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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

철의 여인

by 자한형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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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대처, 마녀 혹은 철인/라희KAug

영화 <철의 여인> VS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 시즌 4

누군가는 마녀라며 손가락질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철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쳐들었다. 보수적이고 타협적인 영국 정치계에 변화를 일으킨 최초의 여성 총리, 마가렛 대처. 변화의 반대편에는 유지의 세력이 있기 마련. 그 경계선에서 마가렛 대처를 조명한 두 작품을 본다.

다를 바 없는 여느 할머니

VS 서슬 퍼런 카리스마 지도자

(사진 1) The Iron lady © Filament Pictures

(사진 2) The Crown © NETFLIX

좁은 식료품점에서 작은 우유 한 통을 집어든 주름진 손, 덩치 좋은 남자의 새치기에도 멀거니 비켜나 대응조차 못하는 구부정한 할머니. 식탁에 마주 앉은 남편에게 우유값이 올랐다며 푸념을 늘어놓던 할머니의 시선과 달리, 식탁 빈 자리에 달걀만 놓여있다.

영화 <철의 여인>은 치매에 시달리며 암으로 떠난 남편을 여전히 잊지 못한 노년의 마가렛 대처의 모습으로 장면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여느 할머니와 다를 바 없는 현재와 패기에 찬 얼굴의 정치인 마가렛 대처의 과거 시공간을 넘나들며 그의 삶 전반을 살핀다. "나는 매일 전쟁을 치르며 살아왔어요. 평생을, 매일매일..." 영화를 통해 100여 분 동안 그의 생애를 넘겨다보면 자신의 삶을 이렇게 설명하는 대처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 시즌 4에 등장한 마가렛 대처의 모습은 또 다르다. 승률이 높은 보수당 당수 선거를 앞두고 인터뷰를 준비하며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에서는 관록 있는 정치인으로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총리의 자리에 오른, 정치적 전성기 시점의 마가렛 대처를 조명하는데 방점이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접견에서도 마가렛 대처는 찰스 맥케이의 시를 인용하며 내각 구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무언가를 해내려면 적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적이 없다면 투쟁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룬 것이 없는 겁쟁이에 불과하다고 했죠."

영화 <철의 여인>은 마가렛 대처가 지방 의회 의원에서 총리로 나서는 과정을 담아 인물의 성장과 변모의 과정을 그렸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에서 그려지는 마가렛 대처는 이미 총리로서 선출된 후 거침없이 행정을 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신진 정치인에서 성장하는 캐릭터

VS 관록의 완성형 정치인

(사진 3) The Iron lady © Filament Pictures

(사진 4) The Crown © NETFLIX

마가렛 대처 역을 맡은 배우 메릴 스트립과 질리언 앤더슨의 연기 방식은 동일 인물에 대한 다른 관점을 담아낸다.

<철의 여인>의 메릴 스트립은 극중 나이대에 맞추기보다 총리 취임 전후로 연기의 톤을 달리했다. 성우 출신 배우라 성대모사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녀는 미국인으로서 대처의 영국식 액센트와 중부지역 사투리까지 익혔다. 촬영 현장에서는 목소리만 들어도 대처가 곁에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대처의 외모까지도 완벽하게 구현하려 메릴 스트립은 코에 분장을 하고 보철을 끼우는 등 역할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열정과 노력에 보상을 받듯 영화 <철의 여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더 크라운>의 배우 질리언 앤더슨은 강인한 이미지의 마가렛 대처의 이면을 중점적으로 고심했다. 특히 남아프리카에 간 스물여덟 살 아들 마크의 납치 소식을 듣고, 행정을 내팽겨칠 만큼 총리가 아닌 한 엄마로서 혼돈에 빠진 상태를 실감나게 연기해 인물의 다양한 면을 포착해냈다.

질리언 앤더슨은 걸걸하고 낮은 목소리로 단어를 힘주어 말하는 모습을 통해 관록 있는 정치가 마가렛 대처를 표현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중 억양을 구사하기에 언어적 훈련보다 특유의 단호한 말투와 고정된 시선을 연구했다.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과 감탄을 안기며 그녀는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상과 에미상을 받았다.

고유한 패션 스타일링로

메시지를 전달한 마가렛 대처

(사진 5) The Iron lady © Filament Pictures

마가렛 대처는 지도자의 면모를 갖추면서 고유한 패션 스타일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 작품에서도 마가렛 대처의 패션 스타일링의 변화로 인물의 변모를 가늠할 수 있어 흥미롭다.

정치 신인 시절에는 <철의 여인>에 그려진 것처럼 전형적인 중산층 여성의 패션으로, 다양한 모자 패션과 함께 진주 장신구를 달고 화사한 파스텔톤 블루 투피스를 즐겨입었다. 총리로 나서면서 정치적 동료들의 조언에 따라 모자 패션을 포기하고 부드러운 컬로 얼굴을 강조하는 헤어스타일링으로 바꿨다. 여기에 한층 톤다운된 블루 투피스로 차분함을 더했다.

대처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는 보수당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중함과 신뢰감을 표현하기 위해 진주 장신구는 절제해서 활용했다. 특히 브로치는 대처가 그날의 토론이나 행사에서 지향하는 입장과 태도를 전달하는 기호였다. 강경한 입장일 때는 독사 모양의 브로치를, 우호적인 태도로 임할 때는 아기 천사 브로치를 달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가렛 대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사진 6) The Iron lady © Filament Pictures

대처는 내게 그 힘과 용기 때문에 경외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공주님이 되는 것 외에 다른 꿈을 꾸게 해줬다. 나라를 이끌 수 있다는 실제적인 꿈이다. 그러나 대처의 냉혹한 재정 조치는 영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고통 속에 빠뜨렸고, 정부 개입에서 손을 떼는 정책은 부자들에게 더 큰 부를 가져다주었다.”

영화 <철의 여인> 개봉 1년 후 마가렛 대처는 향년 8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배우 메릴 스트립은 공식 성명을 통해 존경과 위로의 말과 함께 그를 보는 두 가지 시각을 제시했다.

한편에서는 철인으로 칭송받고 한편으로는 마녀로 매장당했던 마가렛 대처, 굳건한 신념 아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경제 개혁을 단행했기에 그 빛과 그림자가 도드라지는 듯하다. 마가렛 대처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두 작품을 통해 폭풍 같은 그의 삶에 훅 빠져들었다가 나온다. 지나간 마가렛 대처의 지나간 삶에 오늘의 우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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