫주 수익을 기록했고 총 20주 넘게 상영했으며 총 수익은 74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연출과 함께 여주인공도 맡았었지요. 남주인공은 요즘은 좀 조용하신 배우 닉 놀테입니다. 캐스팅 당시 둘은 절친이었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망설일 것도 없이 베프인 그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고 하네요. 이 영화는 이듬해 개최된 아카데미 시상식에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습니다. 그해 아카데미의 뜨거운 감자는 영화 [양들의 침묵]이었지요. 국내에서는 아카데미 시즌에 맞춰 1992325일 개봉했습니다. 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으니 흥행은 미적지근했겠네요. 내용 간단히 보시겠습니다.

줄거리

전형적인 남부 사나이 톰 윙고는 얼마 전 실직했습니다. 아내와 대화도 줄어들고 이래저래 가정생활이 녹록치 않네요. 어느 날 평소에 그토록 혐오하던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옵니다. 쌍둥이 여동생 사반나가 자살기도를 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어머니. 그러면서 마침 실직했으니 뉴욕으로 가서 사반나의 주치의를 만나고 그녀가 퇴원할 때까지 주치의와 함께 그녀의 치료를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머니는 싫지만 여동생은 끔찍히 아끼던 톰은 그 길로 뉴욕으로 향합니다.

뉴욕에 도착해 사반나의 정신과 주치의인 수잔을 만난 톰. 첫 눈에 그녀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직감합니다. 수잔은 사반나가 의도적으로 어린 시절 기억을 지워버렸다고 판단, 사라져버린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을 복원하며 치료하자고 톰에게 제안합니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사반나를 위해 수락하는 톰입니다. 사실 사반나 못지 않게 톰 역시 어린 시절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 뿐입니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아버지, 4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던 어머니, 이 둘만으로도 충분히 톰의 어린 시절은 즐겁지 못했지요. 사반나가 저렇게 미쳐버린 결정적인 이유를 털어놓지 못하던 톰은 점점 회복되어가는 사반나를 보며 수잔을 믿게 되고, 결국 그 이유를 수잔에게 털어놓으며 그간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왔던 톰 자신도 수잔으로부터 치료를 받게 됩니다.

한편 사반나의 상태가 호전되고 수잔의 사생활을 조금씩 엿보던 톰은 그녀의 가정생활이 썩 화목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인과 아들을 억압하고 군림하려 하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남편 허버트. 버르장머리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그녀의 아들 버나드. 이들 둘에 치여 수잔은 가정에서 웃을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버나드는 미식축구를 좋아하지만 허버트는 어떻게든 아들을 음악가로 만들려 하고, 수잔은 몰래 아들 버나드에게 미식축구를 가르쳐 줄 것을 톰에게 부탁합니다. 영원한 비밀은 없죠. 허버트가 알게 되고 톰은 그에게 무시를 당합니다. 하버트가 주최한 파티에 초대받지만 남부 촌뜨기 취급을 받게 된 톰. 톰은 남부 특유의 뚝심으로 허버트를 굴복시키고 수잔을 데리고 나옵니다. 그리고 둘은 제대로 사랑에 빠져 버립니다.

둘은 여행도 가고, 사랑도 나누고, 하고싶은 일은 정말 많이 생겨 버립니다. 톰이나 수잔이나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행복인지요. 하지만 사반나의 치료도 끝나가고 톰의 아내 샐리도 톰에게 화해를 청해오자, 톰은 사반나가 확실히 치료된 것을 확인하고 고향으로 떠나야 합니다. 톰은 그제서야 깨닫게 되지요. 사반나는 물론 자신도 수잔에게서 치료받았음을 말이죠. 보다 맑고 건강해진 상태로 고향으로 돌아온 톰. 아내 샐리, 그리고 세 딸과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퇴근길 차 안에서는 늘 수잔이 생각나는 톰입니다.

이 가족이 처음 붕괴했던 이유

이 영화 [사랑과 추억]은 겉으로 보기엔 단란한 가정 생활에 닥친 위기,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해가는 가장의 이야기로 보이기 쉽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사반나가 미쳐버린 결정적인 이유는 워낙 강력한 스포일러라 여기서 언급하긴 힘들 듯하고, 가능하시다면 영화를 한번 직접 보시는 게 좋을 듯하네요. 아름다운 자연풍광, 섬세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음악, 배우 닉 놀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주연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와 감독을 겸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감독의 (의외로) 출중한 연출력까지,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철저히 외면은 받았을지언정, 관람 요소는 그 해 작품상을 수상한 [양들의 침묵]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 트라우마

말할 수 없는 과거의 비밀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린 톰과 사반나.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숨기고 살아왔지만, 특히 여성이었던 사반나는 그 상처를 극복하고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강압으로 철저히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살아온 쌍둥이 남매. 고통스런 나날이 반복되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점점 무너지고 말았을 겁니다. 그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아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준 수잔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테구요. 현실에서의 사랑인 아내 샐리, 이상적인 사랑으로 발전한 수잔. 이 둘을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톰의 선택은 현실이었지요. 톰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상처를 깨끗이 아물게 해 준 수잔은 그의 마음에 왜곡돼 아로새겨져 있던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바로잡아준, 어찌보면 톰의 은인이라 할 수 있겠네요.

거두절미 강력 연말영화 추천작

요즘 같은 연말에 보기에 참 좋은 영화 [사랑과 추억]입니다. 현재 네이버 시리즈온과 티빙에서 이 영화를 보실 수 있고요. 저의 7번째 인생 걸작으로 꼽아도 될 정도로 이 작품은 우리 이웃님들께 강력 추천 드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감독 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이 영화 이후, 이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나이도 꽤 들어서 이제 은퇴를 생각하고 계시겠네요. 안타깝지만, 그녀의 터닝포인트가 된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그녀의 영화인생을 응원하려고 합니다. 아주아주 강력 추천드리는 연말에 딱 어울리는 영화 [사랑과 추억]이었습니다. 아참, 이 영화의 옥의 티. 분명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그렇게 매력적인 비주얼은 아닙니다. 이거 성차별 발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언급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극중 톰이 수잔에게 정말 아름답다고 칭찬해주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 대사로 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는 풍문이 있었을 정도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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